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6_0604_토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그리다 GALLERY GRIDA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2길 21(창성동 108-12번지) B1 Tel. +82.2.720.6167 www.gallerygrida.com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부재를 겪은 후, 기억을 상기시킬 때 내 안에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과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함께 공존한다. 남겨진 사진 속 과거 모습은 현재의 부재를 더욱 명확하게 해주었기 때문에 그 모습을 마주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과거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에는 언제나 불안과 슬픔이 동반했고 전체 이미지를 보는 것을 회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 대상을 바라보던 나의 시점을 되살렸다.
낯설고 불편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나는 시선을 정면에 두지 못하였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낮아졌고 작은 부분들을 응시하게 되었다. 작고 미세한 손의 움직임과 굳게 다문 입 맺음새 그리고 특유의 옷 매무새. 이러한 부분들을 통해서 나는 대상의 감정을 읽었다. 부재로 인한 심리적 결핍은 남겨진 사진들을 볼 때의 시점에도 영향을 주었다. 사진을 보는 나의 시선은 전체가 아닌 특정 부분으로 향한다. 그렇게 나의 시선이 닿은 부분들을 크게 혹은 작게 잘라낸 후 지속적으로 그려내었다.
존재하였으나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은 것들이 사진 속에 담겨있다. 떠나버린 존재들은 말을 할 수 없다. 잘려진 이미지들은 부재하는 대상의 일부가 되어 방백처럼 내게 말을 하고 있다. 마치 무성영화 속 제스처 같이 소리 없이 이야기를 전달한다. 나는 과거와 현재 사이의 비어있는 시간들을 새롭게 재현된 연속적인 이미지들로 채운다. 사진에서 잘려진 이미지들은 회화로 재현되면서 본래의 의미에서 벗어나진다. 애도의 슬픔이 옅어지고 또 다른 감정으로 이어지듯이, 잘려진 이미지들은 새롭게 그려지고 집단화 되면서 또 다른 의미를 형성한다. 이 끝나지 않는 과정의 작업은 계속 진행될 것이고 그것들이 모이는 공간은 계속해서 이야기가 유보되는 공간이 된다.
보이지 않는 부분들과 생략된 부분들은 보는 이에게 상상의 여지를 주고 과거 기억을 상기시켜 줄 것이다. ■ 임지민
Vol.20160604f | 임지민展 / LIMJIMIN / 林志珉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