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énombre 어슴푸레한 빛

조은주展 / JOEUNJOO / 曺夽周 / painting   2016_0629 ▶ 2016_0711

조은주_penombre 낯선공간1_장지에 채색_112.2×145.5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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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0629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갤러리밈 GALLERY MEME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3 Tel. +82.2.733.8877 www.gallerymeme.com

어슴푸레한 빛'을 품은 조은주의 색면회화 ● 미국 현대인의 삶을 무심하게 표현한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의 그림에는 인간본연의 외로움이 강하게 드러난다. 그 고독은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 내부를 향한 자기 응시의 시선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그 시선을 따라가면 공허한 눈동자를 담아내는 한적한 카페와 호텔방, 식당과 극장, 아파트 등 일상적인 공간이 펼쳐진다. 은은한 빛과 따뜻하면서도 넓은 색면을 표현하여 사실적인 풍경을 담아낸 호퍼의 그림은 화려한 대도시의 이면, 우울하고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마음을 대변하고 또한 달래준다. 그에게 카페는 만남의 장소이면서도 고독한 자아를 응시하는 시간이 된다. 작가 조은주 또한 이 만남과 응시의 공간인 카페를 그린다. 마찬가지로 그녀의 그림은 호퍼의 공허한 공간처럼 무표정하다. 그러나 그녀의 그림은 익명의 인물이나 장소로써의 카페가 아니라, 순수한 시선을 담아내는 담담한 색면과 그 공간을 투과하는 은은한 빛으로 가득 차있다. 빛과 색면을 통해 풍경으로써의 카페가 아닌 인간의 내면과 조우하는 감각적 인지의 장소인 「카페」를 주로 그렸던 작가 조은주가 내놓은 이번 작품 「호텔」 시리즈는 과연 어떠한 정서들을 품고 있을까? 공간을 색면으로 감각하는 그녀의 사유를 따라가 보자.

조은주_penombre 낯선공간2_장지에 채색_112.2×145.5cm_2016

1. 어슴푸레한 빛, 빛이 없는 밝음 ● 빛이 약하거나 멀어서 어둑하고 희미함'을 의미하는 '어슴푸레한'은 그 뜻의 중의성으로 일상생활은 물론 많은 문학작품에서 사용되는 단어이다. 아직 어둡고 희미하지만 날이 밝아온다거나, 불을 켜지 않았지만 희미하게 보인다는 표현으로 사용되는 '어슴푸레한' 단어에는 밝음과 어둠의 의미가 함께 공존한다. 이 '어슴푸레한 빛'의 프랑스어 '페농브르(pénombre)'는 '희미한 빛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불확실, 모호, 명암의 대조효과(clair-obscur)'의 뜻도 포함하고 있다. '어슴푸레한 빛'은 빛이 있지만 희미하고 아련하여 빛을 잘 인지하지 못함을 의미하거나 반대로 빛이 없지만 마치 빛이 있는 것과 같은 희미한 밝음을 지칭한다. 작가 조은주는 '빛을 그리지 않았는데 빛이 보인다'라는 의미로 이 용어를 사용하였다. 그것은 어둠속에서 빛을 인지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에는 직접적인 빛이 없다. 호퍼의 그림에서 빛은 외부로부터 대상에 전달되는 직접적인 광원(光源)이 있는 반면, 그녀의 작품에는 특정한 광원이 없다. 자연의 태양이나 호텔의 전등으로부터 오는 빛도 없으며, 혹은 렘브란트의 빛으로 불리는 내부에서 스며 나와 빛과 어둠의 깊은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음영 또한 없다. 조은주의 작품에는 빛이 없는 반면 암염(黯淡)이 있다. '암염'은 '어슴푸레한'의 또 다른 뜻으로 '어둠(黯)'과 '엷음(淡)'을 의미하는데, 엷은 어둠을 통해 밝은 빛이 드러난다는 의미로 해석가능하다. 그렇다면 조은주는 엷은 어둠을 그림으로 그리고 있는가? 그녀는 분명 빛을 그린다. 희미하지만 노랗고, 붉은 빛을 받고 있는 공간과 사물을 그린다. 장지나 한지의 특성을 고려하여 뒷면에서 배어나오는 은은한 빛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그림에는 특별히 빛이라고 명명할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 반면 은은한 색면의 어둠이 화면 전체를 덮고 있다. 그런데 이 어둠은 단지 어둠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라 밝음과 공존하기 위한 희미한 어둠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작품에는 빛과 어둠이 은은하게 퍼져있다. 또한 그녀는 자연의 빛, 혹은 인공광원의 소실점으로부터 강렬하게 뻗어 나오는 원근법의 절대적인 빛을 부드럽게 거부한다. 조은주의 그림이 단지 카페나 호텔로비의 풍경이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상의 재현과 원근법이 지배하는 회화적 공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그녀의 그림은 구체적인 장소가 아니라 비장소의 평면을 지향한다. 그녀의 작품은 호텔 로비공간의 풍경이면서도 오로지 색면들로 구성된 추상회화로 읽혀진다. 빛은 화면에서 어슴푸레하게 밝았다가 사라진다. 또한 사물들과 인물들의 필연적인 관계를 허물어뜨려 그곳에 대상이 마땅히 있어야 할 의무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그리하여 의자는 카페에 놓여있는 의자라고 지시할 필요가 없는 비지시성의 색면덩어리인 의자이미지가 되어 평면회화의 구성요소로써 단지 공간과 함께 그곳에 위치할 뿐이다. 색면의 대비를 통한 사물과 비사물, 차가움과 따뜻함의 정서적 감각, 빛과 어둠의 관계를 조율하는 조은주의 '어슴푸레한 빛'은 빛이면서 동시에 회화의 평면을 위해 평평해지고 은은한 어둠이 된다.

