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6_0708_금요일_07:30pm
관람시간 / 01:00pm~08: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XX SPACE XX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128가길 1 B1 www.facebook.com/spacexx
조그만 빛줄기에 의지하며 어둠에서 움직였던, 그 어둠을 감싸 안고 빛으로 움직였던 나의 이동들. 공간과 공간의 부딪힘 속에 파생되는 기류들. 인지하기 전부터 보이지 않는 힘들에 의해 그 공간을 거닐고 스쳐지나가며 생각하게 되는 것들. 내가 생각하는 보이지 않는 힘들은 감각을 곤두세워야만 인지할 수 있는 스쳐 지나가는 것들이다. 보이지 않는 힘이란 모든 추상적 현상들을 표현한다. 미처 언어화되지 못해 삭제되는 알 수 없는 기의 흐름. 그 흐름들이 겹치고 때로 충돌하며 분명히 어떤 속성들을 지니게 된다. 내 기억 속에서 재생되고 있는 공간 속의 추상적인 기류들이 본래의 공간이 가지고 있는 형상이 만들어낸 기류를 만나며 또 다른 흐름의 형질을 파생시킨다. 기본적인 뼈대인 장소와 그 장소의 안과 밖의 사람들. 그 사이에 존재하는 기류들을 끊임 없이 상기시키며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내 페인팅의 전제 구조이다.
그러므로 페인팅이 하는 일은 기록에 속할 것이며 '어떠한 곳'이라고 일컬어지는 과거에 존재했던 장소를 페인팅을 통해 복구하는 일일 것이다(하지만 그것은 완벽한 복원이 아닌 찾아가는 과정이다). 페인팅이 존재하는 공간과 그 공간에 머무는 기류는 서로가 반응하여 만들어진 속성이므로 그 틈에 존재하게끔 배치한다. 페인팅 속 공간이 기본적인 틀만을 갖춘듯한 입방체에 가까운 건물로서 묘사되는 것은 그 장소의 원래의 특징이 온전히 노출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 건물 사이에 보이는 빛과어둠의 충돌 사이에서 파생되는 기억과 기류에 대한 기록들. 그것들이 어렴풋이 보여질 수밖에 없는 것이 내가 공간에 대해 생각하는 개념과 일치하는 표현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소는 그 공간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함과 그 장소에 머물렀던 개인들의 흔적을 담고 있다. 나 자신이 살아가면서 축적해온 시간과, 그 시간 속에 담겨 있는 장소는 오래될수록 본래의 모습과는 다른 형태로 재구성되어 다시 만들어진다.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우리는 '구체적인 말하기'보다는 이미 여러 갈래로 흩어졌던 기억의 고리를 연결시켜 말하게 되는 것이다. 흩어졌던 것을 모았을 때 그 형태가 원래의 형태일리가 없다. '곳'이란, '장소'라는 지칭보다도 좀 더 추상적인 표현이다. '곳'이란 다수의 공간들 속에서 특정한 장소로 일컬어지는 것이 아니다. 객관적일 수 없는 시공간의 영역이다.
내 그림 속 이미지의 형태는 기억의 파편 속에서 시간과 공간을 끌어와 그 이미지들을 재구축하여 조각난 퍼즐들을 재배치하는 일이다. 그 이미지를 바라보는 행위는 현재와 과거의 장소와 시간을 바라보는 일이다. 과거에 끔찍했거나 혹은 살가웠던 '곳'은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의 이미지가 불가피하게 퇴색되어 결국은 추상적 표현에 의지하게 된다. 과거에 머물렀던 '곳'은 섬세한 구조가 생략된 뼈대와, 그 뼈대 속의 기류로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불완전한 이미지로 탈바꿈된 장소를 스스로 인지하며(하지만 구체적인 인지를 하려고 공을 들이지 않는다. 그럴 수 없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다)표현해낸 잔재기억 속의 추상적 이미지들. 그 이미지는 구체적인 장소와 상관없이 자신을 드러냄으로서 본래의 이미지와 괴리감을 형성하며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라 본다. ■ 권상록
Vol.20160710e | 권상록展 / KWONSANGROK / 權相祿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