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축제

김명규展 / KIMMYONGKYU / 金明奎 / painting   2016_0603 ▶ 2016_0611

김명규_축제1_89×106cm_2016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51221d | 김명규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6_0607_화요일_05:00pm

프리뷰 / 2016_0603_금요일

기획 / ARTWA www.artwa.net

관람시간 / 11:00am~08:00pm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Hangaram Art Museum, Seoul Arts Center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406(서초동 700번지) 제7전시실 Tel. +82.2.580.1600 www.sac.or.kr

찰나의 순간을 낚아채듯, 내 안의 영감을 드러내다 ● 김명규의 그림엔 온통 영롱한 물방울다이아를 닮은 형상들로 빼곡하다. 알알이 맺힌 방울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떤 형상들이 드러난다. 그것은 사슴이기도 하고, 나무가 되는가 하면, 사자 혹은 말과 곰, 하마 등을 만들어낸다. 그보다 더 극적인 장면은 찬란하게 빛나는 드레스 차림의 한 무리가 등장하는 순간이다. 마치 새벽별빛이 잠든 아침이슬처럼 '극적인 아름다움'으로 수놓은 드레스 향연이 펼쳐진다. 고고하게 선 나무 혹은 화분을 표현한 장면에선 밤하늘 은하수를 통째로 품고 있는 듯 숭고함과 경건함이 동시에 풍겨 나온다. 일일이 그린 것 같기도 하고, 특정한 패턴을 전사(轉寫)해놓은 것에 리터치 한 것 같기도 하다. 화면의 물감 층은 그리 두텁지 않은데, 이미지들은 꽤 많은 단계를 거친 듯하다.

김명규_축제2_89×106cm_2016

작품의 제작과정이 무척 흥미롭다. 결론부터 말하면 '무기교의 기교'를 보여준다. 우연성이 빚어낸 시각적 요소들이 눈길을 끈다. 작품은 전체적인 색감연출에 대한 구상으로부터 시작된다. 이후엔 물감을 뿌리거나 흘리는 과정을 반복한다. 재료와 도구는 아크릴 수성물감과 주사기를 사용한다. 간혹 아크릴 물감에 주사기 바늘구멍이 막혀 뿌리는 리듬감이 흩어지기도 하지만, 흩뿌려진 화면은 며칠이고 잠재우며 바라보길 반복한다. 그 와중에 '어떤 생각 혹은 형상'이 확연하게 떠오를 때면, '찰나를 낚아채듯' 순식간에 그 사라져 가는 '영감의 거품'을 좇아가며, 빠른 붓질로 어렴풋했던 형상들을 구체화 시킨다. 그래서 김명규 작품의 중요한 구성요소 중 하나를 '즉흥적인 육체노동'과 '명상에서 빚은 영감'의 조화로움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김명규_축제3_89×106cm_2016

김명규가 작품에 담아내는 형상들은 미리 계획되거나 의도된 것이 아니다. 오로지 순수한 영감을 그만의 고유한 채널을 통해 받은 결과물들이다. 거의 무작위 혹은 무의식적인 단계를 거쳐 등장한 화면 위의 결과물들은 그래서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육체적이고 체험적인 흔적과 무위적이고 정신적인 영성(靈性)이 혼재된 상태를 보여준다. 시작은 즉흥적인 손놀림으로 시작되지만, 언제 어떻게 멈추고 강약을 조율할 것인가는 오로지 작가의 선택이다. 이성과 감성, 의식과 무의식 등의 양면성을 구사하는 것은 결국 김명규 자신만의 변별력을 찾아가는 조형적 실험의 과정이다. 생각은 늙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수년 전의 작품이나 최근의 작품이나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처음 생각의 생명성이 온전히 스며든 작품의 리듬감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김명규_기억3_162×130cm_2016

"나의 그림은 기술적 부분에서 수묵화를 언급해야 합니다. 수묵화에서는 여백과 먹의 붓 자국이 커다란 대비를 이루며 양극의 대비가 작품에 힘을 더합니다. 좀 더 들여다보면 우리는 각각의 다른 것과 만남을 통해 새로운 생각을 유추하거나 발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국경과 국경의 경계에서 그들은 교류하고 활력을 얻게 됩니다. 이때 우리가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가 싹이 틉니다. 축소 확대하면 '육체와 정신'이라는 관계도 결국 '양극의 관계'라 할 수 있겠습니다. 육체는 지극히 제한적이어서 제1에너지라 가정한다면, 정신은 그것을 움직이는 제2에너지이고, 전체를 관장하는 또 다른 제3에너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말하는 영감이란 나에게 있어 제3에너지라 생각됩니다." (김명규)

김명규_환상3_162×130cm_2016

김명규의 말처럼, 그는 '영감'에 대한 개념을 분명히 정의하고 있다. 육체와 정신을 동시에 관장할 수 있는 에너지로 여긴다. 의도된 듯 무위적인 행위로 작품을 제작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때문에 김명규가 선택한 조형어법은 가장 원초적인 그리기 행위인 뿌리기와 흘리기인 셈이다. 즉흥적 시도로 얻어낸 흔적들은 마치 무의식의 꿈속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김명규만의 몽유도원도'나 마찬가지이다. 이 모든 과정이 무척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것은 그가 한국화와 서양화를 동시에 습득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홍익대학교 시절 한국화 전공이력에 프랑스 파리 유학시절 체득한 서양식 조형의식은 그에게 매우 긴요한 경쟁력이 되었다. 어쩌면 화면 전체를 메우고 있는 하늘이나 물방울 거품 형상들은 한국화의 구름이나 안개처럼 '새로운 여백의 운용'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 더불어 김명규의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는 물의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인간에게 있어 물은 매우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생명성의 고향이자, 치유의 원천이며, 무의식과 의식이 교감하는 채널이다. 또한 육지와 하늘, 즉 고체와 기체의 중간층으로써 '중천(中天)'의 역할을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내면 깊숙이 '경험하지 않고도 무의식의 단계에 근접할 수 있는 염력'을 지니고 있다. 대기에서 숨 쉬며 살아가는 인간은 누구나 물속에 들어가면 죽는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누구나 또 그 물에서 태어났다. 어쩌면 물속에서의 죽음은 또 다른 생명으로의 환생인지도 모른다. 김명규는 끝없이 반복되는 생명의 순환고리인 '윤회적인 진리'를 동심원을 그리는 물결로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김윤섭

Vol.20160606c | 김명규展 / KIMMYONGKYU / 金明奎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