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랑 테크노바디 1966-2016 ORLAN TechnoBody Retrospective

오를랑展 / ORLAN / mixed media   2016_0617 ▶ 2016_1030 / 월요일 휴관

오를랑_프레임 밖으로 나가려는 시도-신체 조각 시리즈 Body-Sculpture series_ 흑백 프린트_105×91cm_1965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오를랑 홈페이지로 갑니다.

아티스트 토크 / 2016_0618_토요일_03:00pm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공식인증사업展

후원 / 외교부_문화체육관광부_주한 프랑스대사관_주한 프랑스문화원 해외문화홍보원_예술경영지원센터_서울특별시_파나소닉

관람료 성인(만 19~64세) 10,000원 / 청소년(만 13~18세) 8,000원 어린이(만 4~12세) 6,000원 / 국가유공자,장애인,만 65세 이상 5,000원 단체 20인 이상 20% 할인 / 만 4세 미만 어린이 무료관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문화가 있는 날(매월 마지막주 수요일)_10:00am~08:00pm * 전시종료 30분전 매표 및 입장 마감

성곡미술관 SUNGKOK ART MUSEUM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42(신문로 2가 1-101번지) Tel. +82.2.737.7650 www.sungkokmuseum.org

"이것은 나의 몸, 이것은 나의 소프트웨어. This is my body, this is my software." (오를랑 ORLAN) ● 본 전시는 50년 이상 자신의 몸을 대상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오를랑의 회고전이다. 오를랑은 정치, 사회, 종교가 우리의 몸, 특히 여성의 몸과 정신에 가해온 낡은 정체성을 벗어던지고, 생명과학과 의학,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을 통하여 인간의 몸 자체를 변형시킴으로써 첨단 기술시대의 새로운 개념의 신체를 제시하고자 시도한다. ● 오를랑은 1947년 생테티엔 출신의 프랑스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1990년대 「성형수술 퍼포먼스 시리즈」로 세계적 명성을 얻기 시작하였다. 이 작품은 외과수술을 예술 도구로, 수술실을 작업실로 삼아 수술대 위에서 작가 자신이 수술 받는 전 과정을 위성중계 하는 퍼포먼스이다. 작가는 절개되고 변형된 자신의 몸을 창작을 위한 실험적 재료로 삼아 아홉 번에 걸친 「성형수술 퍼포먼스」를 시도하였다. 오를랑은 수술의 전 과정이 사회적 공론의 장으로 작동하길 바라며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처음부터 내 작품은 신체에 가해지는 사회적, 정치적, 종교적 압력들에 대한 질문이다." "신체를 작업하기, 그리고 내 몸 위에서 작업하기, 그것은 사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을 함께 나열하기 위한 것이다." 오를랑은 예술의 지평을 인류의 역사와 전 지구적 문화 그리고 인간을 넘어 동식물계, 생명 창조의 초기까지 넓혀 나간다. ● 그는 이렇게 변형된 자신의 몸을 '수정된 기성품'이라 부르며, 더 이상 성형수술이 어려워진 이후에는 생명공학, 디지털 합성기술, 증강현실, 게임 등 다양한 첨단 기술들을 활용하여 오늘날 예술과 기술의 관계, 그리고 미래의 인간 정체성에 대해 질문한다. ● 그의 대표작 「성형수술 퍼포먼스」는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자신의 몸에 과감히 현대 의학 기술을 도입하여 정체성을 변형시키고자 하는 시도이다. 그의 변형된 신체는 과거에 대한 명백한 도전임과 동시에 새로운 인류의 도래를 예고한다. 그것이 바로 오를랑이 제안하는 인류 해방의 길이다. 기술 앞에서 벌거벗겨진 인간, 과거 인간의 정체성으로부터 탈피, 새로운 인류의 모색이 바로 오를랑 예술의 핵심이다.

