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시간의 창

허수빈展 / HEOSUBIN / 許琇斌 / installation   2016_0610 ▶ 2016_0628

허수빈_다른 시간의 창展_서울시창작공간 문래예술공장_2016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51030g | 허수빈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6_0610_금요일_06:00pm

후원 / 서울시_서울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서울시창작공간 문래예술공장 SEOUL ART SPACE MULLAE 서울 영등포구 경인로88길 5-4(문래동1가 30번지) 1층 스튜디오 M30 Tel. +82.2.2676.4300 www.sfac.or.kr

알 수 없는 시공간으로 접속하는 세 개의 창 ● 동시대 미술에서 장소(Place)와 공간(Space)은 좀 다르게 이해된다.대개 장소는 특정한 지역이나 지점 등의 물리적 환경을 의미하고 공간은 그 장소에 특정한 시간과 기억이 결합되어 생성된 추상적 상태를 가리킨다. 개별적 혹은 집단적 주체의 개입여부에 따라 하나의 대상이 장소가 되기도 하고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주체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하기에 공간은 끊임없이 유동하고 변모하며, 생성되고 소멸된다.

허수빈_다른 시간의 창展_서울시창작공간 문래예술공장_2016
허수빈_다른 시간의 창展_서울시창작공간 문래예술공장_2016
허수빈_다른 시간의 창展_서울시창작공간 문래예술공장_2016

허수빈의 전시가 열리는 장소는 여느 전시장과 좀 다르다. 이 곳은 과거 왕성한 생산력을 자랑하던 공업단지 내의 건물답게 아직 남아있는 생산 설비들이내부의 환경을 이루고 있다. 공장으로서의 시간을 가지고 있었던 이 장소는 다시 한동안 서울시가 운영하는 창작스튜디오로 사용되면서 많은 작가들의 거주와 창작, 전시와 토론의 장소로 존재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스튜디오로서의 기능을 제거당한 채 지극히 일반적인 전시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하나의 장소가 선명하게 다른 영역의 집단적 기억들이 중첩된 공간들로 존재해왔고, 지금은 그 선명함이 지워진, 모호한 상태로 남아있다.

허수빈_다른 시간의 창展_서울시창작공간 문래예술공장_2016
허수빈_다른 시간의 창展_서울시창작공간 문래예술공장_2016

여기에 놓인 허수빈의 작품'다른 시간의 창' 또한 몇 가지 시공간이 중첩된 공간으로 존재한다. 전시공간을 꽉 채우는이 설치를 하나의 작품으로 간주할 수 있고 동시에 세 개의 작품이 합쳐진 하나의 공간으로 여길 수도 있겠다. 작품 속 세 개의 창은 각각 세 개의 다른 시공간을 향해 열려있다. 작가가 설정한 것은 각각 아침 6시, 낮 2시, 밤 10시의 어떤 장소들이다. 이 시공간은 설명적 의미를 갖기보다는 일종의 상징으로서 모호한 분위기를 표현한다. 작품은 중첩된 시공간이 결합된 모종의 공간으로 존재한다. 더욱이 밤 10시에 해당하는 작품은 그가 2년전 부산에서 진행했었던 장소특정적 프로젝트‘오로라’의 재연이다. 다른 작품에서 접속되었던 모종의 시공간이 또 한번의 시공간을 만나 중첩되어 있다.

허수빈_다른 시간의 창展_서울시창작공간 문래예술공장_2016

그의 작품 속에서 설정된 시공간은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일상적인 작가의 자기 고백이다. 딱히 고백이라고 할만큼 구체적인 내러티브를 갖진 않으나, 누구나 공유하는 보편적인 감정으로 설명하기엔 너무 내밀하다. 때문에 그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면 먼저 감정이입과 거리두기 사이의 모호한 망설임을 경험하게 된다. 적극적으로 이입되기엔 왠지 부끄럽고 철저히 남의 것으로 여기기엔 너무 익숙하다. 그만큼 대상이 가깝게 다가온다. 이것은 허수빈의 작품이 가진 매력이다. 그의 작품 속에서 감지하게 되는 호기심, 관음증, 허무감, 상상력 등은작가의 내밀한 정서적표현임과 동시에 우리 모두가 매일 경험하는보편적인 감정들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이입되게 만드는 것은 이 공간이 작가의 내밀한 감성의 가감 없는 고백이기 때문이다.허수빈의 작품 속에서는 이 내밀한 정서가 지극히 자연스럽게 공유된다. 작가의 유려한설치감각이 그러한 자연스러움을 생성해낸다. 간결하면서도 집요하게 재현된 그의 설치에정밀한 조명 제어까지 곁들여져 강력한 생명력이 발현되고 있다. 이 생명력은 마치 그것이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리얼리티의 구현을 위한기술력이 아니라 관람자가 그 모호한 정서 속으로 자연스럽게 이입되게 만드는 감상적 힘이다.

