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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0610_금요일_06:00pm
2016 안국약품(주) 갤러리 AG 신진작가 추천공모展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주말,공휴일 휴관
갤러리 AG GALLERY AG 서울 영등포구 시흥대로 613(대림동 993-75번지) Tel. +82.2.3289.4399 www.galleryag.co.kr
전자적이지 않은 (전자)풍경: 디지털(가상)이미지의 재현은 가능한가? ● 예술에 있어 이미지가 지닌 재현의 속성은 과거로부터 그 진폭을 달리하며 다양한 흐름으로 제시되어 왔다. 추상의 발견은 이러한 의미에서 이미지의 근대성을 이끌어내었지만, 그럼에도 우리들의 인식 속 이미지는 재현의 속박에서 완전하게 자유로워 질수는 없었다. 이는 예술의 의미 구조가 현실이라는 대상에 머물러 있던 까닭이며 그것이 현실이건 우리의 상상 속의 무엇인가이던 본체를 상정하는 예술의 관습적 문제이기도 했다. 특히, 회화는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을 비트는 작업을 수행해왔지만 대상에 머무르는 시선 자체를 거둘 수는 없었다. 오히려 예술(특히 회화)이 이미지의 재현성에서 벗어난 시기는 결국 근대였다. 보다 구체적으로 대상에 관한 재현의 역할을 사진이라는 기술-이미지에 위임함으로서 그 어원적 의미(이마고: 죽은 이의 부재를 가리는 데드마스크로서의)에서 탈피한 것이다. 예술 이미지는 비로소 어떠한 대상의 재현된 상으로서가 아닌 우리의 상상력을 위한 창으로서 존재하게 되었다. 그러나 기술 매체는 그것이 지닌 기술적 가능성으로부터 현실에 틈입한 가상의 문제를 다시금 예술의 주요한 화두로 등장시킨다. 물론, 재현에 관한 문제로의 회귀는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전복시킨 주제의식에 가깝다. 플라톤의 오랜 명제(이데아)처럼, 우리의 현실 자체가 가상적으로 구성되는 순간이 우리 앞에 현전하게 된 것이다.
김서진의 작업 「LandE-scape」 연작은 이러한 맥락에서 본격적으로 가상 세계에 관한 재현을 시도한다. 여기서의 가상 세계는 우리의 상상의 영역이나, 앞서의 논지에서 제기된 현실의 재현체로서의 것이 아니다. 이것은 현실을 답습하는 과거의 이미지의 문제를 탈피해 그 역의 경우를 사유하게 만든다. 우리는 디지털 그래픽 이미지를 통해 수 없이 현실을 답습하는 가상적 이미지를 경험해왔다. 디지털 이미지는 과거의 이미지로부터 재현적 기능을 위임받아 다양한 차원에서 현실을 지시해왔다. 그러나 여기서 하나의 문제가 제기된다. 가상이, 그것도 디지털적으로 구성된 가상적 이미지가 재현의 대상이 될 수 있는냐는 것이다. 다시 말하여 이것은 기술 매체(혹은 디지털 이미지)가 방법이 아닌 우리가 재현해야할 주요한 대상으로 인식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이다. 매체적으로 가상 이미지는 우리 현실이 지닌 본래의 특성을 매개한다. 그리고 이러한 매개는 매우 디지털적인 방식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김서진의 작업은 오히려 이러한 디지털적 재현의 문제를 해체시킨다. 그가 재현하려는 것은 결국 현실이라는 대상을 전제한 가상이 아닌, 오히려 현실의 영역을 상상으로 증폭시킨 원본이 없는 가상이다. 따라서 전통적인 회화의 방법으로 구성된 풍경 이미지로부터 우리는 기존의 회화에서 혹은 컴퓨터로 재생된 디지털 이미지에서도 느끼지 못한 생경함을 경험한다.
작가는 '풍경(Landscape)'을 뜻하는 단어에 '전자(electronic)'를 상징하는 알파벳(E)을 부여한다.(LandE-scape) 이는 우리 앞에 등장한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라는 새로운 전자적 현실에 관한 풍경으로서의 의미와 더불어 작가 본인이 이방인으로서 타국에서 경험한 현실적 경계의 모호함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작품명에서 보다 중요한 의미가 발견된다. 공교롭게도 작품 제목에서의 'E'의 침입은 '경관(scape)'과 결합하여 '탈출(escape)'을 중의적으로 드러낸다. 가상은 작품에서 일차적으로 제시되는 것처럼 현실을 분절시키고 새롭게 조합한다. 각각의 요소가 현실이라는 지시 근거를 지니는 탓에 그 현실적 가능성이 획득되기는 하지만, 그 조합이 본질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현실의 어느 곳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재현의 불가능성이다. 따라서 작품 속 풍경은 우리가 벗어나고(escape)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가상의 풍경이자, (전자적이지 않은) 전자적 풍경이 된다. ■ 유원준
Vol.20160615d | 김서진展 / SEOJIN CECI KIM / 金瑞眞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