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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0610_금요일_06: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몸미술관 제3전시장 SPACEMOM MUSEUM OF ART 충북 청주시 흥덕구 서부로1205번길 183 Tel. +82.43.236.6622 www.spacemom.org
스페이스몸미술관에서 시간차를 두고 기획된 김태헌의 개인전 중 첫 번째 전시로 잠화-빅보이를 선보인다. '잠화(箴畵)'는 잠언(箴言)과 그림(畵)의 합성어로 깨달음을 주는 그림이라는 의미에서 명명된 타이틀이고 '빅보이'는 어른과 아이의 시선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작가의 작업태도를 포함한다. 이 둘의 단어는 상관없는 단어의 조합처럼 보이지만 작가의 특성을 가장 적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공간 벽면에 300여점의 작품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이번 전시는 삶 속에서 또는 그림 작업을 하면서 일기를 쓰듯 모아놓은 글과 일상의 단상들을 드로잉, 회화, 오브제, 사진 등의 다양한 매체로 기록한 작품들로 꾸며 장르를 넘나들고 접목된 체로 경계를 해체시킨다. 생활과 작업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어른과 아이의 인칭이 자유로운 그의 작품은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켜 사로잡지만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주목되는 한 작품이 아닌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다수의 주인공들로 사소한 조각조각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삶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사회, 문화, 경제 등 세상에 대한 작가의 시선으로 전환된 드로잉과 각양각색의 물건들은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내며 위트와 시대정신이 담긴 작품들로 재탄생되었다.
현대인에게 늘어진, 멈춰버린 시간은 독이다. 거기서 멍때리고 있다간 바로 아웃이다. 기록을 경신해야만 하는 선수처럼 현대인은 하루하루 자신의 한계를 사회로부터 입증시켜야 한다. 학위, 스펙, 성과, 인맥 등등을 쌓으며 전장의 최전선에 서야 한다. 사실 나에게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이야말로 알맞게 조여 놓은 볼트 같다. 삶은 너무 느슨하거나 너무 세게 조여도 문제다. 작업 같지 않은 작업, 일상의 행위까지 내 작품 목록에 들어올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나의 드로잉은 '별거 아님'과 '특별함' 사이에 있다. 진지하게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다가도, 말도 안 되는 썰만 풀다가도, 내가 무언가라도 되는 듯 아주 잘난 척하는 이 모든 사이에도 나의 드로잉이 있다. 손에 닿거나 눈에 걸리는 모든 것이 작업의 오브제다. 그리고 타자의 생각과 눈과 손까지도 나의 드로잉 안으로 들어온다. 당연히 정답은 없고, 어떻게 관계하느냐에 따라 모든 게 정답이 되기도 한다. 과일이 완전하게 익기 위해 수많은 조건이 필요하듯 나의 드로잉도 모든 조건을 열어놓은 채 익어가길 바란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진정 욕망하는 작가의 삶이다.
그림은 나의 오랜 친구다. 그가 내가 될 수 없고 내가 그가 될 수 없지만, 오랜 시간 함께해온 친구처럼 항상 곁에서 바라봐주고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주며 응원해준다. 그와는 가끔 싸우며 화를 내기도 하지만 곧바로 손을 내밀어 화해를 청한다. 그는 나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투사시키는 거울 같은 대상이다. 아주 가끔 의기투합하여 높은 산을 오르기도 하지만, 평소엔 하릴없이 거릴 싸돌아다니며 사람들 사이를 기웃거리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그것도 지루해지면 몇 달 동안 일정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 일체 간섭하지 않고 지내기도 한다. 둘 사이가 이러니 그와 나 사이엔 명확한 룰이 없다. 느닷없이 어깨를 툭 치거나, 은근히 다가가 꼬시기도 하고, 그도 여의치 않으면 억지로 끌고 함께 놀면 된다. 그림아 놀자! ■ 김태헌
Vol.20160613e | 김태헌展 / KIMTAEHEON / 金泰憲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