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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희展 / JANGINHEE / 張仁姬 / installation   2016_0713 ▶ 2016_0719

장인희_At this moment–POP_거울 필름_98×98cm_2016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_02:00pm~07:00pm

사이아트 스페이스 CYART SPACE 서울 종로구 안국동 63-1번지 Tel. +82.2.3141.8842 www.cyartgallery.com

장인희의 거울-회화 결정적 순간, 무심히 날 선 포고(布告) ● '변화'를 가장 솔직하게 담으면서도 무심하다. 묵묵히 흘러가는 시간처럼 그곳에 존재하며 담담히 변화를 표면에 담지만, 그 자체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이는 작가 장인희가 주목한 거울의 속성으로, 그의 거울-회화가 추구하는 '사라짐과 불완전 가운데 아름다움'과 맞닿아 있는 특징이다. 하지만, 거울과 그림을 보는 우리는 그 변화에 무심하지 못하다. 문득 누구나 날마다 보는 거울, 동서고금 신화와 예술, 역사 속 주인공들의 오랜 지기(知己)로 그려져 온 거울, 오늘날 도처에서 나의 시선을 유혹하며 나와 나의 시간을 사로잡는 거울에 괜스레 억울함과 배신감마저 느껴진다. ● 그래서일까. 장인희가 '거울-회화'의 내용이자 형식으로, 중요한 소재이자 주제로 거울을 대하는 시선과 다루는 방식이 통쾌하다. ● 그렇다. 우리는 거울을 마주하며 무심하지 못하다. 펼쳐봐야 텅 빈 무심한 거울일 뿐인데, 어처구니없게도 거울에 비친 그림에 사로잡히고 만다. 덕분에 나도 닦고 거울도 닦아가며 고요히 자신을 비춰보는 아름다운 장면들과 거울을 둘러싼 그림과의 사랑 이야기는 한도 끝도 없다. 거울을 둘러싸고 내려온 오랜 전설들, 그리고 신화와 역사를 맴도는 철학, 종교, 예술의 이야기들은 거울에 자성(自省)과 성찰(省察), 각성(覺性) 등과 같은 상징적 의미의 깊이와 무게를 더해왔다. ● 물론 오늘날 거울과의 고요한 독백과 자기애에 빠져 죽은 나르시스트 이야기라든지,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이란 문구를 새긴 세수 대야에 얼굴을 비추며 수신(修身)과 쇄신(刷新)의 결의를 다졌다는 중국 은나라 탕왕의 반명(盤銘)의 전설은 상황은 이해하나 제 혼자 진지하고 심각한 코미디로 여겨진다. 도처에서 마주하는 거울들은 거울도 나도 갈고 닦는 우리의 노력이 무색할 만큼 매끈한 표면을 뽐내며, 우리를 선명하고 눈부시게 비춰준다. 게다가 내부와 외부를 동시에 투영하는 거대한 유리벽들과 실시간으로 촬영되고 상영되는 카메라와 비디오 모니터, 전방위적인 네트워크망 등 우리를 둘러싼 거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시시각각 그럴싸한 우리의 이야기들을 퍼뜨린다. ● 우리는 거울의 심연과 무게, 굴곡으로부터 해방된 듯하지만, 여전히 거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는 매끄럽고 투명한 거울을 따라서 한없이 얇고 가볍게 사라질 진실과 허구, 덧없음의 환영과 메아리 주위를 서성인다. 우리를 둘러싼 사방거울은 거울의 본질 면을 뒤로 한 채 진열된 동경(銅鏡)의 이면, 시대를 대표하는 문양처럼 우리를 앞세우고는 순식간에 우리를 빛 바란 유물로 가둬버린다.

장인희_At this moment–POP_거울 필름_98×98cm_2016

거울을 처단할 때다. 우리는 거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장인희 역시 더하면 더했지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10여 년 간 일관되게 거울을 다뤄왔다. 그에게 거울은 새로움과 가능성을 관통하는 예술적 힘과 작업 에너지를 가장 잘 표현하는 재료이자 중요한 소재이며 주제로 여전히 매력적이다. 그런데 장인희가 '거울-회화' 작업에 앞서 자신에게 유용한 거울을 보고 다루는 태도와 이를 스스로 명명하는 방식은 매우 독특하고 흥미롭다. ● 장인희는 거울이 그러하듯 무심하게 거울을 바라보며 두루마리 뭉치에 날을 댄다. 거울 필름지를 작업 분량만큼 절단하여 네 모퉁이를 눌러서 매끈하고 평평하게 펼친 후, 무념무상(無念無想) 날 선 가위질로 거울을 오려낸다. 작가가 본격적으로 '거울-회화'에 들어가기에 앞서 거울을 처단하는 방식이다. ● 그런데 흥미롭게도 가위 날을 따라 거울이 뒤틀리면서 바탕으로부터 형상이 일어선다. 그는 일정 분량씩 거울을 처단하고, 갈갈이 해체시키는 동시에, 고스란히 개체의 형상으로 되살린다. 혹여 거울에 흔적을 남기고 분리되어 흩어진 형상들이 하나라도 사라질까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작가는 바탕의 거울로부터 분리되어 흩어진 거울 형상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아서 줄 세워 나열하기도 하고, 반복되는 우연의 형상들을 채집하여 벽에 박아 놓기도 하고, 서류함에 유형별로 분류하여 수집하기도 한다. 이 또한 작가가 거울을 처단하는 방식이다.