조은주_penombre 노란불빛_장지에 채색_162.2×130.3cm_2016

2. 투명한 색면으로 드러나는 정서적 풍경 ● 화면에서 빛이 존재하지 않지만 은은하게 밝아온다고 한다면 어둠은 또한 존재하면서 조용히 사라진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어슴푸레한 조은주의 그림은 이중의 의미들을 투과시키며 투명한 색면을 만들어낸다. 그녀의 그림에서 색면은 아주 중요한 요소인데, 색의 대비를 통해 화면의 정서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조은주의 그림에는 항상 차가움을 드러내는 파랑과 녹색, 그리고 따뜻함을 상징하는 노랑과 주황, 빨강색의 색면이 동시에 표현된다. 보색대비를 통해 그녀는 차갑지만 따뜻한 정서를 표현하고자 한다. 색면은 화면에서 공간을 구분하는 경계이기도 한데 파란색 바닥과 노란색 천장이 주는 수평적 대비를 통해 긴장감을 생성시킨다. 이러한 색을 통한 긴장감은 명확한 구분이 아닌 각각의 색면을 모두 끌어안음으로 부드럽게 완화된다. 노란색은 파란색의 바탕에서, 파란색은 노란색의 표면을 덮음으로써 서로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다. 또한 색채가 부유하고 있는 듯 한 몽글몽글한 표현기법은 각 색면의 영역들을 하나의 전체적인 평평한 화면으로 만들어준다. 서로 대비되지만 또한 중첩되는 색면 효과를 통해 그녀는 감각의 중의적 의미를 드러낸다. 그리하여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색감은 마치 달콤쌉사름한 사탕을 먹듯이 하나의 감각으로 온전히 다가온다. 각자의 고독을 위로받으며 여럿이 모여 수다를 떠는 일상적인 카페의 모습이 단지 하나의 풍경이미지가 되는 것처럼 화면에서 파란색과 노란색면은 이질적이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뤄 어슴프레한 빛의 정서로 다가온다. 이러한 정서는 그녀의 뭉글뭉글한 표현기법을 통해서도 이해 가능하다. 장지나 한지에 그림을 그릴 때 종이의 흡수력이 너무 강해서 번짐 효과가 크기에 밑칠인 아교포수를 한다. 이때 백반가루와 아교를 적정하게 섞어서 표면처리를 하는데, 그녀는 아교풀의 양보다 백반가루를 더 많이 사용하여 미세한 하얀 알갱이들이 뭉쳐진 것과 같은 효과를 만든다. 그 위에 옅은 아크릴 물감을 쌓아 올리듯 꾸준히 덧칠하여 수묵채색화처럼 그려내는 것이다. 화면 전체에 퍼진 이 몽글몽글한 아교포수 기법은 화면을 더욱 평평하게 하면서도 동시에 표면에서 스스로 발산하는 은은한 빛 알갱이를 만들어낸다. 그리하여 파란색과 노란색의 차갑고도 따뜻한 그녀의 색면대비가 시각이 아닌 온전한 감각적 정서로 지각하게 하고, 또한 여러 중의적 의미들을 중첩된 평면의 화면에서 발견하게 한다. 하나의 풍경이면서 색면의 추상회화인 그녀의 그림은 그렇기에 관객들을 화면으로 끌어당긴다. 이제 화면속의 인물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된다. 있는 듯 없는 듯 공간속에 스며드는 익명성은 공간을 구성하는 색면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이러한 색면대비의 효과는 그녀가 새롭게 시도한 먹으로 그린 검은 단색의 그림에서는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흑백으로만 표현된 검은 색면그림은 그녀가 추구하는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정서를 표현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흑백사진이 컬러사진보다 더 많은 진실을 보여주듯이 그녀의 검은 색면그림은 더욱 다층적인 정서와 깊이감 있은 감각을 전해준다. 따뜻함과 차가움, 그리고 미지근함과 뜨거움이 한꺼번에 감각되는 검은 색면그림에서 어슴푸레한 빛은 더욱 은은하지만 강렬한 빛을 발산한다.

