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월요일 휴관
킴스아트필드 미술관 KIMS ART FIELD MUSEUM 부산시 금정구 죽전1길 29(금성동 285번지) 제1전시관 Tel. +82.51.517.6800 www.kafmuseum.org blog.naver.com/kafmuseum
미술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그 정체가 달리 규정되어 왔다. 하지만, 수 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동굴 속 형상들과 물건들에 대한 규명이 불확실하다고 해도 여전히 미술의 역사를 기술한 책들의 도입부를 차지하고 있고, 유사 이래 제작된 인류의 수많은 이미지들이 비록 오늘날 미술과 동일한 맥락에서 생성된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우리는 이를 예술이라 지칭하고 있다. ● 하지만 넓은 범주에서 미술의 이름으로 불려진다하여도 다른 한편으로는 장르나 분류에 따라 미술인지 아닌지가 구분되기도 한다. 형상을 제작한 목적에 따라 예술과 비예술이 나뉘기도 하고 시대에 따라 예술의 개념이 확장되기도 한다. 예컨대, 현대미술의 관점을 엄밀하게 적용하자면 19세기 이전의 미술을 미술이라 부를 수 없을 수도 있으며 그 차이를 들어 강력하게 부정 혹은 구분 지을 수도 있다. ● 이와 같은 관점의 차이는 다른 시대, 다른 문화권 사이의 차이만은 아니다. 같은 시대 동일한 문화권이라 해도 기존의 예술 문법에서 벗어나는 유형들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뒤샹의 변기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오늘날 많은 미술애호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인상주의 미술만 하더라도 처음에는 주류 미술의 시선에서는 용인하기 힘든 형식이었지 않은가. ● 이러한 표피적 사례들만 해도 현재적 시점과 단일한 해석으로 예술을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타적이건 충격적이건, 우리가 무엇이라 부르던 간에, 인류의 역사에서 만들어진 여러 이미지들이 어떤 이유에서이건 인류 진화와 사회 변화의 과정을 거치면서도 지속되어 왔다는 사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보다 넓은 의미에서, 인류 진화의 역사적 전개 과정을 아우르며 예술을 바라본다면 오늘날 생성되는 모든 예술들도 하나의 과정 속에 놓이게 된다. ● 이번 단체전 "on going project"는 작가 개인별로 지속되고 있으며 여전히 발전중인 프로젝트를 조명하려는 전시이다. 참여한 작가들의 작업이 좁은 의미에서는 과정이 중요한 것으로 상정되는 프로세스 아트(process art)로 규정짓기 힘들 수도 있고, 또 엄밀하게는 지속되는 프로젝트로 보기 힘든 작업들도 있지만 온전한 형식과 내용으로 고착된 작업들이라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다분히 가변적이며 작가 개인의 미술적 행위의 연장선에서 볼 때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할 수는 있을 것이다. ● 특히 아직 젊은 나이의 신진임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완료된 시점이라기보다는 넓은 의미에서는 여전히 진행 중인 프로젝트라 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소개되는 작가들은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들로 상업적인 접근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개인적 관심 혹은 사회적 문제들을 독특한 어법으로 드러내고 있는 신진작가들이다. 대부분 조각 혹은 회화와 같은 완결된 형식으로 보여지기 보다는 설치나 영상, 사진과 같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고 있고 이들은 최근 여러 전시들에서 흥미로운 작업들을 발표해 왔다.
김 수 작가는 인간과 사회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해왔다. 작가는 출생순간부터 부여되는 인간의 필연적 관계를 포함한 수많은 사회적 관계들을 조형적 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크고 작은 개별적 존재로서의 개체들로 상징화된 판들이 마치 유기체와도 같이 공간속으로 증식해 나가는 형태들은 우리 사회에 얽힌 많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 불안하게 엮여있는 관계들을 상징한다. 원형을 포함한 제각기 다른 크기의 기하학적 형태들로 얽히고 섞인 개체들은 더 이상의 관계증식이 버거운 듯 무너져 내리기도 하고, 그렇게 불안정한 구조 속에서 또 다시 더해지기도 하며 지속적인 관계형성의 과정을 보여준다. 위태롭고 불안하게까지 보이는 조형 구조물은 작가자신이 느끼는 외부 세계와의 관계가 어떠한지를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현대 사회에서 지속되고 있는 불안정한 관계망에 대한 시점을 제시하고 있다.
