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心像)은 삶 속에 불현듯 떠오르고 수없이 스쳐 간다.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소리가 도심 속, 한 장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각의 껍데기를 한 층 벗기고, 소리에 집중하며 심상의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김준_Another Time, Another Order_사운드 설치_2016

김준_Another Time, Another Order_사운드 설치_2016

김준은 현재와 과거의 시간이 빚어낸 간극의 소리에 주목한다.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에서 대규모 재개발에 의해 사라져 가는 장소와 그곳 사람들(장인)의 일상에서 미세하게 작동하는 소리를 통해 그것이 지닌 존재와 역사적 의미를 인식시킨다. 특정 장소에 대한 리서치로 시작되는 김준의 작업들은 일상적 탐색, 관찰, 측정, 실험 등 여러 단계를 거친다. 작가는 특정한 장소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층위의 소리 또는 진동(전자기적 시그널, 지질학적 어쿠스틱스, 마찰 등)을 채집하여 재구성하고 배치한다. 우리 환경 속에서 청각적으로 쉽게 감지되지 않는 다양한 소리들을 채집하는 행위는 사운드 설치 작업으로 구현되면서 기술과 자본에 의존적이었던 근대화 과정의 역사성과 그것의 가치를 표면화시킨다.

김준_Another Time, Another Order_사운드 설치_2016

김준_Another Time, Another Order_사운드 설치_2016

김준_Another Time, Another Order_사운드 설치_2016

"이번 프로젝트 『다른 시간, 다른 균형』은 서울 중심가 '을지로'라는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재개발 현장의 이면에 감추어진 역사와 사회적 현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매일 이른 새벽 시간에 을지로는 하루를 준비하는 손길들로 분주하다. 예민한 관찰력으로 선택한 이미지와 소리들은 특정 공간이 지닌 유기적인 관계와 울림을 포착한다. 오랜 시간의 흔적과 반복이 축적되어 있는 서울 중심을 다른 시간과 다른 균형으로 담아내고자 하였다." (김준) ● 실재하는 소리가 장소를 이야기하고, 기억을 끌어들인다. 시간의 흐름 또한 넘나든다. 사라지기 전에, 사라져 가는 것, 잊혀진 것들을 불러내 기억과 대면하는 장소는 역설적이게도 텅 빈 전시장이다. 부재의 공간에서 소리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기억이 머물고 있는 장소가 등장한다. 새로운 의미가 더해진 기억은 편집되고 또 기록된다. 소리를 따라 들어간 풍경 속에서 우리는 감추어졌던 낯선 장소를 발견하고, 다른 시간을 경험하고, 다른 균형을 찾아 나간다. 이 균형은 소리라는 매체를 통해 상대적인 가치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 김준의 잣대이기도 하다. 의식하지 못했던 우리의 귀는 지금 여기의 현실을 듣고 있는 것이다. ■ 황신원

김준_Another Time, Another Order_사운드 설치_2016

김준_Another Time, Another Order_이미지북_2016

"도시 건축의 혼재 / 공간의 불규칙 / 양식의 불균형 / 연결과 흐름 / 남겨진 흔적 / 동식물의 공생 / 사물의 존재적 가치" ● 전시장 입구에 비치된 이미지북은 작가가 소리를 채집하며 함께 촬영한 이미지로, 소리가 담긴 풍경을 일곱 개의 시선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Vol.20160419d | 김준展 / KIMJOON / 金俊 / sound.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