조은주_penombre 붉은공기_장지에 채색_60.6×72.7cm_2016

호텔의 로비라운지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장소이다. 휴게실에서 미팅을 하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로 붐비지만 로비는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하는 프런트데스크가 있는 곳이라 크게 붐비지 않는다. 그녀는 이 로비라운지의 공허한 공간에 주목하였다. 카페라는 장소가 사람들이 모여들어 각자의 시간을 점유하는 공간이라면, 호텔의 로비공간은 투숙객들이 거쳐 가는 하나의 관문이자 언제나 비어져 있는 장소이다. 하지만 사람이 없어도 휑하지 않고 사람이 많아도 복잡하지 않은 장소가 바로 이 호텔 로비인 것처럼 그녀는 이 장소가 바로 공간의 익명성이 가장 강하게 표현되는 곳이라고 말한다. 「호텔」의 공허한 빈 공간을 채워주는 것은 비어있음 그 자체이다. 장소 속에 있으면서도 존재하지 않고, 없는 것 같으면서도 항상 있는, 색면으로 조성된 공간의 정서가 바로 그녀가 추구하는 회화의 속성인 것이다. 조은주의 색면회화는 바로 이러한 빈공간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여준다. 공허하고 텅 빈, 그리하여 쓸쓸하고 외로운 현대의 삶을 무심하게 포착했던 호퍼의 그림과 흡사하면서도 또한 대조적으로 작가 조은주는 무심한 시선 이면의 따뜻함과 평온함을 부드러운 색면으로 보여준다. 특히 하나의 소실점, 혹은 광원으로부터 나오는 절대적인 빛이 아닌 모든 사물과 화면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슴푸레한 동양적인 빛은 회화를 사유하는 정서적 깊이를 한층 드높인다. 그녀의 빛은 호텔 로비라운지와 같이 비어있지만 가득 찬 색면의 공간으로 다시 다중의 의미를 향해 희미하면서도 눈부시게 스며 나온다. ■ 백곤

Vol.20160630c | 조은주展 / JOEUNJOO / 曺夽周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