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lusion-이미지의 환영, 그것의 일상

리각미술관에서는 작가 송은영의 회화작업 전반을 조망하는 기획전을 갖는다. ● 송은영의 회화는 화려한 색조의 사실적인 묘사와 기술적 완벽함을 기반으로 하나의 정적인 실내풍경을 전달한다.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작가의 회화 이미지는 다분히 익숙한 정서로 다가오나, 관찰자가 그 앞에 머무는 순간 재현된 사물들과 공간의 관계가 비합리적이고 낯선 상태에 놓여 있음을 발견한다. 이는 작가가 끊임없이 질문해 온 '실재하는 것과 일루전의 혼재'에 관한 지점으로, 여기서 우리는 경험하는 사물/상황의 실체와 그 이미지의 실재가 보편적 맥락을 벗어나 있음을 감지하는 것이다.

Real‧lusion-이미지의 환영, 그것의 일상展_리각미술관_2016

Real‧lusion-이미지의 환영, 그것의 일상展_리각미술관_2016

회화 속 사물들의 형상은 원근법이 지시하는 거리감을 이탈하여 다른 물체의 이미지를 부분적으로 침범한다. 이로 인해 어떤 사물은 입체적 성질을 상실한 평면으로 보여 지며, 물체와 공간이 지닌 전후경의 인습적 관계는 와해된다.

Real‧lusion-이미지의 환영, 그것의 일상展_리각미술관_2016

Real‧lusion-이미지의 환영, 그것의 일상展_리각미술관_2016

작가는 또한 최근 작업 「두 개의 중력」 연작에서 하나의 공허한 실내에 물리적으로 다른 두 개의 에너지가 작용하는 비현실적 공간을 형상화한다. 전작들에서 이미지들의 단절과 어긋남이 발현하는 이중 공간성과 인식의 긴장을 서술하였다면, 근작의 풍경은 여러 은유적 사물들이 배제된 공간에 상이한 힘이 미쳐 하나의 사물이 그것이 위치한 공간과 차원을 달리하는 모순된 상황을 가시화 한다.

Real‧lusion-이미지의 환영, 그것의 일상展_리각미술관_2016

주지할 점은 그 이미지들의 이항대립적인 현상이 작가가 전체화면을 통해 구현하는 일상적 내러티브의 '사실/진실성'을 더욱 분명히 하는 사고의 구조체계를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물에 가려진 다른 사물과 공간의 존재여부 그리고 그 부재함과 불합리의 실재성에 관한 담론을 작가는 회화방식으로 가능한 일루전의 혼재를 빌어 제시하고 있다.

Real‧lusion-이미지의 환영, 그것의 일상展_리각미술관_2016

작가는 자신의 근작을 통해 질문한다. "두 중력 사이의 숨 막히는 장력... 두 개의 중력 중에서 어떤 중력이 일루전이고 어떤 중력이 현실인가?" ■ 리각미술관

Real‧lusion-이미지의 환영, 그것의 일상展_리각미술관_2016

그림 자체의 의지 ● 그림 작업이 거듭될수록 그림이 스스로 자란다고 더 강하게 느낀다. 그 작업을 통해 내가 경험한 모든 것들이 나를 빌어 '자라난다'. 통제할 수도, 이끌 수도 없는 '그림 자체의 의지'. 나는 다만 그 그림 자체의 의지가 내안에서 충분히 나와 조우하고 일체화되길 바라며 작업할 뿐이다. 내 그림이 '그저 옷만 갈아입은 것 같은 미술'이 아니길 바라면서. ■ 송은영

Vol.20160709d | 송은영展 / SONGEUNYOUNG / 宋恩英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