오를랑_자동 - 글쎄, 거의-판매기-예술가의 키스 시리즈_흑백 프린트_205×148cm_1977

오를랑은 누구인가? ● 오를랑은 태어날 때 받은 본명을 거부하고 스스로에게 '오를랑'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며 일생 동안 '몸'과 '정체성'을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유년시절 정신분석 상담을 받던 도중 자신이 쓰던 서명의 글자들 중에서 유독 M, O, R, T, E(죽은)가 눈에 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오를랑은 더 이상 '죽은' 역할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고, 기존의 OR(금)는 유지한 채 LAN(느린)을 붙여 여성형도 남성형도 아닌 이름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재창조하였다. ● 오를랑은 고향인 생테티엔의 미술학교에 1년 정도 다녔으나 학교 교육이 보수적이라고 판단하여 곧 그만두었다. 전통적인 미술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그는 17세인 1964년 「느리게 걷기」 퍼포먼스로 데뷔한다. 그는 바쁘게 걷는 거리의 사람들 사이에서 일부러 매우 느리게 걸음으로써 사회적 규범에 대항하고자 하였다. 같은 해 오를랑은 「사랑하는 자아를 출산하는 오를랑」을 이어서 제작하며 몸을 이용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자신의 성기에서 팔이 없는 마네킹이 나오는 이 사진 작품은 오를랑이 자신의 이름을 새로이 만들어냈듯 자신의 삶과 정체성을 스스로 탄생시킨다는 의미가 있다. ● 오를랑은 유전자가 정한 신체에 저항하고 남성 중심적 사회, 서구 중심적 세계관이 인간, 특히 여성에게 부과하는 고정관념에 반기를 든다. 빼앗긴 몸의 주권을 되찾기 위해 그는 작업을 통한 신체 변형 과정을 낱낱이 보여준다. 심지어 1978년 자신이 기획한 「리옹 퍼포먼스 페스티벌」 중 자궁 외 임신으로 응급수술을 받게 되었을 때에도 자신의 수술 장면을 촬영하고 그 테이프를 즉시 리옹 현대미술관으로 보내 배포함으로써 생애 최초의 수술 퍼포먼스를 실현하기도 하였다. ● 오를랑은 언제나 당대의 첨단 기술을 작업에 도입한다. 그는 외과 수술, 영상 편집 기술, 디지털 합성 기술, 비디오 게임, 3D 스캐닝, 생명 공학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매체를 통해 가능한 모든 신체 변형을 거쳐 진정한 '테크노바디'로 향한다.

오를랑_구름을 배경으로 한 오를랑-다큐멘터리 습작 : 바로크 주름 시리즈_ 시바크롬 프린트_180×119cm_1983

오를랑과 페미니즘 ● 오를랑은 1977년 「예술가의 키스」라는 퍼포먼스에서 자신의 키스를 5프랑에 파는 행위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또한 순결한 동정녀에서 점차 창부의 모습으로 변신을 거듭하는 「스트립쇼」를 통하여 여성에 대한 세상의 통속적인 잣대를 비난하였다. 1990년부터 1993년 까지 9번에 걸친 「성형수술 퍼포먼스」는 한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을 해체시킴으로써 새로운 미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했다. 오를랑은 타인의 언어, 특히 남성의 언어로 세상을 설명하길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 자신의 몸에 대해 완전한 주체이고자 하는 오를랑은 자신이 여성임과 동시에 남성이고, 수많은 종의 피부로 이루어진 새로운 생명체이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자유로운 목소리의 다양한 정체성들이 서로 뒤섞인 세상을 꿈꾼다. 결국 그녀의 작업은 '다름'에 대한 포용과 인간을 구분 짓는 사회적 계급, 도덕적 규범으로부터의 해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오를랑_수술 전 시식하는 오를랑-네 번째 성형수술 퍼포먼스 : 성공적인 수술 시리즈_ 시바크롬 프린트_110×165cm_1991
오를랑_수술실 조명 아래에서 할리퀸 모자를 쓰고 프랑크 소비에르 드레스와 붉은 장갑을 착용한 오를랑-다섯 번째 성형수술 퍼포먼스 : 오페라-수술_ 시바크롬 프린트_165×110cm_1991

