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를 인식하다

윤성필展 / YUNSUNGFEEL / 尹聖弼 / sculpture.installation   2016_0618 ▶ 2016_0703 / 월요일 휴관

윤성필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40930g | 윤성필展으로 갑니다.

윤성필 홈페이지_www.feelyun.com

초대일시 / 2016_0625_토요일_03: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인천아트플랫폼 INCHEON ART PLATFORM 인천시 중구 제물량로218번길 3 Tel. +82.32.760.1000 www.inartplatform.kr

누구나 사정이 있다 ● 오 과장은 피곤한 가장. 피로와 권태에 찌든 얼굴, 처음부터 그랬을 리 있나. 땡전 한 푼이 아쉬워 오늘도 좌충우돌 요란히 쳇바퀴를 돈다. 안 봐도 무언가 사정이 있겠지. 마누라 바가지에 자식새끼 투정은 직장으로 그를 내몰고, 때때로 터지는 그들의 응원과 애교는 또 가정으로 그를 당긴다. 그래서 쓰러지지 않고 비척비척, 돌고 또 돌 수 있는지도. 나쁘지만은 않다. 도는 건 존재한다는, 또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누구나 사정이 있다. 오 과장의 쳇바퀴에도, 우주의 순환에도. 보이지 않아도 무언가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윤성필_넓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26_ 모터, 알루미늄, 자석, 동작센서, 액체자성유도체_244×244×61cm_2016_부분
윤성필_넓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27_모터, 자석, 동작센서, 구슬자석_224×224×61cm_2016
윤성필_넓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28_모터, 자석, 동작센서, 리니어기어, 철가루_366×30×805cm_2016

윤성필의 작업은 연기를 보고 땔감을 직감하는 작업이다. 전자의 운동, 열교환, 물과 대기의 흐름, 천체의 자전과 공전, 생물의 번식과 생사, 재화의 통용, 사회적 인과, 역사의 반복, 음양오행, 업보와 윤회 등 물리, 생물, 인문, 사회, 경제, 철학적 관점에 이르기까지 세상은 알 수 없는 많은 것들로 가득 차 얼핏 그저 복잡하고 무질서해 보인다. ● 그러나 알고 보면 무질서는 질서의 한 부분, 한 부위, 한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장님들이 더듬던 길고 물컹한 코와 털이 보송한 꼬리와 한 아름 굵은 다리는 코끼리란 거대한 질서의 일부이며, 3.1415926535…란 마구잡이 숫자는 '평면 위의 한 점에서 같은 거리에 질서 정연히 늘어선 모든 점들의 강강술래'로 다소곳이 나타나지 않는가? ● 보이지 않아도 늘 작용하고 있는 질서, 원리, 법칙이 있으니 다름 아닌 '순환'이다. 배가 차는 만큼 머리가 비는 게 모래시계고, 부모님 주머니에서 나간 만큼 들어오는 게 세뱃돈이다. 앞서 줄지어 읊은, 세상에 가득 찬 무질서한 현상의 배후 역시 순환이란 원리가 자리한다. 순환은 존재의 양식이며, 논리적이든 물리적이든 살아있음의 증거인 것이다.

윤성필_넓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29_모터, 알루미늄, 자석, 동작센서, 동전_244×244×61cm_2016
윤성필존재를 인식하다展_인천아트플랫폼_2016

꼿꼿이 선 동전이 벽면을 돌아다니고, 알 수 없는 액체가 검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빙빙 맴돈다. 동작하고 흘러내리는 그의 작업 대다수에서 감상자가 마주할 수 있는 부분은 형식적으로는 무척 다채로우면서 그 원리는 한 눈에 간파하기 힘든, 그래서 더 신기한, 원형, 혹은 원을 연상시키는 결과물들이다. 시각으로 더듬을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다. ● 그럼 이들을 낳은 '원리'는 어디에 있을까? 벽면 너머로 자연히 생각의 X-ray가 뻗어나간다. 보이지 않지만 무언가 있다. 당장 이해하기 힘든 눈앞의 현상은 분명, 벽면 너머 무언가가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원리가 궁금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이리저리 살피게 된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님을, 고맙게도 감상자가 스스로의 반응으로 잘 증명하곤 한다. 보이지 않아도 늘 작용하는 질서, 그것이 순환이다. ● 순환이란 질서는 그의 작업 전반에 걸쳐 공유하는 조형 요소 ‘원’으로 표출된다. 그것이 원주를 암시하며 늘어선 시꺼먼 쇳가루든, 수없이 덧입힌 점액이 남긴 둥근 발자국이든, 촘촘히 겹친, 차고 단단한 금속이 발산하는 말랑말랑한 율동감이든, 단지 물체가 지나간 가상의 원형 궤적이든 각양각색의 그런 겉껍질들로 말이다. 그 너머로 깊은 속내를 품었으니 껍질이란 소리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 김영기

Vol.20160618f | 윤성필展 / YUNSUNGFEEL / 尹聖弼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