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6_0507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포네티브 스페이스 ponetive space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34 Tel. +82.31.949.8056 www.ponetive.co.kr www.thinkartkorea.com/gallery
「기억과 장소」에 대하여 ● 어떤 장소는 한 개인의 삶을 말해 준다. 그 장소는 살아갈 빌미를 제공해주기도 하며 작업을 하는 이에게는 작업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장소는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었으며, 모든 장소는 고유의 가치와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내가 직접 선택할 수는 없었지만 우연은 어떤 장소로 나를 데려다 주었다. 이제는 만나기도 어려운 집성촌은 실상 유년기 이후의 삶을 예비해두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더욱이 이제는 그 마을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은 상실감에 빠지게 한다. 그러나 비록 다시는 복구될 수 없다하더라도, 그 곳에 대한 질긴 기억 때문에 일련의 풍경을 제작하게 하는 동기가 되었다. 깊이 각인되어 있는 기억의 신경은 좀처럼 무뎌지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그 장소에 대한 기억은 더 도드라져간다. 문명의 혜택이라곤 전무했던 그곳이 외려 화폭과 마주하게 하는 끈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지금도 경이롭게 느껴진다.
또 하나의 장소에 대한 기억은 어느 날 내가 DMZ 한가운데에 서 있게 되면서부터다. 비무장지대는 초현실적인 풍경을 나에게 제공했다. 푸른 공간을 헤집고 들어가면서 만나는 대지의 결은 나에게 새로운 기억의 장소를 만들어주었다. 상하좌우로 펼쳐진 공간감과 팽창감, 진한 녹색 공간의 능선은 슬로우 모션으로 편집된 영상을 연상케 했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그곳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믿는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렇게도 온전한 몸을 유지한 채 빠져나오고 싶었던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거기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그 독특한 장소에 감사한다.
「기억과 장소」 시리즈는 바로 그렇게 형성되었다. 나의 풍경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풍경이다. 넌 픽션임과 동시에 픽션인 셈이다. 따라서 이 풍경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전적으로 가공의 장소도 아니다. 늘 접해 온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장소가 주는 공통적인 기억은 자연이 주는 놀라운 힘이다. 때로는 거칠지만 그 속에 담긴 섬세한 대지의 촉감은 형언하기 어려운 감동을 선사한다. 감사하게도 땅은 나에게 늘 창작의 동기를 마련해 주었다. ■
Vol.20160508e | 감윤조展 / KAMYOONJO / ???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