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6_0611_토요일_06:00pm
PT&Critic 프로그램(김도균_이성휘_이세준) / 2016_0619_일요일_04: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SPACE WILLING N DEALING 서울 서초구 방배동 777-20번지 2층 Tel. +82.2.797.7893 www.willingndealing.com
한황수 작가가 졸업 후 처음으로 이사한 곳은 작은 원룸이다. 그 방에 딸려있는 화장실에는 세면시설, 변기, 샤워기 등 기본 갖추어질 것은 다 있는데 그 화장실은 반 평 정도의 매우 협소한 공간이다. 실측을 해보고 수치로 평수를 내 본 작가는 0.4평 정도로 환산된 숫자에 아마 어지간히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었다. 작품 「0.420112」는 이를 시각화 한 시트 작업으로서 좁디 좁은 화장실의 공간 속 사물들은 전시장 벽면을 타고 늘어지며 그 형태가 왜곡된다. 작가는 이 화장실의 실 사이즈를 굳이 소수점 뒷자리까지 표기하였다. '0.420112평'이라는 숫자처럼 전시장의 한 공간을 차지하기 위하여 원래의 공간을 어떻게든 늘여놓았다. 설치된 공간의 가운데 부분, 거울이 있는 자리일터인데 작가가 직접 쓴 텍스트가 설치되어 있다. 이는 랩 형식의 가사이다. 젊은 작가의 애환이 절절한 동시에 그의 결의와 같은 패기가 느껴지는 글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 "내가 무조건 이기는 게임"은 첫 개인전을 가지는 한황수 작가의 작업관을 드러내는 키워드이다. 몇 년 전 작가의 대학 재학 중 레퍼런스로 삼고 있는 작가가 누구인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누군가를 따라 하는 것 같은 기분이라 누구에게도 영향을 받고 싶지 않다고 하였으며 자신만의 새로운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것을 원한다고 했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할 수 있는 시대에 아직 학생이기에 이런 나이브한 생각을 할 수 있겠다고 여겼다. 사진을 전공한 그는 자신이 정식으로 배우지도 않은 회화 작업을 위한 꾸준한 관찰 드로잉을 하고 있으며, 훨씬 어려서부터 써온 라임이 있는 랩 형식의 가사들을 쓰고 있다. 또한 군인 시절에 꾸준히 만든 스크랩북을 여전히 보관 중이다. 2016년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의 여덟 번째 PT&Critic 프로그램의 작가로 선정하고 이 작가의 작업 과정과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전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자신만의 이미지에 대한 강한 생각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여전히 랩 가사를 끄적이고 있으며 회화에 대한 끊임없는 배움의 욕구를 꾸준히 드로잉 북에 뱉어내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가 여전히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몰두하면서 이미지 속에서 이를 실행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이 전시의 제목이 꽤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언제나처럼 자신의 룰을 정함에 있어서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작품 「freelancer」 시리즈는 레고 박스 표면에 등장한 완성품을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만드는 방식에 대한 거부감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기존의 매뉴얼을 완전히 배제하고 스스로의 감흥에 따라 레고 블록을 쌓는다. 레고 블록이 하나씩 쌓일 때마다 한 컷씩 찍은 사진들이 겹쳐져서 하나의 이미지가 완성되는데 이는 그 누구도 따라 하기가 힘든 결과물로서 작가만의 온전한 형태가 된다. 작품 「tree」 시리즈 역시 화면의 구도와 색채 등이 작가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된 이미지로 재생산 되고 이 파편적인 이미지들이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어 작가의 통제 속에서 재현되는 '이미지적 나무' 로서의 형태를 만들어나간다.
영상 작업 「남극 탐험」은 작가가 어쩔 수 없이 명동 거리를 찍어야 하는 과제를 받으면서 느꼈던 감정에서 출발한다. 명동 거리에서의 스트레이트 포토를 통해서는 작가가 원하는 극적인 상황이나 흥미로운 변화가 없이 단조롭고 반복된 장면만이 흘러가고 있었다. 찍힌 사진 속에서 단조롭게 서있는 건물들과 행인들을 삭제하고 크고 작은 모양의 간판들만이 남겨진다. 간판들 역시 고유의 디자인은 삭제되고 그래픽 영상화면으로 전환되었다. 보는 이의 시선은 전자음과 함께 게임 속 알수 없는 공간으로 향하게 된다.
한황수 작가는 사진이라는 매체의 정통성을 부정하기 위한 방식으로 독자적인 룰을 적용하는 실험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지금 단계에서는 매체의 한계와 형식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컴퓨터 그래픽 툴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데 작가는 그래픽 툴에 의해 색상, 화면 구성 등 변화무쌍하게 이루어지는 작업 과정과 회화적 행위와의 유사성을 이야기한다. 때로는 이미지를 물리적 현상으로서 다루고자 하는 시도도 보인다: 「freelancer」에서 사용된 디아젝 프레임 기법에 의한 표면의 반사(reflection) 효과는 사진 자체가 가지고 있는 공간 이미지로부터 또 하나의 환영적 레이어를 생성함으로써 재료의 성질 자체에서 발생하는 현상학적 체험을 유도하고 있다. ● 이번 전시에서 순수하게 작가 개인의 입장에서 읽힐 수 있는 작품의 제목 "내가 무조건 이기는 게임"은 사실 예술에 있어서 -이러한 한계지음 역시 이 제목을 협소한 의미로 만들어버릴 수 있지만- 누구에게나 해당할 수 있다. 특히 현대미술에서는 많은 논란과 해결되지 않는 모순적 상황들이 산재하고 있는 와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전시 제목이 한황수 작가의 개인적 도발로서만 읽혀지지만은 않는다. 각자는 자신이 이기는 게임을 연구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 게임은 어디서나 일어나고 있으며 심지어 나 스스로 묶어 둔 법칙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행위가 되기도 하다. 절대적이라고 여겨지는 현상으로부터 모종의 변칙이 실현 가능하다고 믿을 수 있는 바로 그 곳이 예술 분야 아닌가 말이다. ■ 김인선
Vol.20160612e | 한황수展 / HANHWANGSU / 韓黃水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