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적된 풍경

2016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상반기 제1전시실프로젝트 공모선정展   2016_0422 ▶ 2016_0522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6_0421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 / 작가그룹 '살아있는 것들' (김민정_김해진_왕덕경_정문식)

후원 / 청주시_청주시립미술관

관람료 / 문의문화재단 입장객에 한해 무료관람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DAECHEONGHO ART MUSEUM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대청호반로 721 1전시실 Tel. +82.43.201.0911 museum.cheongju.go.kr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제1전시실 프로젝트'는 개관 이후 10년 동안 유지했던 기존 공간의 형식을 해체하고 제1전시실을 활용한 다양한 방법론을 통해, 지역미술문화의 역량과 전시형식의 스펙트럼을 확장하고자 기획하였다. 2015년부터 본 프로젝트는 '자연과 생명'이라는 주제의 전시제안을 공모하여, 외부 심사를 통해 총 6팀의 그룹 및 작가 (살아있는 것들, 신철우, 김동현, 민정see, 황학삼, 오와김) 를 선정하였다. 공모에 선정된 그룹 및 작가는 2016년 4월부터 12월까지 릴레이 형식으로 전시가 개최된다. ● 『축적된 풍경』展은 '2016 제1전시실 프로젝트 공모'의 첫 번째 전시로써,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김민정, 김해진, 왕덕경, 정문식으로 이루어진 작가그룹 '살아있는 것들'의 전시다. 그동안 부산의 풍경을 주 소재로 삼는 이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인 도시풍경과 개발로 인해 소멸되어가는 삶의 흔적들을 예리한 시선으로 찾아내어 그 존재가치에 대한 물음을 제시한다. 비록 특정 도시를 소재를 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들이 담아낸 장면들은 쉽게 생산과 소비되는 현재 도시생태계의 한 단면, 즉 우리의 일상의 모습과 오버랩 된다. 그만큼 우리가 사는 세상은 거대하게 구축된 도시공간 속에서 생산과 소비를 반복하고 있으며, 도시생태계가 가지고 있는 풍요로움과 편리한 시스템에 익숙해진 상태이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도시내부의 구조들은 인간의 욕망의 물결에 따라 빠른 속도로 변모하고 있으며, 그 속도와 함께 무너트리고 버린 것은 비단 쓰임이 끝났다고 명명한 물질 만은 아닐 것이다.

축적된 풍경展_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_2016
축적된 풍경展_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_2016

김민정은 현대인들의 삶의 공간인 도시풍경을 그녀만의 시선으로 주목하여 바라본다. 개발 중에 있는 건축물들은 현재 우리사회의 한 단면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그녀는 개발건축물 혹은 짓고 있는 건물공사 현장의 모습을 차분하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담아 모노톤의 화면으로 캔버스 위에 담담한 듯하면서도 차갑고 냉소적이다. 그녀가 바라보는 도시의 풍경은 소통을 거부하고 경제적 가치만을 위한 개발은 정체성을 잃고 그 삶 자체를 공허하게 바라본다. 특히 캔버스 작품을 전시공간의 벽이 아닌 공중에 매달아 놓는 형태로 연출하는데, 이는 낯설다가도 언젠가 익숙해지고, 다시 지어지는 반복들이 도시의 유령처럼 부유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김민정_Portrait of city_캔버스에 유채_가변크기_2015
김민정_건물8_캔버스에 유채_193.9×130.3_2014
김민정_건물10_캔버스에 유채_130.3×162cm_2014

김해진은 도시사회에서 오래된 것은 사라지고 새것이 들어서는 것은 당연한 이치임에도 눈앞에서 붕괴되고 소멸되는 것을 목격하는 것은 마치 모든 과거는 사라지고 현재만 남게 되진 않을까 하는 아쉬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는 여전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멈춰진 장소를 탐색하고 수집한다. 짓다만 건물, 사람의 흔적이 사라진 건물 혹은 옥상 등을 소재로 설치, 드로잉, 회화의 다양한 기법으로 곧 사라져가는 공간의 이미지들을 수집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언제 사라질지 모를 도시의 한 장소의 표피를 프로타주 기법으로 수집했다. 그동안 평면회화에서 보여준 편집과 구성을 통한 재현이 아닌 실재 그대로를 복제한 이미지는 추상적인 형태로 장소의 성격을 모호하게 하여, 전시공간의 벽과 하나의 몸체처럼 보인다. 이는 작가의 시선을 넘어 장소가 열어주는 시선으로 또 다른 장소를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한다.

