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50421e | 임동승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6_0601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3 GALLERY3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11(인사동 188-4번지) 3층 Tel. +82.2.730.5322 www.gallery3.co.kr
망원경을 거꾸로 들여다 보기, 혹은 (안) 친숙한 것의 망령과 사귀는 법 ● 임동승 작가의 그림은 어딘가 거꾸로 들여다 본 망원경 속의 세상을 닮았다. 대상을 제 앞으로 끌어당겨 그 본질을 쥐어채려 드는 대신, 오래된 망원경 하나를 뒤집어 들고 긴 숨을 고르며 세계를 관조하는 작가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는 두 번째 개인전 『친숙한 것들에 관하여』 이래로 어디선가 눈 앞을 스쳐지나간 찰나를 마치 영원의 관점에서 다시 소환해낸 듯한 독특한 풍경화을 선보여 왔다. 강상중姜尚中(도쿄대 명예교수)이 적절히 지적하듯 이들 작품에는 '보는 이를 위압하는 존재감/자기주장presence' 과는 질을 달리하는 동양화적 기품이 어려있다. 다만, 그가 빚어낸 이미지들은 고요하고 사색적이되 결코 몽롱하게 부유하는 일이 없다. 작가는 대상을 긴장 없이 풀어두지 않으며 스스로의 위치와 시선을 지워버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순간 순간 일상보다 훨씬 더 또렷하게 세계를 비춰내곤 한다. 마치 뒤집어 본 망원경의 상이 그러하듯 말이다
그런데 '뒤집힌 망원경inverted telescope'으로 세상을 보는 이는 불가피하게 망령spectre에 시달린다.(Benedict Anderson, The Spectre of Comparisons: Nationalism, Southeast Asia and the World) 여기/다른 곳, 친숙한/낯선 것, 순간/영원 사이의 틈새를 보는 이는 어느 한쪽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는 채로 언제까지고 뇌리를 떠나지 않는 이중의 영상haunted double vision 을 벗삼아 이미지를 담금질하도록 운명지워진다. 작가는 낯선 독일에 체류하면서 혹은 인적 드문 강원도 양구에서의 작업을 통해, 어쩌면 철학도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러한 운명을 받아들이고 '(안) 친숙한 것의 망령'과 사귀는 법을 연습해왔는지도 모른다.
세 번째 개인전의 대작 '세바스찬씨의 열반'에 이어, 작가는 동서양 회화의 전통적 소재나 대중매체 속의 다양한 도상을 재구성하는 의욕적인 실험을 거듭해 왔다. 이때 흥미로운 점은, 친숙한 것을 망원경으로 멀리 두고 봄으로써 생겨나는 거리/공간을 채우는 독특한, 가히 '온유돈후溫柔敦厚'라 할 만한 어떤 방식이다. 일견 세태풍자도인가 싶은 그림이라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화가는 작은 터치 하나에서조차 결코 섣불리 세상을 업신여겨 비꼬거나 차갑게 몰아세우지 않는다. 다만 발치를 견고히 다지고 선 채로 기존 이미지들의 삶에 조심스레 개입하면서 '구경거리spectacle로서의 세계' 그 자체에 대한 탐구를 거듭할 뿐이다. 그래서인지, 수 천년래의 성속聖俗을 가로지르는 이미지들의 향연인 「유혹 맞대결」에서는 '질탕한 데에 이르지 않는 은근한 즐거움樂而不淫'이 배어나오고, '거의 난국들로만 이루어진 우리의 역사'(W.G.제발트 '토성의 고리') 에 대한 애잔한 패러디 「폐허속의 사색자들」은 '마음에 칼질하지는 않는 구슬픔哀而不傷'을 자아내는 지점에 머문다.
바로 그 곳에서 우리는 어떤 안이한 의미론적 해석도 부질없어질, 다만 형형색색으로 어우러지는 빛의 조성spectrum만이 길잡이로 나서는 공간으로 이끌어진다. 세계/타자를 욕망하고 진단하며 또 포획하는 망원경이라는 지극히 폭력적인 장치를 굳이 뒤집어 들되 지금 선 자리를 망각하지 않기, 자신과 현실을 긍정/부정하는 변증법에 결코 사로잡히는 법이 없는 망령과 더불어 사귀기를 배우기. 이러한 미더운 자세야 말로 임동승의 그림이 발하는 빛나는 미덕이 아닌가 싶다. ■ 정호석
Vol.20160602d | 임동승展 / LIMDONGSEUNG / 林東昇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