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6_0521_토요일_03:00pm
관람시간 / 10:30am~08:00pm / 금~일요일_10:30am~08:30pm / 5월23일 휴관 * 전시 종료일 관람시간은 오후 3시까지 입니다.
롯데갤러리 광주점 LOTTE GALLERY GWANGJU STORE 광주광역시 동구 독립로 268 롯데백화점 11층 Tel. +82.62.221.1807~8 blog.naver.com/glotteart
함박눈 내리는 어느 시골의 깊은 밤, 잠옷 바람의 한 여자 아이는 창호문을 젖힌 채 시린 마룻바닥을 밟고 있다. 잠결인지 꿈결인지, 마당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기척 탓에 아이는 추위도 잊은 듯 하다. 기둥에 매달린 옥수수 씨앗 뭉텅이, 달큰한 호박죽이 생각나는 늙은 호박 세 덩이, 탱자나무 가시와 함께 얼기설기 짜여진 싸리나무 울타리는 푸근하고, 잠옷이랄 것도 없는 내복바람의 아이가 이내 정겹다. 그러나, 눈 오는 마당을 큰 눈 뜨고 바라보는 아이의 절절함도 느껴진다. 결국에는 가슴 한 켠이 아려온다. 김병하 작가가 그린 동화책 『 엄마생각』의 한 장면이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될 법한 화폭의 그 이면에는 그린 이의 섬세한 감성과 따스함이 배어있다.
롯데갤러리 광주점에서는 푸르른 절기를 맞아 이 지역 출신의 그림책 작가를 초대한다. 그 첫 번째 주인공으로 김병하 작가의 원화전을 준비했다. 현실에 바탕을 둔 감성적인 이야기 구성과 세밀한 그림체로 알려진 김병하 작가는 아동문학가 방정환의 동화 『 칠칠단의 비밀』 일러스트 작업을 시작으로, 여러 장르의 어린이책, 역사책, 동화책 등에 그림을 그려왔다. 또한, 아이들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생명과 나눔의 메시지를 작업을 통해 전달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작인 「 강아지와 염소새끼」, 「 고라니 텃밭」, 「 까치아빠」, 「 보리밭은 재미있다」 등의 그림책 원화를 비롯해 전 작업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더미북, 스토리 보드, 아이디어 스케치, 출판물 등의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인다. 특히, 작가의 꼼꼼한 구성력을 느낄 수 있는 스토리 보드는 책의 제작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보는 이에게 생동감을 전달한다.
전남 고흥의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내고 자연과 공생하는 삶을 살아온 작가는, 소박하지만 공감할만한 주변의 이야기에서 소재를 얻고, 직접 체감한 삶의 경험을 그림으로 담아낸다. 그의 그림 속 풍광은 정겨운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이는 상상 속의 장면이 아닌 실재하는 풍경들이 주를 이룬다. 보리밭이 많은 전라도 일대를 계절별로 답사한 결과물 「 보리밭은 재미있다」와 제부도와 전남 율포가 배경인 「 갯벌」이 그렇고, 글쓴이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아 그가 살던 삶의 흔적을 반영한 「 강아지와 염소새끼」 또한 그렇다. 더불어, 김병하 작가가 그림책에 담고자 하는 주제인 자연과 사람의 조화는 일상의 체험을 비롯하여 까치, 나무, 고라니 등 자연물을 면밀히 관찰하는 데에서 기인한다. "우리 주변의 나무와 숲, 위태로운 야생동물 이야기 등 자연을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내용을 담고 싶다"는 작가의 언급에서 자연에 대한 그의 가치관이 드러난다. 본인의 작업을 통해 함께 삶을 공감하고 느끼기를 원하는 김병하 작업관의 근저는 미술의 사회적 역할에 천착했던 미술운동 활동에서도 엿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사람을 위한, 자연을 비롯한 우리 모두의 삶터를 위한 작업을 지속하기 위해 그는 여전히 노력 중이다.
아이들의 때 묻지 않은 마음, 즉 동심의 가치와 귀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아동문학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그림책 작업은 바른 삶의 가치관과 깊은 감성을 바탕에 두어야 가능한 일이다. 단순히 일러스트가 아닌, 맑은 기운으로 자연과 사람의 따뜻한 상생을 이야기하는 김병하 작가의 그림 세계에 많은 분들의 격려가 함께 하기를 바란다. ■ 롯데 갤러리
Vol.20160507f | 김병하展 / KIMBYEONGHA / 金炳河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