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적요(江山寂寥)-스며들다.

이흥재展 / LEEHEUNGJAE / 李興宰 / photography   2016_0525 ▶ 2016_0530

이흥재_끌어안다_한지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66.7×100cm_2016

초대일시 / 2016_0525_수요일_06:30pm

후원 / 전북도립미술관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인사아트센터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JEONBUK PROVINCE ART MUSEUM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관훈동 188번지) 6층 Tel. +82.2.720.4354 www.jma.go.kr

멈추어 보다. 고요하다. 산은 강 속으로 강은 산 속으로 서로 스며들어 강과 산 모두 하나가 되었다. 적요(寂寥) 속에서 생명의 신화가 피어난다. 빛은 어둠속으로 스며들어 사진 속 상(像)이 되고 다시, 한지 속으로 스며들어 하나의 이미지가 되었다. 눈이나 비가 오는 날, 눈이나 비가 아니라 온몸으로 공간을 지각하고 그 느낌을 사진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다. 세잔은 눈보라 몰아치는 날은 색이 뛰어다니다 잠시 숨을 몰아쉬면서 쉬는 것이라고 했다. 세찬 비바람이 불 때 빗줄기가 움직이는게 아니라 색이 달려가는 것이다. 비 오는 날 상관저수지 수면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무채색의 색들이 어린아이들 놀이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새끼 불재를 구름이 휘감고 도는 것은 색들이 살아서 산책하기도 하고, 빠른 걸음으로 걷기도 하며, 때론 마치 뛰어가는 것처럼 움직이는 것을 사진으로 그려보고자 했다. 세잔이 생트빅트아르산을 20년 동안 오르며 그림을 그리고, 모네가 43세에 지베르니에 정착하여 43년간 수련 연작을 그렸다는 일화를 매일 마음에 새기며, 자연 속에서 삶의 의미를 그려보고자 한다. ● 매실은 시고 / 소금은 짤 뿐이지만 / 아름다움은 / 시고 짠 맛 / 그 너머에 있다 / 당나라 시인 사공도(司空圖)의 말을 화가 황재형 선생이 전해주었다. / 항상 수졸(守拙)하며 사람들 삶 속에 스며들고자 한다. ■ 이흥재

이흥재_멈추어보다_한지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07×226cm_2016
이흥재_무심(無心)_한지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07×190cm_2016

강산 적요 -『스며들다』에 스며들다 ● 강산 적요(江山 寂寥). 강산 적요는 침묵의 공간에서 내면세계를 들여다 본 결과물이다. 뭔가 태풍 같은 것이 지나가고 난 다음의 고요한 순간이다. 그렇다고 정적(靜的)인 세계만의 것도 아니다. 백조처럼 겉으로의 우아함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속으로의 부단한 움직임을 수반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의 자연 역시 그렇다. 정중동(靜中動)이라 해야 할까. 적막강산이다. 산중에 사람하나 보이지 않는데 물은 흐르고 꽃은 피고 있는 것이다. 수류화개(水流花開), 그것이 우리네 삶의 단면이다. 산중에 꼭 사람이 있을 이유는 없다. 멈춰 서서 조용히 바라보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정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네가 그렇다." 여기서 '너'는 자연의 한 부분일 수 있고, 어쩌면 나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진실일지도 모른다. 강산 적요. 이흥재의 신작 사진작품이 자아내고 있는 인상이다.

이흥재_생명의 신화_한지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07×160cm_2016
이흥재_스며들다_한지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07×160cm_2016

이흥재의 신작 사진작품은 무엇보다 '고요함'을 선사한다. 사진작품이지만 현란한 색깔이나 복잡한 구성을 보여주지 않는다. 흑백으로, 그것도 무덤덤할 정도로 단순한 자연의 한 구석을 보여준다. 정말 그렇다. 각광받고 화려한 중심부가 아니다. 황홀하지 않다. 다만 쓸쓸하고 조용하고 외진 곳, 그곳에 애정의 눈길을 담았다. 자연 소재라 하여 명승지의 절경이 아니다. 평범하고 평범한, 그렇고 그런 곳이다. 심심하고 후미진 곳을 렌즈에 담았으니, 사진전의 첫 인상은 강력하지 않을 것이다. 겉으로 역동적이지 않다하여 속까지 그럴까. 이흥재의 신작 사진은 수묵화를 보는 것 같다. 흑백 수묵화. 게다가 이번 사진작품은 사진 인화지 대신 전통 한지를 사용했다. 반짝거리는 인화지를 거부하고, 깊이 스며드는 한지의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 강산 적요에 스며들기의 주제를 표현 하는 데 적합한 재료인 것이다. 이흥재의 자연은 수묵화 세계와 직결되고 있다.

이흥재_아름다움은 그 너머에 있다_한지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40×60cm_2016

전통 한지는 작가가 살고 있는 전주지역의 특산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흥재는 전주 근교의 평범한 풍경을 전통 한지에 담아 새로운 세계를 펼쳤다. 이흥재 작품의 현장은 전주 근교이다. 외지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곳이다. 대개 전주의 동남쪽 지역이다. 그러니까 큰 불재, 작은 불재, 새끼 불재 같은 옛 고개길 주변이다. 부근에 상관 저수지가 있고 구이 저수지가 있다. 이흥재는 한때 전북도립미술관 관장을 지냈다. 미술관 출근을 하면서 눈에 익숙했던 주변 풍경이 바로 이번 사진작품의 소재로 '격상'되었다. 일상생활 속에서 눈에 익은 것들의 집합이다. 퇴임 이후 멈춰 서서 천천히 바라보아 얻은 자연의 속살들이다. 침잠의 결과, 바로 바람이 지난 이후의 내면 풍경이다. ■ 윤범모

이흥재_태초의 빛_한지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66.7×100cm_2016

바람이 세찬 겨울 밤입니다. 많은 것들이 흔들립니다. 흔들리는 것은 바람이 불어 그러하겠지만 다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자세히, 꼼꼼히 둘러보면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흔들립니다. 당신의 사진에서 보여진 흔들림처럼. 신경림님의 싯귀처럼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이처럼 스스로가 스스로를 산출하는 자립, 자율은 이렇게 아프고 시렵게 흔들리며 존재하는 것이겠지요. 종종 우리는 당연한 아픔을 받아들이기 싫거나 자신이 감당할 슬픔의 무게를 잊으려고만 합니다.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은 예술이란 '자기 것의 표현이 아니라 자기 것을 넘어서는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덧붙입니다. '우리 모두가 지금 여기에 있으면서 여기에 있는 이 일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 원죄라고' 보는 일과 셔터를 누르는 일이 따로가 아니며 보는 대로 셔터를 누르는 일은 세상을 내 마음에 맑게 비치는 수련의 하나입니다. 그렇게 맑게 비치는 일을 통해 나는 내 안팎의 있는 그대로와 만날 수 있으며, 내 속에 애초부터 있어온 시들지 않은 알맹이를 꽃피워 낼 수 있습니다. ■ 황재형

Vol.20160525f | 이흥재展 / LEEHEUNGJAE / 李興宰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