김해진_살아있는 것들_종이에 연필_270×840cm_2016
김해진_살아있는 것들_종이에 연필_270×840cm_2016_부분

왕덕경은 개발예정지 혹은 사람들의 부재로 방치되고 침식된 도시의 폐허와 겉으로 보기엔 죽어있는 공간 속의 잔해들 속에서 생동하고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는 '삶'의 흔적들을 찾아낸다. 작가는 이러한 것들이 현재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의 지표의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반면 이번 전시에 설치한 작품 「바스헤르메티스」는 일상의 풍경을 대변한다. 사각틀 안에 물과 섞은 뒤 발로 밞고 다져진 규사(모래)는 완성된 순간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물기가 마르고 서서히 부셔져 버리며, 작가는 그 과정을 전시장에 그대로 노출한다. 다져진 규사덩어리는 삶의 축적된 시간성을 의미하며, 여전히 그 속에서 생동하고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는 삶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왕덕경_바스 헤르메티스_규사, 백운사, 물_90×95×95cm_2016
왕덕경_바스 헤르메티스_규사, 백운사, 물_90×95×95cm_2016_부분

정문식은 그가 살아온 시간과 역사, 그로인해 만들어진 사물들은 그에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변화하고 변질되어 잊혀져간다. 때로는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감당하기 힘든 그의 마음을 캔버스 안에 마치 푸른 액체 속에 실험실의 표본처럼 수장시켜 가두어 둔다는 의미로 물속에 잠긴 풍경을 그린다. 이러한 작업은 그의 아쉬움과 두려움에 대한 위로의 행위이다.

정문식_달맞이 길_캔버스에 유채_130.3×162cm_2013
정문식_부산역2_캔버스에 유채_130.3×324cm_2013
정문식_달맞이 길_캔버스에 유채_130.3×162cm_2013 정문식_부산역2_캔버스에 유채_130.3×324cm_2013

대청호미술관을 바라보고 있는 대청호 아래는 한 때는 골짜기 사이로 물이 흐르고 그 곳에 누군가가 삶의 터전을 이뤘던 곳이다. 이 거대한 인공호수는 수많은 시간의 축적되고 쌓여, 자연스럽게 형성된 풍경과 생명들의 터전을 한 순간에 집어 삼켜버리고 현재의 모습으로 말없이 그 자리에 있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호수의 절경을 즐거이 감상하다가도 가끔씩 공허함을 느낄 때가 있다. '살아있는 것들' 작가들이 바라본 도시의 풍경 또한 그들이 태어나고 자라온 가장 밀접하고 가까운 일상의 모습들을 다소 암울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들도 대청호를 바라보며 수몰민들의 삶을 상상해보았을 것이고, 다시 본인의 삶과 과거의 공간, 그리고 현재를 되돌아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자신의 둘러싼 삶과 추억, 그리고 풍경에 대한 애착과 애정 어린 시선이 축적된 결과로 보인다. 이것 또한 우리가 만들어낸 삶이자, 그들이 그리는 우리의 삶의 편린들이며 하나의 기록이 될 것이다. ■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인터뷰 four artist(구 백제병원)_단채널 영상_00:15:00_2016 (촬영_최용석)
인터뷰 four artist(구 백제병원)_단채널 영상_00:15:00_2016 (촬영_최용석)

오늘날의 사회에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상품들이 끊임없이 생산되고 소비되며 버려지는 과정을 목격하게 된다. 사용이 끝나고 나면 그 존재는 쉽게 잊어진다. 필요에 의해 생산하고 소비되는 것들은 장소나 풍경에도 예외는 없다. 도시의 풍경들 또한 마치 생산과 소비와 사용, 그리고 방치되며 부서지는 반복의 과정을 만나게 된다. 여러 입장들로 인해 변화를 도모하지만 지나가버린 것들의 기억과 가치에 대해서는 쉽게 잊어버리고 외면하며 살아간다. 곳곳에 저마다의 삶과 추억이 깃든 어떠한 장소를 단지 역사적 사실만이 기억하게 둘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여기에 도시 곳곳에서 부유하는 파편들의 흔적을 저마다의 시선으로 그려내는 작가들이 있다. ■ 살아있는 것들

Vol.20160421g | 축적된 풍경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