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6_0503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00pm
류가헌 ryugaheon 서울 종로구 통의동 7-10번지 Tel. +82.2.720.2010 www.ryugaheon.com blog.naver.com/noongamgo
구름 속에 있는 듯 포근한 햇살이 내리쬐는 2013년 7월의 어느 날..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이곳은 과거를 품은 채 현재를 덧입혀 살아가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마을이다. 호기심으로 이 골목 저 골목을 헤매고 다니다 고즈넉한 한옥의 옛 정취와 나이가 들어 낡고 허름한 가게들 사이로 오랜 시간 저마다의 빛바랜 기억을 담고 있는 이 마을이 궁금해졌다. 바로 '계동'이라는 곳이다. 흔히 사람들은 '독특하고 예쁘다'라고 말은 하지만 이 지역에 담겨있는 역사적 사실과 장소가 갖고 있는 시대적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다. 계동은 조선시대부터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한 지역으로 서울600년 역사가 고스란히 배어 있는 우리의 전통 주거지역이다. 왕실 후손과 고위관직을 가진 사대부들이 살았고 3.1운동을 논의한 역사적 장소와 인물들로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마을이다. 우리나라의 소중한 역사와 전통 문화를 보존하고 근대와 현대를 이어주는 특별하고 의미 있는 지역인 것이다. 재개발과 자본논리에 따라 마을의 고유성과 정체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지역 아카이브'를 통해 지금이라도 마을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바르게 알고 현재의 모습을 기록하여 그 흔적을 보존하고 잘 이어가길 바라는 의도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첫 시작으로, 약 1년 2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계동100년의 역사를 기록하여 2014년 9월(계동100년_시간을 품은 지도)라는 프로젝트로 전시회를 열었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였다. 첫 작업을 시작으로 본 작업에서는 변화무쌍한 계동의 겉모습만이 아닌 그 속에 품고 있는 소중한 역사와 잊혀져가는 공간에 대한 기억과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을 사진으로 남겨놓고자 하였다. 기록적인 사진은 한 지역의 역사와 기억을 재구성하는 계기가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결과물의 가치는 중요한 자료로 남을 것이다. 계동의 지역사와 가족사와 개인사를 공간. 인간. 시간이라는 3가지 요소로 분석하여 작품에 반영하였다. 첫 번째, 공간개념으로는 조선시대부터 생성된 길의 위치와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계동 길과 마을의 모습을 촬영하였고,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공간 10곳을 선정하여 그곳의 유래와 변화과정을 기록하고 현재의 모습을 촬영하여 정리하였다. 두 번째, 인간개념으로는 계동에서 오랜 시간동안 삶의 터전으로 생활하고 계시는 3대 가족 구성원의 모습과 그들의 이야기를 초상사진과 인터뷰형식으로 담았다. 세 번째, 시간개념으로는 1941년에 계동으로 시집와서 2006년 임종직전까지 생활하신 어느 할머니의 오래된 생활물건 10개를 선정하여 촬영하고 그 흔적을 기록하였다. 마지막으로, 계동의 지역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정겹고 아기자기한 골목길 경관을 영상으로 제작하였다.
이번 전시는 사진과 영상과 텍스트의 혼성적인 요소들을 배치하여 시각적 읽기를 강조하였다. 한 지역을 기록하는 과정 속에서 '사람(人)과 사람'사이, '곳(空)과 곳'사이, '때(時)와 때'사이의 교감과 소통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인식하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으로 표현되고 삶의 전반적인 양식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조건을 제공한다. 또한 인식의 변화는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작업을 통해서 우리 삶의 뿌리인 한국적 정서를 간직하고 있는 지역을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궁금해 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유지, 변화, 발전되기를 희망한다. 또한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공간을 소중히 생각하고 무조건 새것으로 바꾸려고만 하는 것이 아닌 의미 있게 잘 이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강다원
Vol.20160503i | 강다원展 / KANGDAWON / ???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