장인희_Time to kill–drowning_거울 필름, 혼합재료_가변설치_2015

작가 장인희는 이러한 준비 과정의 시간을 "time to kill"이라고 부른다. 소위 처형의 시간은 앞서 밝힌 '사라짐과 불완전 가운데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작가의 거울과 그림에 대한 비평적 시각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그의 '거울-회화'는 거울과 거울형상, 그리고 '거울-회화' 사이를 주시하며, 무수한 처형의 순간들을 유쾌하고 긴장감 넘치는 게임장으로 펼친다. 물론 그의 '거울-회화'역시도 그의 시선이 닿는 바로 이 순간, 그의 처형에서 예외일 수 없다. ● 장인희은 매우 직설적이다. 그는 자신이 지목한 처형의 순간, 바로 이 순간을 3차원 공간설치에는 "time to kill", 2차원 평면작업에는 "at this moment"라는 제목으로 명명하며 주목을 끈다. 동시에 주목-경보음의 확성(擴聲)을 연상시키는 동심원, 나선형, 물 왕관 형상 등을 카툰의 도안처럼 화면 가득히 전체의 밑그림으로 그린다. 그리고 밑그림에 따라서 필름지에서 오려낸 형상들을 캔버스 평면이나 공간 설치로 재조립한다. 무심하게 오려낸 거울 형상들은 정형의 개체들에 비해 더 많은 짜맞춤의 노력과 시간을 요하지만, 작가가 미리 의도한 전체 구도 안에 귀결되기 마련이다. ● 그런데 이번에는 무심하게 재조립하는 가운데 무뎌지고 묻힌 형상들 위로 거울의 무심한 시선과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필름지의 굴곡과 이음매의 균열은 화면의 다채로운 질감효과뿐 아니라 화면 밖 전시공간까지 풍부한 인상을 드러내며 예상치 못한 환상을 연출한다. 그렇게 그의 '거울-회화'를 압도하며 전시공간을 점령한다. 그의 거울-회화는 개체의 생성과 전체로의 확장 소멸, 우연에서 필연으로 그리고 다시금 필연에서 우연으로 극적인 반전을 거듭하는 기묘한 변화의 지점이다. ● 작가는 'boom', 'pang', 'pow', 'plop' 등의 의성어를 부제(副題)로 명기하는 동시에 화면의 중심부에 텍스트로 크게 배치한다. 이는 밑그림 구도상의 주목-경보음을 상기시키며 극적인 상황 보고임을 강조한다. 돌고 도는 깊이의 함정에 빠져 죽지 말라고 일깨운다. 그리고 그림의 환영에 취해 죽지 말라고 경계음을 발포한다.

장인희_Time to kill-escaping alive_스테인리스 스틸_가변설치_2015_부분

장인희의 작가적 처형은 우리의 살아있는 현재, 자신을 찾게 한다. "time to kill"의 각각의 부제처럼, 다양한 진행형 동사들로 되살려 엮어낸 형상들 가운데 말이다. 살아나려 몸부림치는 형상, 들러붙어 매달리고 흘러내리고, 아무 방향으로 채여 나뒹굴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는 형상, 모아져 줄 지워 세워지고, 벽에 박히고, 짜 맞춰지고, 그 안에 흠뻑 빠진 형상 등...우연한 거울형상들이 불완전한 인간의 그림, 시각의 환영과 사라짐에도 불구하고, 작가 장인희는 그의 '거울-회화'로 무심하게 옮겨 담는다. 그는 끊임없는 변화로의 열림, 또 다른 가능성과 새로움이 폭발하는 지점으로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의 거울, 우리의 그림을 변함없이 주시한다. 그에게는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는 아름다움이기에 말이다. ● 작가 장인희는 참 무심하다. 억울하게도 우리는 그의 '거울-회화 '에 무심하지 못하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아름다운 처형, 장인희의 '거울-회화 '가 우리의 생존 고(告)함, 살아있는 탄성 "빵!" "빵!" 터지는 유쾌한 잔혹 게임장을 펼치기를 무심히 바라본다. ■ 조성지

Vol.20160713b | 장인희展 / JANGINHEE / 張仁姬 / 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