오를랑의 하이브리드 신체 ● '하이브리드'는 포스트모더니즘 문화 전반에 확산된 다양성과 허용주의를 포용하는 실천적이고 혁신적인 표현 방식이다. 하이브리드는 '잡종'이라 번역되며, 본래 생물학적으로는 종과 성질이 다른 요소들이 비정상적으로 결합한 것을 의미한다. 예술 분야에서 하이브리드는 장르와 형식을 혼합하여 특정 카테고리를 해체시키고 재조립하면서 기존의 논리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순수함과 동질성, 단일성의 추구 대신 혼합된 엉뚱한 양식의 괴상망측한 '대비'를 통해 세상에 대한 색다른 해석과 잠재적 의미를 도출해내는 것이다. ● 오를랑 역시 하이브리드 방식을 자신의 작업에 적극 활용한다. 그녀에게 하이브리드는 예술과 그 이외의 다른 학문 분야, 또는 예술과 전혀 상관없던 대상들과의 결합까지 확장된다. 그의 대표작 「성형수술 퍼포먼스」는 서양의 전통 미인들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에 조합한 퍼포먼스이다. 수술 이후에는 디지털 합성기술을 이용한 「자기 교배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다. 나아가 오를랑은 자신의 세포까지도 혼합하는데, 호주의 과학기술 연구소와 협업하여 자신의 피부세포와 흑인의 태아세포, 그리고 포유동물의 세포들을 교배해 배양한 세포들을 영상으로 담아 진정한 생물학적 융합의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 이처럼 오를랑은 다양한 하이브리드의 존재를 실험하고, 스스로 하이브리드가 되어 '사회적 몸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그의 '하이브리드 신체'는 곧 시대와 문명의 규범에 대한 비판이자 첨단 기술시대가 이루어낸 새로운 형식의 몸이다.

오를랑_베이징 오페라 가면 #10-베이징 오페라, 얼굴 설계와 증강 현실 시리즈_ 파인아트 바리타지에 피그먼트 프린트, 흰 나무 프레임, 플렉시 글라스, 증강현실_120×120cm_2014
오를랑_MYO 팔찌를 찬 오를랑의 양방향 게임 실험-MYO 팔찌를 찬 오를랑의 양방향 게임 실험 시리즈_비디오게임, MYO 팔찌_가변크기_2015

AI 시대의 예술 ● 사람들은 최근까지도 현대의 물질문명을 비난하면서, 인간의 영혼은 기술과 물질의 오염으로부터 순수하게 지켜질 수 있다고 자위해 왔다. 그러나 얼마 전 세계에 중계된 인공지능 알파고와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의 5연전에서 알파고의 4승 1패라는 압도적인 승리는 기계와 기술이 침범하지 못할 것 같았던 영역, 기억하고 생각하며, 직관하고 판단해서 결정을 내리는 지성과 감성의 영역에도 기술이 인간보다 압도적으로 우수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이 사건은 장차 새로운 인류가 도래할 것임을 예고한다고도 할 수 있다. 즉, 우리 인간이 기술의 지배 속에 살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며, 과거 문명이 현대 인류에게 부여한 육체와 영혼, 감성과 지성을 갖춘 '만물의 영장'은 이미 낡고 효용성이 떨어진 이질적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라 하겠다. 오를랑 역시 우리시대의 새로운 기술들을 작품 제작의 매개체로 활용하며 기술에 의한 예술의 의미에 주목한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그의 변형된 신체는 과거에 대한 명백한 도전임과 동시에 새로운 인류의 도래를 예고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오를랑이 제안하는 인류 해방의 길이다. 기술 앞에서 벌거벗겨진 인간, 과거 인간의 정체성으로부터 탈피, 새로운 인류의 모색이 바로 오를랑 예술의 핵심이다. ■ 이수균

Vol.20160617f | 오를랑展 / ORLAN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