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효진展 / JUNGHYOJIN / 鄭孝珍 / painting   2016_0502 ▶ 2016_0518 / 일요일 휴관

정효진_내안의 일상_캔버스_예송미술관_2016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예송미술관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 242(삼전동 62-2번지) 송파구민회관 1층 Tel. +82.2.2147.2800 culture.songpa.go.kr

채움과 비움, 순간과 영원의 교차점에서 ● 정효진은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작가이다. 그녀는 자기 자신과 일상을 관찰하고 의미를 찾아 삶의 가치를 고양시키기 위해 작업한다. 작가는 스스로를 바쁘게 움직이는 현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개인으로 인지한다. 그리고 자신이 만연한 경쟁과 심리적 불안에 노출되어 있음을 걱정한다. 작가에게 이 세상은 혼란스럽다. 지나치게 빠르다. 오늘날 정적이고 고요한 삶은 불가능하다. 객관적, 중립적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것 역시 쉽지 않다. 마음이 편안하지 않을수록 작가는 자신의 건강한 내면을 지키고 평정심을 유지하게 위해 작업에 몰두한다. 자신의 일상을 화폭에 담아내고 덜어내며 채우고 비워내기를 반복한다. 자신의 외적 삶과 내적 삶을 진중하게 성찰할 시간을 갖기 위함이다. ●「담금, 채움, 비움」연작과 「채움, 비움」연작에는 현실 속에 함몰되어 자신을 돌아보지 못했던 작가가 스스로를 바라보고 자신을 되찾아가는 전(全) 과정이 담겨있다. 모든 연작의 제목 마지막에 위치한 '비움'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없어짐', '덜어냄'이라는 의미를 갖기에 올바른 성찰을 위해 화폭을 가득 채웠던 욕심을 덜어내고, 많은 것을 담아내고픈 욕망을 절제해나가는 정효진의 작업 목표와 과정을 대표한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비워냄을 담아내는 그녀의 작품들에는 빈 공간이 그다지 많지 않다. 여백을 기대하게 만드는 제목과 달리 그녀의 작품에는 먹(墨)으로 그려진 형상들-항아리, 그릇, 사람들, 실내 풍경-이 가득하다. 그것은 마치 채움으로 완성되는 서양화 같기도 하다. 그러나 정효진은 자신의 작품에 분명 '비어 있음'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항아리-그릇-가 암시하는 공간이다. 정효진의 모든 작품에는 다양한 모습의 항아리들이 등장한다. 항아리는 무엇인가를 담기 위한 물건이다. 우리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항아리는 내부에 빈 공간을 갖는다. 동양화의 여백 안에 삼라만상(森羅萬象)이 숨겨져 있듯이 그녀의 항아리 안에는 '비움'이 숨겨져 있다. ● 세상의 모습을 비춰내는 항아리의 표면 역시 비어있는 공간이다. 아무 문양도 없는 항아리의 표면은 세상의 모든 모습을 반영할 수 있는 거울이다. 빛을 반사하는 물(水)이다. 여백이다. 항아리는 안팎으로 모두 비워져 있기에 만물을 담아낼 수 있다. 언제든지 채워질 수도, 비워질 수도 있다. 언제든지 다른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다. 정효진에게 항아리는 유와 무를 모두 포함하는, 채움과 비움의 반복적 행위를 은유하는 상징이다. 항아리가 암시하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공간은 신비로운 무한이다. '비움'은 드러나지 않는 세계며 감추어진 세계이다. 감추어져 있기에 더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한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담아낸다. 그것은 시각화할 수 없는 무엇까지도 담아내는 미지의 세계이다. 존재하기 위해 비워둔 자리이자 열린 공간이다.

정효진_함께 하는 일상_캔버스, 설치

"나는 항아리에 비추어진 고요한 나의 일상에 적당한 거리를 확보하고 물끄러미 쳐다봄으로써 내가 궁금해 하는 제 3의 우주는 어느 끝까지 열려 있을까 상상하게 된다." (정효진)

