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6_0614_화요일_05:00pm
참여작가 강가연_김가인_김태우_김하영 박나은_이용은_차선민_팽리안
관람시간 / 11:00am~05:00pm
법련사 불일미술관 BULIL GALLERY 서울 종로구 삼청로 10(사간동 121-1번지) Tel. +82.2.733.5322 www.bubryun.com
'시대'와 '상황'은 현대시각예술가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 동시대예술은 시대와 상황, 환경과 작가의 정체성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쓱보러와요』는 발랄한 청년작가들의 유쾌한 패러독스로 읽힐만한 전시 제목이다. 대기업 광고의 '쓱'과 펼쳐 보이는 전시(펼칠 展, 보일 視)를 '보러오라'고 합성한 이들의 속내는 과연 수식어 '쓱~'처럼 가볍기만 할 것인가.
무게감 없이 '쓱보러와요'라고 말한 이들의 정체는 생각보다 묵직했다. 기껏 수묵으로 완성한 자화상 위에 불투명한 비단을 덮는다. 화면은 희뿌옇게 변했지만, 작가의 의도는 보다 분명해졌다.(김태우 「TAEOOH」) '나'를 찾는 일. 익명을 강요받는 현대의 '나'는 일련의 과정과 규칙 속에 매몰되기 쉬운 속성을 갖는다. 젊은 시각 예술가들이 몰입하여 사고한 진정한 '나'에 대한 물음의 실마리를 우리에게 알려준다.(김하영 「아침」) '나'로부터 출발한 질문은 관계로 치닫는다. 또 다른 나에게서 느끼는 미묘한 감정과 숙제들을 거시적인 관점으로 화면에 풀어 본다.(차선민 「??」)
결국 이들이 주목한 것은 보다 소소한 일상이며, 현실이고, 사실로도 읽힌다. 그러나 사실이라 해서 굳이 구체적인 형상만을 고집하진 않는다. 관계의 속성을 구조적으로 풀어보고, 인간 혹은 생명을 아우르는 현대의 틀인 집의 특성과 연결 짓는다. 명명하지 않았지만 시각적으로 동감할 수 있는 언어다.(박나은 「터-엉」) 시각적 사유는 다른 항목에서도 이루어진다. 무언가를 집중하여 바라보고 고민하는 일. 시각예술가에게 있어 대상은 단순한 노동을 위해서만 존재하진 않는다. 대상을 보고, 파악하고, 그려내는 행위 속에서 사유는 정리되고 감정은 다듬어진다.(이용은 「겹1」)
보이는 것들의 틈. 미묘한 낌새를 먼저 눈치 채고 제안하는 감각. 주목한 것은 대상 자체만이 아니다. 그들의 행태 사이의 숨겨진 시퀀스(sequence)다. 보이지 않는 장면을 마주하고자 시각예술가가 택한 구체적 진술은 수레바퀴의 살이 아니라 바퀴살과 살 사이의 빈 공간이었다.(김가인 「Sequence_Skeleton」) 혹은 시각예술의 구체성에 대한 기능을 은유적으로 비유하는 일. 대상이 지칭하는 식물이상의 무언가를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시각예술가의 제안은 목격한 진실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켜 실존의 숨은 겹들을 들춰낸다.(강가연 「물의 형形」) 그리고 이 시대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젊은 시각예술가의 제언. 옛것에서 찾는 아름다움. 전통을 학습하여 새로움에 다다르고자 하는 일.(팽리안 「상서(祥瑞)」) ● 오늘의 동시대 예술은 웅변해야 돌아보고, 자극을 주어야 좀 더 멈출 것만 같다. 그러나 사실 시각예술의 본래 목소리는 이렇듯 나지막하고 적나라하지 않다. 직설법이 아닌 은유법으로, 들키고 싶지만 완전히 까발려지고 싶지 않은 목소리가 바로 음성언어나 문자언어가 아닌 조형언어를 택한 이들의 속마음이 아닐까. '쓱보러와요'. '쓱 이라도 보러오세요'라고 진심을 선택한 젊은 시각예술가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오늘의 일. '쓱 보러가주세요.' 라고 말하기다. ■ 김최은영
Vol.20160614c | 쓱 보러와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