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조각들 fragile

이상홍_박해빈_김윤신展   2016_0512 ▶ 2016_0617 / 일,공휴일 휴관

초대일시 / 2016_0512_목요일_05:00pm

오프닝 퍼포먼스 / 2016_0512_목요일_06:00pm

기획 / 살롱드에이치&김윤신(그그림)

관람시간 / 11:00am~07:00pm / 토요일_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살롱드에이치 salon de H 서울 강남구 청담동 31-2번지 신관 1,2층 Tel. +82.2.546.0853 www.salondeh.com

지금 나는 조각난 심장, 부서진 얼굴을 주워 담고 있다.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골목 모퉁이에서 고독의 사생활을 엿본다. 현실에는 도처에 죽음이 널려있고, 이는 드라마보다 비현실적이며 영화보다 폭력적이다. 누군가의 부재는 언젠가 다가올 나의 부재이다. 그래서 나는 넝마주이가 되어 누군가의 부서진 얼굴을 주워 담는다. 더 이상 짓밟히지 않도록. 그렇게 서로 다른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얼굴이 된다.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부서진 조각들이 하나의 얼굴을 만든다. ● 시대의 얼굴. / 지금 / 우리의 얼굴.

이상홍_부서진 조각들_종이에 잉크_61×45cm_2016
이상홍_부서진 조각들_종이에 잉크_61×45cm_2016

동물행동학에는 영토권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한 생명체가 특징적인 영역을 설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영토권을 설정한 동물은 동일종의 다른 구성원으로부터 그것을 방어한다. 이러한 영토권은 한 집단의 활동을 조정하고 집단을 결속시키며, 동물의 경우 영토권에 의해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식량이나 적의 출현을 알게 된다. 동물들이 유지하는 거리, 동물들이 사용하는 각자의 공간은 지나친 번식을 방지해 주변 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막고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도록 도와준다. 여기에 있어 '공격성'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수가 밀집되면 상호작용이 강화되고 그에 따라 스트레스도 점점 커진다. 심리적, 정서적으로 스트레스가 쌓이면 인내심이 줄어들고 미세하지만 강력한 변화들이 신체에 화학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이에 따라, 사망률이 급격히 늘어나는 반면 출생률은 줄어들어 이른바 인구격감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감지하는 공간에 대한 욕구는 인간 역시 마찬가지이다. 허나, 일정공간을 유지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와 달리 팽창하는 도시는 공간 부족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박해빈_Calming Night_캔버스에 유채_100×72.7cm_2016
박해빈_Deep_캔버스에 유채_80.3×116.8cm_2016
박해빈_Snow desert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13

과밀과 스트레스. 모든 것이 넘쳐난다. 은유적 공간이 좁아지고 있고, 어느새 밀려나는 중 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집으로 돌아가도 바깥이다. 경계에 가까워지고 있는지, 이미 경계 밖으로 내던져 졌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계속해서 어딘가로 움직이며 살아가고 있다. ● 매일같이 얼굴들과 마주친다. 그 얼굴들은 대부분은 희미하고, 금세 멀어지고, 그러다 잊혀진다. 타인의 얼굴에서 우리는 자신을 본다. 투영된 자신 역시 희미하고, 멀어지고, 이내 잊혀진다. 그렇게 나와 당신 사이의 거리는 있으면서 없다. 생의 완벽을 꿈꿀 수 없는 불완전체. 계속해서 그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그렇게 나는 당신의 내부의 내부가 되고, 당신은 나의 일부의 일부가 된다.

김윤신_부서진 조각들 0_in_갱지에 타이프라이팅_21×75cm_2016
김윤신_부서진 조각들 0_out_갱지에 타이프라이팅_21×75cm_2016
김윤신_내가기억해두고싶은것들_사진_10×14cm_2016

생과 사의 거대한 수레바퀴 속에서 우리는 잊어버린 애도의 언어를 읊조려야 한다. 흐느껴 울어야 한다. 그리고 살아남아야 한다. 삶이 끝나기 전까지. 이야기가 끝나고, 한 생이 끝나도, 시간은 계속되고, 역사는 쓰여진다. 이미 죽은 당신을 위해, 언젠가 죽을 나를 위해, 아직 살아있는 자가 죽음에 대해 말할 자격은 없을지 몰라도, 죽음에 대해 애도할 수는 있다. 그리고 이 짧은 글이 애도의 일부가 되기를 바란다. ■ 김윤신

Vol.20160512c | 부서진 조각들 fragile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