허수빈_다른 시간의 창展_서울시창작공간 문래예술공장_2016

여러 시공간이 중첩된 그의 작품을 구조적으로 파악하여 분석하는 것은 익숙한 비평적 반응일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 앞에서 나는 비평의 익숙한 틀을 유보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작품과 인식의 경계선을 긋기보다는 그냥 그 시공간의 유동 속에 같이 흘러가고 싶은 마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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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비평가인 할 포스터(Hal Foster)는 익히 알려진 저서『실재의 귀환』에서 장소 특정성은 통상 '타자성(alterity)'에 의존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즉 특정한 장소를 분석하고 거기에서 새로운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작가의 작업은 기본적으로 타자의 입장에서 새로운 시공간을 접하면서 완벽한 분리와 대상과의동일시라는 양 극단을오가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즉 분석은 대상과 나 사이의 분명한 구분이 있을 때 가능하며, 사유하는 작가는대개 대상으로부터 타자화된 다른 존재로서의 입장을 갖는다는 것이다.그런데 허수빈의 작업은 이러한 타자성의 개념을 스스로 무화시킨다. 이것은 그의 작업의 출발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장소를 분석하는 주체로서 장소 앞에 서 있는 작가가 아니라 자신의 기억과 거기에 중첩된 내밀한 감정을 공간의 형식으로 표현해내는 방향을 택했기 때문이다. 공간은 그의 유동하는 기억의 표현으로 존재하며, 주체와 대상의 구분은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그래서 일견 장소특정적 프로젝트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어쩌면 회화의 영역에 더 가까운 게 아닐까?

허수빈_다른 시간의 창展_서울시창작공간 문래예술공장_2016

그의 작품이 가진 이러한 특별함은 그가 공간의 유동성을 체질적으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모호한 사유에 구조를 부여하기 보다 공간으로 환치시키는 조형적 감각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 작품 앞에 선 관객이 작품을분석하거나 파악하기보다 그 유동하는 시공간의 흐름 속에 자신을 맡기고 같이 유영하라고 말하고 싶다. 거울이 거울을 마주하면 무한대의 깊이가 생성되듯이 시공간의 유동성이 새로운 시공간과의 완벽한 조우를 허락한다면 그 속에서 무한대의 시공간이 창출되는 것이다. 그의 작품 속에서 우리는 감정의 배회를 충분히 즐겨도 될 것 같다. ■ 고원석

허수빈_다른 시간의 창展_서울시창작공간 문래예술공장_2016

아침6시 출근 ● 벌써 이 집에 이사 온지 2년이 넘었는데 난 아직도 저 집에 누가 사는지 모른다. 내가 아는 건 아이들 취향의 벽지, 주방 창틀 위에 코카콜라병에 담긴 건 분명 간장일 것이라는 것, 늘 요맘때 들리는 샤워소리 정도. 남의 집을 들여다보는 건 예의도 아니고 오해 받을까 맘도 불편하지만, 답답해서 창을 열면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게 불가피하게 슬쩍 옆집을 관찰하다가도 1.4m 그 좁은 공간에선 나와 타인의 삶의 먼 간극 때문인지 알 수 없는 버거움과 무게감이 느껴져 창문을 얼른 닫고 훔쳐보기를 한동안 멈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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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2시 그냥 집에 있다. ● 나처럼 평일 낮2시에 그냥 집에 있는 사람들이 많을까... 아무튼 오늘도 미세먼지 뿌연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건너편 옥상 너머로 고개를 뾰쪽 내민 머루포도나무 잎사귀와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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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10시 오로라-오마주 ● 2년 전에 오로라에서 일했던 그녀의 방에 들어간 적이 있다. 그녀가 이사간지는 이미 오래된 빈방 이였지만 창가에 피어난 오로라에선 분명 그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오로라가 또 다시 창가에 피어 오르고 있다. 이번엔 그전과는 반대로 맞은편 건물에서 그녀의 창을 들여다보고 있다. 데쟈뷰인가....아니면 지금이 꿈을 꾸는 것인가.... ■ 허수빈

Vol.20160610j | 허수빈展 / HEOSUBIN / 許琇斌 / 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