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6_0707_목요일_06:00pm
런치토크 / 2016_0803_수요일_12: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신한갤러리 역삼 SHINHAN GALLERY YEOKSAM 서울 강남구 역삼로 251 신한은행 강남별관 B1 신한아트홀 내 Tel. +82.2.2151.7684~7678 www.shinhangallery.co.kr
거대한 기계 속 톱니바퀴들이 서로 맞물려 전체를 움직이듯, 이 세계 안에는 수많은 '체계system'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회전하고 있다. 체계란 서로 관계를 맺는 요소들의 집합이다. 또한 이 요소들은 집합하기 위해 상호 제약의 관계로써 통일되며, 그 후 하나의 복합체가 된다. 그리고 그 체계 일반에 적용되는 모델이나 원리를 찾기 시작한다. 우리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생겨난 질서라는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며 또다시 새로운 체계를 찾거나 만들어낸다. ● 그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개개인이 가지는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들은 그 형태가 모두 다르다. 그래서인지 질서와 체계 안에 머물거나 순응하기에 곤란한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국가가 제정한 법률이나 도덕적 규율은 지켜져야 마땅하고 현대인들은 그 안에서만 정당한 행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회에는 그 외에도 통념이나 풍조라는 강력한 체계가 존재하고 있다. 도전보다는 안정을 강요하거나 나이와 성별에 따른 역할 구분, 가부장적 사회에서의 여성의 침묵, 혹은 적극적인 남성상을 강요하는 태도 등 수많은 잘못된 체계들이 당연시되곤 한다. ● 그 안에서 우리들 각자의 다양성은 개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통념과 풍조라는 또 다른 체계로 인해 축소 혹은 획일화되기도 한다. 이러한 몰개성화의 과정에서 개인은 혼란스러운 충돌들을 겪는다. 하지만 공동체 생활이 불가피한 현대인으로써는 그 사회적 체계를 무의식적으로 지키기 위해 스스로 자기 자신을 대상화한 후 자신의 주관을 억제하며 극복하려 한다. 체계와 개인은 단순히 사회와 그 구성원 정도로 볼 것이 아니다. 개인은 체계를 만들어내고 체계는 개인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둘은 분리된 것이 아닌 하나의 커다랗고 혼란스러운 덩어리로써 존재한다.
이 전시에 참여하는 세 작가 김선영, 이지영, 조원득은 위에서 언급한 체계와 개인의 충돌과 혼란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나의 덩어리로 단단히 결합된 두 개념 사이에 반드시 존재할 갈라진 '틈'을 탐색한다. 이는 체계의 안과 밖만을 강요하는 이분법적으로 정형화된 사회시스템에서 벗어나 개인이 가지는 체계와의 관계성을 환기시키기 위함이다. 이 세 작가는 바라보는 것은 같지만, 바라보는 위치가 서로 다르다. 세 작가의 이야기는 우리의 삶을 저 멀리서 내려다보게 하는 이지영의 작업으로 시작된다. 그다음 조원득의 회화에 이르러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삶 안으로 들어가게 한다. 그리고 김선영의 작업을 마지막으로 개인의 내면을 성찰하게 한다. '바깥 – 안 – 속' 으로 이어지는 시점의 이동은 이 세 작가의 큰 의도이자 본 전시의 감상 포인트이다.
이지영의 작업은 개인의 내밀한 감정에서 벗어나 제3자가 되어 그 집합체를 조망한다. 그의 『인물원』시리즈는 과거 그의 연작이었던 『동물원』시리즈의 변형이다. 동물원에서는 거대한 연못이나 높은 절벽, 가짜 나무와 바위 등 그 동물이 살았던 환경을 인공적으로 조성해 놓곤 한다. 그 안의 동물들은 일정에 맞추어 정해진 장소로 움직여야 하며 완벽한 영양 상태를 위한 식단이 주어진다. 하지만 그런 모습들은 그 안의 동물들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멀찌감치 떨어져 조망하는 관찰자를 위한 것일까? 작가는 이러한 질문들을 우리 스스로에게 돌린다. 서로를 기만하는 이러한 상황은 곧 우리의 삶과 닮았다. 그림 속 인물들은 표정 없는 얼굴로 화려하기 그지없지만 고립된 형태의 무릉도원에서 허무하게 저마다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다. 같은 옷, 같은 표정을 한 작고 보잘것없는 인물들은 획일화된 우리 각자가 대상화 해 온 자신들의 모습이다.
조원득은 삶의 주체들 간의 관계에 집중한다. 삶의 주체, 즉 개인들은 모여서 하나의 사회를 구성하고 그 사회는 체계를 만든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그 체계는 그 안의 개인, 즉 삶의 주체들을 변형시킨다. 결국 개개인 간의 상호작용이 서로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은 곧 타인이 되며 타인 역시 자신이 된다. 작가의 작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허무하거나 슬프다. 마치 외압에 못 이겨 삭아 없어지는 자신의 존재감을 놓지 않으려는 듯 애쓰는 모습이다. 그들은 이 사회 체계 안에서 억압받는 약한 존재들이며 동시에 저항하는 자들이다. 작가는 이렇게 불완전하게 순환하는 인간의 모습을 하나의 기호로써 표현한다. 작업 속 인물들이 처한 상황이나 모습은 분노와 저항, 혹은 상실과 허무의 코드가 되어 힘겹게 남아있는 인간성의 회복을 재촉한다. 인간 스스로가 만든 체계는 거꾸로 인간을 갉아먹으며 인간성을 제거하게 만들고 있지만, 작가는 이러한 상황에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김선영은 사회에 던져진 자신의 불안하고 내밀한 부분을 어두운 색채로 표현한다. 그의 작업 안에서 작가 자신은 한없이 허탈한 작은 모습이며 음울한 배경은 무겁기만 할 뿐이다. 타오르는 숲, 캄캄한 심연, 변이된 신체의 모습은 주체적인 삶과 현실에의 순응이라는 양립하기 힘든 두 이야기의 충돌을 보여주는 듯하다.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의 고정관념 같은 불합리한 체계 안에서 생존을 위해 자기삭제를 감행해야만 하는 현대인의 고독함과 허탈함이 여기에 있다. 작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대인들의 혼란스러움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 경계선에 작가 자신을 위치시키며 스스로 틈이 되려 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내면을 드러낼 뿐 이지만, 어느새 어디에도 안주할 수 없는 불안한 동시대 인간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이 사회 속 체계들의 종류는 매우 다양한데 그 각각의 모습은 법제화 된 사회적 체제일 수 있고, 공동체 구성원간의 암묵적인 언약일 수도 있다. 또한 시간과 경험으로 빚어진 단단한 전통이거나 오랜 독단으로 인한 부당한 규제일 수도 있다. 이러한 사회적 체계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정답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세 작가는 본 전시와 작업을 통해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똑같이 혼란스러워하고 갈등하는 현대인으로써 메시지를 전달하며 공감이라는 방식을 택하여 보는 이들을 끌어들인다. ● 당사자의 내면에서부터, 구성원, 제3자를 아우르는 세 가지 시선은 체계와 개인의 사이에 분명 틈을 벌려놓았다. 이분법적 구분이 아닌 작가 각자의 새로운 시선의 발견이 그 근거이다. 그리고 이들이 제시한 대안과 질문들을 더욱 발전시키고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면 가느다란 '그 틈'은 점점 넓어질 것이며 굳은 관념을 녹여낼 수 있는 유연한 시각의 단초가 될 것이다. ■ 문두성
Vol.20160707e | 그 틈-김선영_이지영_조원득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