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6_0512_목요일_05:00pm
오원배展 / 1,2 전시장 김태호展 / 3,4 전시장
관람시간 / 10:30am~06:30pm
갤러리밈 GALLERY MEME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3 Tel. +82.2.733.8877 www.gallerymeme.com
드로잉은 사유를 기록하는 지성적 매체다. 물질적 대상 너머 정신성을 지향하는 과정을 외형화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철저히 개인적인 매체이기도 하다. 무언가 시작되는 순간의 긴장감 또는 즉흥성 같은 감성들을 날 것으로 드러낸다. 현대미술이 창작활동의 결과물로서의 완결된 형태가 아닌 의도와 과정에 집중하게 되면서 드로잉은 순간적 감흥, 내밀한 욕망,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 등을 담는 표현방식이 되었다. 작업의 과정이란 직접적인 제작행위에 직관, 무의식, 내면의 필연성 등 어떤 가치를 수반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들로 구현된다는 점에서 드로잉은 작가의 내적 리얼리티를 반영하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완결된 질서를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드로잉의 미완의 전략은 관람객의 상상력을 더욱 강렬하게 자극하기도 한다. '뉴 드로잉 NEW DRAWING'은 작가의 정신적 근원과 예술적 원천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는 드로잉의 기본 정의에 그 어떤 매체와 형식의 제한 없이 자유로운 영역으로 확장 가능하다는 의미를 더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내면으로부터 시작된 근원적이고 순수한 드로잉의 개념이 어떻게 매체와 형식의 경계를 넘어 자유로운 정신적 차원으로 확장되어가는지를 한국의 대표 중견작가 김태호와 오원배의 지난 30여년 간의 드로잉들과 2016년 신작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태호 작가는 비어있는 풍경들로 내러티브를 이어가는 사진들과 개인적 경험이 투사된 일상 오브제들, 그리고 기존의 회화작품들을 서사적 설치상황으로 연출하는 방식을 통해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과 함께 드로잉의 실험적 실천을 제시한다. '1984~2016'은 작가 개인의 경험과 기억들을 만남과 관계의 의미로 재해석한 설치작품이다. 플라스틱 장난감, 친구로부터 받은 오래된 편지와 같은 일상적 오브제부터 돌아가신 어머니의 인공관절과 같은 지극히 주관적 사물들을 열린 공간에 풀어 놓았다. 다양한 미술의 본질적 속성들을 열린 장으로 확장시켜 갈 수 있는, 드로잉의 독립된 매체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실존과 소외의 문제를 묵직한 조형언어로 탐구해 온 오원배 작가는 한결 단순하고 기호화된 이미지들로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여러 겹으로 붙여진 길거리 포스터를 사용해 콜라주 방식으로 제작한 작품은 마티에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티에르는 물질에의 집착의 결과이다. 대상의 사실적 표현에서 벗어나 그것의 내면을 들여다보려는 감각의 추상적 표출로서, 종이라는 무기력한 물질이 두께라는 질량과 단단한 질감을 가진 또 다른 존재로 변모하게 되면서 스스로를 추상적 영역으로 이끌어가는 과정에 대한 탐구이다. 거칠면서도 생생한 색감이 화폭을 온전히 채우고 있는 두터운 벽면과도 같은 프레스코 기법의 작품들은 미지의 연상의 공간을 제시하면서, 같은 전시공간에 설치되어 있는 1995년부터 2016년까지의 드로잉들과는 확연히 다른 드로잉에의 접근방식을 보여준다. ■ 갤러리밈
드로잉이란 매우 정신적인 행위다. ...무엇을 그린다는 행위는 그 무엇과의 '유사함'을 잡아내는 것으로, 그 '잡아냄'의 과정에는 '지각知覺'과 '개념槪念'을 '끄집어내는' 것을 스스로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린다는 행위는 대상의 '본질'과 '핵심'을 형식에 담겠다는 의지를 포함한다. 따라서 드로잉은 무언가 활동적인 상태의 행위나, 그 행위의 결과보다 훨씬 더 많은 '활성도'를 포함하고 있다. 그것은 현존의 유사성을 만들어나가는 표면과 공간에서의 기술적 행위일 뿐만 아니라, 무언가 현존의 상태를 대체하거나 복구하려는 '사회적 공간'의 활동(적어도 관찰자를 위한)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드로잉은 '소통'을 위한 '유비쿼터스ubiquitous'의 가장 현대적인 시스템일 수 있다. 돌이켜 생각하면, 재현과 추상의 드로잉에 관한 모더니즘의 역사와 개념을 소극적으로 이해하면서 그 둘 간의 갈등이 유독 심했던 곳이 한국 미술계였다. 심지어는 '추상'이 권력화되어 지금까지도 보이지 않는 정치력을 행사하고 있는 게 또한 우리 미술계의 실정이다. 필자는 그 대열에 작가 김태호를 포함시키지 않는다. 왜냐하면 다르기 때문에 추상이라고 다 같은 추상이 아니듯이 모노의 느낌이 있다고 모두 단색화는 아니다. 확장된 개념으로서 드로잉이 추상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며 김태호의 추상을 다시 생각한다. (김태호 전시 서문 '그리기와 그리지 않기 혹은 구체추상' 중에서) ■ 정영목
작가는 변화에 대한 강박을 받는다. 형식의 차용이 아니라 치열한 자기 극복이어야 한다. 드로잉은 기억이다. 삶의 순간순간에서 갖는 생각과 상상을 특정한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이미지화하는 것은 오래된 작업태도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기억은 나의 작업에 중요한 원형질이 되고 있으며 드로잉은 변화를 예비하게 한다. 이번 전시는 일관되게 추구했던 실존이나 소외 등 사회성 짙은 무거운 주제에서 벗어나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들과 주변의 대상들을 단순, 기호화한 표현들과 재료 자체의 속성을 드러내는 감성적 드로잉들이다. 길거리에서 발견한 여러 겹이 붙어있는 벽보를 통해서 두터운 회화의 마티에르를 떠올렸고 그것을 강조하고자 콜라주 기법을 이용하였다. 또한 치밀한 노동을 수반하는 전통적 프레스코 기법을 활용하는 작품들과 함께 나름대로 표현의 지평을 넓히고자 하였다. 드로잉은 생물이다. (작가노트 중에서) ■ 오원배
Vol.20160514g | 뉴 드로잉 NEW DRAWING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