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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0504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아쉬 서래 GALLERY AHSH SEORAE 서울 서초구 방배동 동광로27길 3 B1 Tel. +82.2.596.6659 www.galleryahsh.com
상선약수(上善若水) ● 정리정돈의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좁은 장소를 넓게 보여주고, 예측할 수 없는 사고를 피하거나, 사전에 인지할 수 있게 한다. 나아가 시작점에서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기도 하며.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의 구분이 명확해지고, 쓸데없이 소비되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이 논리는 비단, 일과 관련된 부분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우리는 흔히 사람의 관계에서도 '정리'라는 말을 자주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에 있어서 '정리'는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한 것일까? ● 다투는 삶은 준비를 요구한다. 그 앞에 '반드시'와 '꼭'을 넣어 강조하기도 한다. 함께하는 평행선이 아닌, 수직적 계층을 나누어 구분하는 현대의 버릇이 삶을 장르 구별 없는 전투의 현장으로 인식하게 한다. 우리는 평화를 느껴본 적 없는 전사와 같이 이 봄날, 꽃과 햇살을 뒤로한 채 대상이 없는 싸움의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 ● 놀랍게도 경쟁의 사회 속에서 모두의 출발은 여유로운 삶이었다. 그래서 물질, 공간, 시간이 넉넉하여 남길 수 있는 상태를 위해 일분일초를 다투고 있다. 셋 중에 하나라도 모자라거나, 하나만 갖고 있어서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사실은 여유의 또 다른 뜻이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마음으로 대범하고 너그럽게 일을 처리하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여유롭기 위해 경쟁한다... 마치 배부르기 위해 밥을 먹는 어리석은 본능이다. 이때, 누군가는 이런 봄바람 같은 말을 불어주길 바란다. "가끔은 또렷하지 못해도, 또 조금은 흐트러져도 괜찮아..."
이진이(Something Else)의 작품은 반듯하게 정리 되어있다. 정돈된 배경은 정결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면과 면의 구분이 명확하고, 물건들은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을 벗어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모든 것이 채비를 갖춘 듯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배경이라 생각하게끔 하는 빈틈이 있다. 위시할 만한 크기도 힘도 갖고 있지 않을 것 같은 이 틈은 아이러니하게도 화면을 지배한다. 누군가 아무렇게나 걸쳐 놓고 간 노란 리본 하며 디저트와 함께 놓인 깔끔한 커피잔에 입술이 닿은 듯 흘러내린 커피자국이 그러하다. 그러나 좀처럼 그곳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렇게 사람은 사람을 그리워하기 마련이다. 약간 삐뚤어지고 어긋나 있는 오브제에 눈뿐만 아니라 마음을 뺏기는 것은 분명히 사람의 흔적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그림의 주인공은 자신이 주인공이 아니라 외치지만 그것들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넋을 놓고 바라보게 한다. 화려하지 않은 동양난(蘭) 같은 단호한 짐작의 향기를 날릴 뿐이다.
완벽한 것은 없다. 만약, 완벽한 것이 있었다면 사람의 역사 속에서 종교의 자리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네모 반듯한 거리와 도로, 끊고 맺음이 극명한 것이 장점처럼 여겨지는 지금의 시스템은 아둔한 식욕을 만들어 낸다. 최고의 선은 다투지 않고, 겸허한 물과 같은 여유일지 모른다. 조금은 삐딱하고, 어지러이 얽혀지는 것도 최소한 나쁜 것은 아니지 않을까... 적어도 그의 리본과 그의 커피자국은 그렇다. 그리고 그림 밖의 사람은 그것을 두고나 간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 김승환
Something else-1.(또) 다른 것 2.(비슷한 유형의 다른 것들 보다) 훨씬 더 대단한 것[사람/일]1) ● 어떠한 단어의 경우, 그 사전적 의미에 있어 우리가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일상에서 흔히 사용할 때와는 다른 의외의 뜻을 지니고 있음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하나의 단어에 숨어있는 뜻밖의 의미와 우연히 마주치는 순간 늘 사용해 왔던 일상의 언어는 이후 각 개인에게 있어 특별한 의미를 전달 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다. 시각적 언어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그저 평범한 사물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사물에 숨어있는 어떤 특별한 의미와 그들의 숨겨진 또 다른 표정들과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이러한 독특한 경험 이후에 우리는 그 대상이 되었던 일상의 사물들이 더 이상 무의미한 존재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작품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이미지들은 한 개인에 의해 포착되어진 '평범한 사물들에 숨어 있는 특별한 표정들'이다. 이들은 '또 다른 어떤 것'이며 '비슷한 유형의 다른 것과는 구분되는 의미 있는 표상으로서 존재하는 것'들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기록으로써 기억되기를 소망하며, 소멸되기를 원치 않는다. ■ 이진이
Vol.20160504i | 이진이展 / LEEJEANEY / 李眞伊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