정효진_함께 하는 일상_캔버스, 거울_13×11cm

궁극적으로 정효진에게 검정색 항아리는 채워진 세계, 그러나 곧 비워질 세계, 그리고 다시 채워질 세계 모두를 상징한다. 그것은 채움과 비움이 반복되는 작가의 작업 과정뿐만 아니라 채움과 비움이 순환되는 삶과 세계의 질서 모두를 담아낸다. 그녀의 항아리는 채움과 비움, 유(有)와 무(無)가 단순히 반대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있음과 없음,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는 서로 이어져 있다. 서로는 서로의 영역으로 침윤된다. 결국 정효진의 비움은 무엇이든 다시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전재된, '있음'을 담아내기 위한 '없음'을 창조한다. ● 「내 안의 일상」연작에 들어서면서 '떨어져 생각하기를 시도하는 매개체'인 항아리-그릇-에는 더 많은 일상의 모습들이 반영되기 시작한다. 일상의 풍경이 쌓여갈수록 먹빛에 숨겨져 있던 오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최근에는 빨간색, 초록색, 보라색 등의 사용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강렬한 색채가 가득함에도 항아리 속 세상은 여전히 평온하다. 항아리에는 작가의 일상과 주변 모습이 덤덤히 비춰진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건물들, 사물들은 모두 항아리에 반사된 이미지로 존재하기에 작가는 자기중심적 관점에서 최대한 벗어나 스스로를 관조하게 된다. 관조의 태도는 세상을 어지럽히지 않는다. 세상은 잔잔하게 가라앉은 물처럼 맑아지고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의 참모습도 드러난다. 일상과 존재의 참모습이 담길수록 형상은 담백해지고 본질만 남게 된다. ● 정효진은 자신의 존재를 더욱 확실히 확인하기 위해 작업이 진행될수록 거리두기를 시도하고 자신에 대해, 삶에 대해 더 깊이 숙고한다. 작가는 항아리에 비친 이미지들을 통해 자신의 실존을 확인한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 속 존재들을 확인한다. 항아리는 작가가 자신의 삶에 함몰되지 않게 도와주기에 작가는 불안을 가라앉히고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균형의 상태를 이끌어낸다. 평정심을 지켜낸다. ● 정효진에게 작업은 내면적 수련 과정과도 같다. 그녀는 그림을 그리면서 현실 속에서 분출되는 충동과 불만을 평안함과 안정됨으로 바꾼다. 불안의 시간은 명상의 시간으로 전환된다. 이러한 작가의 평정심이 반영된 것인지 어느 순간부터 항아리에 비친 세계의 이미지들이 고요해지기 시작했다. 일상의 순간이 반영된 이미지임에도 영원처럼 느껴진다. 그녀의 일상은 시간을 초월해 정지해 있다. 무시간(timeless)적인 세계이다. 우리 모두 다 잘 알고 있듯이 현실 속의 시간은 흐른다. 시간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우리의 삶은 너무 빨리 흘러간다. 허무하게 사라진다.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 인생은 날아가듯이 아주 빨리 흐른다." ● 흐르는 시간 위에 놓인 언젠가는 사라질 인간, 그것은 필연이다. 작가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작업에서 흐르는 시간을 붙잡는다. 그리고 일상의 한 순간에 영원성을 부여한다. 그것은 작가의 특권이다.

정효진_함께 하는 일상_OH필름에 유성매직, 설치_2016_부분

"쉼 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잠시 정지시키고 나의 상황을 객관화하여 한 번 더 생각하고 사유하기를 시도한다." (정효진)

정효진_함께 하는 일상_OH필름에 유성매직, 설치_2016

정효진의 회화는 결국 영원과 순간의 접점을 제공한다. 그것은 『네 개의 사중주 Four Quartets』(1936)에서 T. S.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이 언급했던, 시간과 무시간의 교차점인 정점(Still Point)과 같다. 순간의 시간에서 영원의 시간을 느끼게 되는 과정은 정효진에게 실존을 확인하는 과정이며 기쁨의 경험이다. 그리고 그 기쁨 속에서 작가는 다시 한 번 자신을 바라보고 사유한다. 자신을 둘러싼 일상을, 사람들을 사유한다. 그리고 그 사유의 순간을 나눈다. ● 정효진의 예술적 행위가 실존에 대한 그녀의 고민을 완전히 해소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예술적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마음을 평온한 상태로 다스리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자연스럽게 삶과 세계에 대한 고민을 조금씩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언젠가 삶의 진실이 그녀에게 조금씩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 때까지 작가는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하고, 영원한 순간을 음미할 것이다. ■ 이문정

정효진_함께 하는 일상_OH필름에 유성매직, 설치_2016

함께 하는 일상 ● 나의 작업은 한마디로 투영이다. 항아리나 거울이나 물에 비추어진 나를 또는 나의 일상을 그리고 나와서 다시 보는 작업이다. 그로인해 편안함과 마음의 고요함을 얻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항아리 투영 작업이 예술마루레지던시 작가가 되면서 주민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 OH필름에 항아리를 유성매직으로 그리고 각자의 일상과 이야기를 그리고 쓰기 시작하였다. 그러한 일상이 모여 나만의 일상이였던 지난 개인전이 이제 함께 하는 일상으로 변하였다. 이렇게 그려진 작가의 일상과 사람들의 일상이 유리병 속에 넣어 빛을 받으며 그림자가 생기고 전시장에 거울과 투영사진 작업이 같이 걸려 공간안에서의 비추어보는 행위를 유도하고 빈번하게 투영하게 이끌었다. 그래서 작가는 이것을 친밀한 투영이라고 이야기한다. 반복적으로 투영하는 삶을 지향함으로서 수양과 명상을 이끌어 내고 고요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즐겁게 편안하게 보내기를 바라는 작가는 송파예술마루의 유리창에 둥근 건물에서 한강의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며 작품을 해나가고 있다. 누구나 와서 작가와 이야기하고 작품도 함께 보며 예술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 정효진

Vol.20160506g | 정효진展 / JUNGHYOJIN / 鄭孝珍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