박상은 작가는 사회적 의제들을 자신의 몸을 경유하여 제시해 왔다. 작가는 약간의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피부 묘기증이라는 자신의 신체적 특징을 표현 미디어로 하여 소외된 사회 구성원의 내밀한 상처와 소외를 드러낸다. 자신의 피부를 긁고 자극하여 그 흔적이 드로잉과 같이 새겨지는 일련의 작업 과정은 일종의 제의적 퍼포먼스와도 같다. 타인의 고통과 문제를 스스로의 몸으로 체현하여 내면화과정을 거치는 방식은 그 문제들에 대응하는 작가의 관심과 적극적인 태도의 표명이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결과물보다는 외부의 상처를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또 그 흔적이 서서히 사라지는 과정 그 자체가 중요하다. 최근의 작업들은 물리적인 변화를 드러내는 방식에서 개인적이고 감성적인 접근을 통해 여성으로서 겪는 작가의 심리적 문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송기철은 그가 의문을 가지는 이 시대의 문제들을 오브제와 사진, 영상 등의 매체로 은유적 상황으로 제시하며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작가는 오늘날 사회의 모순적 현실을 여러 매체와 방식으로, 다중적 해석을 유발하게 하는 흥미로운 표현 어법을 구사한다. 빼기#1은 사진작업에 등장하는 인물이 들숨을 멈추는 순간 종이는 그의 얼굴에서 떨어짐과 동시에 세상과 마주하게 되는 상황을 예측하게 하는데, 우리가 직면하는 현실과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철학적, 사회적 사유를 유발한다. 송기철은 최근의 설치작업을 포함하여 인문학적 연구를 배경으로 우리사회 체제 내에서 은폐되거나, 인식하지 못하거나 혹은 관심에서 비껴나 있는 문제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질문하고 완결된 해석을 촉구하기보다는 다각적인 사유의 흐름을 유도한다.
이신혜는 인간의 욕망에 관해 말한다. 작가는 성적 대상화와 욕망의 주체사이에서 전개될 수 있는 모순적 관계와 상황을 스타킹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제시하고 있다. 그는 여성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스타킹과 일반적 회화재료인 캔버스를 이용하여 다양한 성적 상황들로 시각화 하는데, 소재가 가진 성질만큼이나 가볍고 유연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평면과 오브제가 절묘하게 연결되어 있기도 하고 스타킹이 가지는 탄성을 이용하여 감각적이고 성적인 연상을 유도하기도 하고 동시에 성적 상상을 무너뜨리는 유머러스한 의외의 상황을 병치시키기도 한다. 이와 같이 하나의 작은 화면 속에서 벌어지는 예민한 재료들의 이중적 상황을 통해 단일한 사고의 흐름을 허물고 대상과 주제의 모순적 관계를 이끌어 낸다.
임봉호는 텍스트와 기호가 가지는 의미를 비트는 영상작업을 주로 해 왔다. 단어나 문구들의 조합들에서 모음 혹은 자음의 일부를 지우거나 더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의미와 맥락을 전혀 다른 것으로 변환시켜, 우리가 가지는 기성의 인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출품한 영상은 용두산 공원이라는 부산의 대표적 관광지에서 우연히 발견한 공공기관의 기이한 홍보 문구를, 번역기를 이용하여 영문과 국문을 오가며 해독 불가능한 것으로 재구성한 작업이다. 작가는 사회적 함의가 내포된 특정한 언어나 기호 그리고 상황들이 특정한 의도와 외부적 억압의 지속적인 프로세스에 의해 변이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 때로는 완결된 결과물보다 과정이 더욱 흥미로운 작업들이 있는 것처럼 이들 젊은 작가의 작업들은 여전히 진행 중인 프로젝트일 뿐만 아니라 작가로서도 지속적인 성장의 과정에 있다. 이 젊은 작가들의 성장 과정과 오늘날 예술의 전개 과정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 김성연
Vol.20160705f | ON GOING PROJECT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