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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뮤온 예술공간 Muon gallery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 418 203호 artmuon.blog.me
17년 전, 나는 아내와 비디오를 빌리러 가서 각자 좋아하는 영화를 이야기 해보고, 우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모든 사람들이 우주에 관심이 아주 많고, 우주가 배경이 되는 공상과학영화는 무조건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왔다. 천지현황우주홍황 [天地玄黃宇宙洪荒] 어릴적 가마솥에 누룽지를 외치며 알게 된 한자도 우주에 대한 언급으로 인류의 삼라만상을 적어나가고 있었으니 그때까지 나는 아무런 의심이 없었다. 누구나 우주에 대해 지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으리라는 것에...
어른이 되어 우주에 대해 이것 저것 찾아보기 시작하고, 어려서부터 가져왔던 호기심을 과학적 이론으로 적어나간 설명을 확인하는 순간 궁금함은 또다시 늘어만 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 과학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모르는지를 확인하는 학문이었고, 결국 우주의 구성은 과학적 가설이라는 이름의 온갖 창작 소설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4차원 시점에서 직진하는 물질이 중력장에 의해 왜곡된 3차원 시공간을 지나면서 생기는 특이한 현상을 통해 우주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창작 소설이 나에게도 몇 개 있고, 이것을 과학적 이론으로 증명해 줄 수 있는 알파고가 내게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누가 나의 소설들이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 과학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우주는 수도 없이 그 존재가 바뀌어 왔다. 시대마다 확고한 사실이었고, 현재도 우리가 배운 모습이 사실일 것이라 믿고 있다. 그러나 미래에도 우리가 규정한 현재 모습의 우주가 그대로일 수 있을까?
인간이 광활한 우주의 한구석 먼지 한 톨 위에 모여 살며 바라본 우주는,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생각해 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우주는 그리스 신화이고, 소망과 원망의 대상이고, 이해관계의 사사로운 감정이 투사될 수밖에 없는, 인간 세상의 프로젝션 스크린이다. 모르는 우주에 대한 동경과 상상은, 역설적으로 우리 스스로를 잘 알게 만드는 촉매제가 된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03년 10월 23일 에리스의 존재가 우연히 촬영된다. 2005년 1월5일 사람들은 그녀의 존재를 드디어 인지하게 되었고, 초기 그녀의 발견은 명왕성과 함께 10번째 행성으로 등록되리라 기대를 하고 있었다. 에리스를 발견한 미국의 마이클 E. 브라운의 연구팀은 당시 인기 TV드라마의 여주인공 제나(Xena) 라는 이름으로 그녀를 불렀고, 당시 언론은 마이클 E. 브라운의 딸 릴라(Lila)로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의 지위에 대한 오랜 논란은 결국 행성의 자격에 대한 규정을 만들어내게 되었고, 결국 에리스 보다 작은 크기로 알려진 명왕성의 행성지위마저 왜소행성(Dwarf Planet)으로 강등시키게 된다. 2003UB313의 임시번호가 공식적으로 인정되어 온 에리스 자신도 결국 왜소행성의 번호를 부여받는다. 136199. 이제 이것이 그녀의 정식 이름이다.
이번 개인전에 소개될 작품들은 내가 스테들러Staedtler호를 타고 왜소행성136199 에리스Eris에 도착해 그곳을 탐사하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스테들러호는 독일에서 설계되었고 인도네시아에서 그 조립과 생산을 맡았다. 자체에 추진장치를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빨강 발사대 Red Launch Pad에서 그 추진력을 제공받는다. Launch Pad 내에 탑재된 스테들러호 발사의 추진 엔진으로는 ELM社의 V-3 가 결정되었다. 이 엔진은 실로 수많은 테스트와 에러를 수정하는 작업 끝에 안정적으로 작동하게 되었다. ELM社의 V-3엔진은 일본의 설계와 중국의 외형제작 및 조립으로 만들어진 제품으로서, 그 중 핵심부품인 칼날은 일본 본사에서 직접 제작한다.
에리스에 도착한 나는 지구중력의 무게를 내려놓는다. 뉴 호라이즌스호는 명왕성을 지나 카이퍼벨트를 향하기 때문에, 이제 이곳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지구인은 오로지 나와 함께 도착한 동료들일 것이다. 이 여행에서 3차원 시공간을 통한 지구로의 귀환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돌아오지 않을 생각은 아니다. 또다시 새로운 곳으로 출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돌아와야만 한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 못한 새로운 귀환법이 필요하다. 어쩌면 나는 이번 전시를 통해 그 해답을 구하려고 에리스를 목표로 날아왔던 것 같다. ■ 한계륜
Vol.20160704c | 한계륜展 / HANKERYOON / 韓桂崙 / sculpture.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