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6_0429_금요일_06:00pm
후원 / (주)코리아센터닷컴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공휴일 휴관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 Makeshop Art Space 경기도 파주시 광인사길 209 (문발동 500-14번지) 제1,2 전시장 Tel. 070.7596.2500 www.makeartspace.com blog.naver.com/makeartspace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Color of Innocence 동심의 색깔』展을 개최한다. 장난감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예술의 유희성을 탐색하고자 기획한 본 전시에는 로봇 형상을 만드는 이일 작가와 인형의 형태와 크기를 변형하여 작업하는 정문경 작가가 참여하였다. ● 제 1전시장에서 마주치는 친근한 표정의 로봇들은 이일 작가의 작업으로, 장난감으로 표현된 어린 시절의 놀이 대상임과 동시에, 현재 어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노예'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제 2전시장에서는 정문경 작가의 인형들과 옷을 이어 붙여 만든 커다란 천막이 설치되어 있다. 작가는 대중적으로 익숙한 캐릭터 인형을 안팎이 바뀐 낯선 형태로 제작하여 현대인의 공허와 소외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한편, 전시장 한 켠에 설치된 텐트형태의 작품 'Fort'에서는 어른들의 현실적 고민으로부터 자유로운 아이들이 지어냈을 법한 아늑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는 본 전시를 통해 예술의 유희적 기능과 키덜트 문화를 연계하려 한다. 본래 즐거움의 추구의 한 방편인 예술과 순수했던 동심에 대한 기억은 로봇과 인형을 매개로 작품 안에서 만난다. 이렇게 관람객에게 동심을 다시 돌아보게 함으로서, 사회에 나서면서 받았던 상처들을 잠시 잊고 어린 아이의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
어른들의 장난감 ● 현대인들은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예전에 누리지 못했던 물질적 풍요 속에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물질적 가치로 모든 것이 가늠되는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개개인의 존재가치 또한 물적 가치로 평가되며 인간의 존엄이 위협받는 인간소외라는 사회적 문제를 양산하게 되었다.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닌 사회라는 커다란 기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부품처럼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정신적 빈곤 속에 살아간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면서 다양성의 가치를 주목하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결정하려는 포스트모더니즘적 경향이 나타나는데, 다양한 취미와 여가생활을 모색하는 트랜드로서 '키덜트(Kidult)' 문화는 독특한 사회현상의 일례가 되고 있다.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성인을 의미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는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추구하는 어른들을 지칭한다. 어린이들의 전유물이었던 장난감이나 인형 등을 수집하는 성인들의 취미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도 존재하지만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고 판단할 때 여러 분야에서 시사하는 점이 크다. ● 특히 정신분석학자 도날드 S. 위니코트는 대상관계이론으로 '장난감'이 주관적 현실에서 객관적 현실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에서 어머니를 대신하는 대체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역추하자면 현대의 키덜트 문화는 어릴 적 잃어버린 주관적 현실로 들어가기 위한 마법의 열쇠 역할을 한다. 잊고 있었던 우리의 무의식을 확장시켜 마음 속 깊은 곳에 잠재되어 있던 자아와 연결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이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키덜트적 성향, 즉 일종의 감성적 탈출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않나 짐작한다. 또한 이러한 현대인의 일탈심리는 예술이 가지고 있는 무목적성의 유희적 성향과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가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기획한 이번 『Color of Innocence 동심의 색깔』展은 상기에서 언급한 키덜트적 현대인의 심리를 예술의 유희적 요소와 연계하여 살펴보고자 기획한 전시이다. 전시에 초대되는 두 명의 작가 이일과 정문경은 키덜트 문화의 중요한 요소인 '판타즘(Fantasm)'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활동을 진행 해 오고 있다. 로봇 형상을 만들며 재미와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는 작가 이일과 인형에 대한 포근한 어릴 적 기억을 담아 거대한 인형작품을 보여주고 있는 정문경 작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작품을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와 정체성에 불안함을 느끼는 현대인의 내면을 반영하고 있다. 우선 두 작가가 선택한 인형과 로봇은 그들 각자가 가지고 있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추억에 기초한다. 특히 인형과 로봇은 추억과 미래를 잇는 일종의 매개체로, 일반화되어 있는 공통된 경험과 느낌을 가짐으로써 그 존재만으로도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이들의 작품들과 만나게 되었을 때의 친근감은 이내 낯섦으로 변질돼 버리고 만다. 로봇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세련되고 화려한 모습이 아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벽돌 혹은 건설현장의 쇠창살과 쇠붙이로, 인형은 익숙한 캐릭터의 모습이지만 봉제선이 노출되어 뒤집어진 그로테스크한 형상으로 전시장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일의 작품 「노예」시리즈는 작가 이전에 현실을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겪게 되는 현실적 고민을 담고 있다. 로봇이지만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처럼 같은 방향을 향해 획일적으로 정렬하여 서 있는 모습과 로봇임에도 바비인형을 품에 안고 있는 장면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아버지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의 신작 「무지개 숲의 나무꾼」과 「푸른 숲의 거인」은 어느 애니메이션에선가 봄직한 사람의 형상을 선(線)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기존의 작품들이 매스 있는 무거운 재료로 어두운 도시를 표현했다면, 이 작품들에서는 가벼운 느낌의 선으로서 자연으로 회귀하고픈 도시인들의 희망을 담고 있다.
반면 정문경의 작품에서는 사회와 그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가면을 쓴 현대인들의 모습처럼 익숙한 캐릭터의 봉제인형을 뒤집어 직설적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숨기는 것에 익숙해져 내면의 것들을 잃어가는, 그래서 점점 더 내적 공허함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한 쪽 공간에 설치된 작품 「Fort」는 텐트와 같은 형태로 인해 어릴 적 자신만의 공간을 꿈꾸던 동심으로 돌아가 어느 새 그 안으로 빨려 들어 가게 한다. 어린이가 되는 영화 '빅'의 톰 행크스처럼... 그리고 그 안에서 여러 사람들을 거쳐간 옷들의 꿰매어짐을 바라보며 생각지 못했던 우리 주변의 '관계'를 되짚어 보게 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첫 대면에서 어릴 적 기억을 일깨워주는 우스꽝스런 '장난감'과도 같은 대체물을 우리에게 가져와 거창하게 예술로서 평가하고 사상을 유추하려는 우리의 경직된 사고의 빗장을 풀어 놓으며 메이어 샤피로가 이야기하는 '내면의 자유로움'을 경험하게 한다. 더 나아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잊고 지내온 사회와 이를 구성하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춰내고 있다. 힘들고 지친 어른들의 억제되어진 감정을 되살리고 그들이 돌보아야 할 세상으로부터 잠시 자유로운 환상을 열어주는 키덜트 문화처럼 예술 또한 어른들의 장난감으로서 이들의 내면 저 깊숙이 잠들어 있는 어린아이를 깨워 순수한 주관을 울리는 것이 예술이 해야 할 또 다른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김동섭
Vol.20160429c | Color of Innocence 동심의 색깔-이일_정문경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