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6_0516_월요일_05:00pm
주최 / 코오롱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스페이스K_과천 SPACE K 경기도 과천시 코오롱로 11(별양동 1-23번지) 1층 코오롱타워 1층 Tel. +82.2.3677.3119 www.spacek.co.kr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_과천에서 신진작가 기획전 '코쿤 2016(COCOON 2016)'을 개최한다. 해마다 역량 있는 작가들을 발굴해온 이 전시는 올해 5회를 맞이하여 정유미, 지지수, 허보리 등 세 명의 작가를 선보인다.
화가 정유미는 공간의 안과 밖, 경계의 개념을 새롭게 해석하며 그 의미의 외연을 확장시키는 한편, 지지수는 개인의 삶을 뒤흔든 가족에 대한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가부장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병폐와 인간사의 이면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양복과 넥타이를 재료로 무기를 연출한 허보리는 치열한 노동 현장에 나선 오늘날 가장들을 조명한다. 이렇듯 기성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이들 세 작가는 회화와 설치, 영상 등 각기 다른 매체로 저마다의 독특한 시각 언어를 구사한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시각상을 발견하는 이번 '코쿤 2016'에서 그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역량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유미는 '막(screen)'의 의미를 다층적으로 해석하며 공간의 안팎과 그 경계에 대한 개념을 시각화한다. 공간을 분할하는 파티션 형상의 작품 「Outside Scene」은 공간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은 채 빛이 통과할 수 있는 모호한 구조를 띄는데, 이동을 암시하는 바퀴가 명확한 공간 구획을 끊임없이 유보시킨다. 분리와 연결의 이중적 속성을 가진 반지하나 반투명에 주목한 작품들에서도 역시 그 모호함의 틈새는 열려있다. 다양한 곳에서 경험한 공간에 상상력이 결합된 그의 작품은 이른바 '경계'를 어떤 형태로든 확장될 수 있는 가능태로 남겨 놓는다. 이러한 경계에 대한 관심은 주체를 둘러싼 외부세계와 지속적인 관계 맺기를 통해 외연을 넓히는 기제로 작동한다.
지지수는 친밀감이 바탕이 되어야 할 가족애가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사회적 관계로 변질된 자전적 경험을 회화와 조각, 영상 작업으로 담아낸다. 덧없는 현세를 주제로 한 서양 정물화 양식인 바니타스(Vanitas) 위에 어린 아이의 서툰 낙서가 부조화를 이루며 아버지에 대한 기억 속 이미지와 실재 이미지의 양가성이 충돌하는가 하면, 닮은꼴을 배태한 데칼코마니 기법을 통해 자기의 근간으로 영원히 존재하는 아버지의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드러낸다. 한편 작가 자신의 신체를 적극적으로 등장시킨 영상작품에는 말을 할 수 없도록 혀를 양손가락으로 누르며 억압하는 행위를, 눈이 배수구 망 위에서 쌓이지 못하고 그 아래로 계속 새어나가는 장면은 아버지의 부재와 그 그림자를 은유적으로 담아낸다. 가족사에서 비롯된 심리적 상흔을 들여다본 그의 작품은 작가 개인의 콤플렉스를 고백하는 것에 한정되기 보다는 자본주의와 가부장적 권력이 일으키는 사회적 병폐와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사에 대한 고찰로 확장된다.
허보리는 이번 전시에서 양복과 넥타이로 제작한 '무기'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 연작은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은 속으로 감춘 채 양복과 실크 넥타이라는 사회적 가면으로 무장하고 생계 현장에 나선 아버지들의 치열함을 전쟁터에 비유한다. 작가는 남성 혹은 가장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 이 소재들로 탱크와 자동소총, 수류탄 등의 무기류를 정교하게 구현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부드러운 소재의 패브릭은 휘어진 총구나 포근한 촉감을 연출하며 무기의 공격성과 파괴력을 상쇄시킨다. 여성적 행위로 대변되는 바느질을 통해 무기의 고유한 속성을 전복하는 그의 전략은 주체와 타자라는 등위에 놓여왔던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새롭게 하는 동시에 세상살이의 힘겨움을 토로하는 현대인에 대한 초상으로 은유된다. ■ 스페이스K_과천
Vol.20160516f | 코쿤2016 COCOON2016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