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형자展 / LEEHYEONGJA / 李炯秄 / painting   2016_0415 ▶ 2016_0501 / 월요일 휴관

이형자_초상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5.5cm

초대일시 / 2016_0415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논밭예술학교_논밭갤러리 NONBUT GALLERY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93-45 (법흥리 1652-118번지) Tel. +82.31.945.2720 blog.naver.com/nonbatart

털털한 개가 좋다 순한 사람이 좋다 잘 웃는 너의 수줍음이 좋다 수줍을 줄 아는 너의 부끄러움이 부끄러워서 고개를 떨구며 탁자 밑에서 망설임을 돌돌 말던 너의 못생긴 두 손가락이 좋다 며칠씩 세수도 못하고 엉클어진 채 솟아난 가난한 머릿결이 파도하고 바다를 부를 때 부를 때마다 음정이 틀리던 잘못된 노래들이 그 노래에 배꼽을 쥐던 친구들이 노오랗게 떠오른다. 펑. 어디서 무얼하다 여기 떠 있는 거냐. 여기는 저기고 거기이기도 하고 아무 곳도 아닌 곳이기도 하다. 소실점이 없는 거리. 유령의 도시. 탁자 위로 거친 파도가 일어섰다가 앉았다가 쿵쿵 내리쳤다가 발뒤꿈치로 너의 목을 찍어 누르고 그림자가 되어 다시 쓰러진 네 발목을 움켜쥐는 것이냐.

이형자_초상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5.5cm
이형자_잠만 잘 분(2점 1Set)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0×80.3cm

바다는 잊어버려. 오늘도 새가 먼저 와서 울고 가버린 봄, 빼앗긴 봄에도 거리는 푸르고 향기는 남아돌아 혼미한 정신으로 춤을 추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언제나 돌아갈 곳이 있으므로 낭독엔 힘이 가슴엔 꽃이 뜨거운 두 주먹을 쥔 채 머리엔 먹물이 출렁였지. 너의 슬픔에 기대어 기념하고 돌아간 빈자리 여기 끈적한 검은 연기 굴뚝으로 솟아오르고 뼈를 태우는 장례식장의 흰 단자 속 가루가 된 너의 심장 속에도 파고들어 너는 이제 한 마리 검은 연필. 애도라고 쓰고 통곡이라고 발음하는 어떤 나라에선 이렇게 속성으로 장례를 치르지 않는다고 부러진 뾰족한 그것으로 아무 짓도 않고 반듯이 앉아서 파랗게 두 손을 덜덜 떨며 왜 계속해서 종이만을 비틀고 있는가

이형자_쿠사마야오이 다녀가심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60.6cm
이형자_인생은 아름답지 않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5.5×112.1cm
이형자_만들긴 했는데 개봉 안한 영화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5.5×112.1cm

아이야, 바짝 깎인 손톱에서 분홍 꽃 핀다. 물어 뜯어도 물어 뜯어도 답은 없고 입술에 묻은 꽃잎에서 밤이 태어난다. 밤의 아이야. 온기가 여전한 오후 네시. 여기 구겨진 종이가 탁자에 수북한데 너는 여전히 춥고, 가만히 춥고, 참고 있던 눈물이 두 뺨 위로 흘러내린다. 멍청한 봄은 재잘재잘 양팔을 휘저으며 지천으로 깔린 봉오리를 터트리자고 톡톡 어깨를 건드리는데. 개털이 날리는데. ■ 이형자

Vol.20160415c | 이형자展 / LEEHYEONGJA / 李炯秄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