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6_0414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 강효명_김두진_김일광_나광호_노동식 배찬효_이이남_이재호_Dizi_Riu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포항시립미술관 Pohang Museum of Steel Art 경북 포항시 북구 환호공원길 10 Tel. +82.54.250.6000 www.poma.kr
2016년 새봄을 맞아 포항시립미술관은 동화와 동심을 주제로 다양한 실험적 작품을 선보일 『동화나라 Wonderland』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화가 작품의 모티브가 되어 어떠한 맥락과 형식으로 재해석 되는지, 시각화된 환상과 놀이의 세계가 어떻게 관람객으로부터 동심(童心)을 환기시키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 상상은 현실을 바탕으로 이루어지지만 상상보다 현실이 더 허구적일 때가 있다. 그러므로 허구적 상상은 허황한 것이 아니라 현실을 해석하는 다른 방식일지도 모른다. 어떠한 대상을 둘러싼 현상, 상황과 같은 것들을 인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들이 다양하고, 단 하나의 정답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동화는 그러한 맥락에서 우리에게 세상을 인식하고,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가르쳐 주는 첫 번째 지침서 일지도 모른다. 동화 속의 신비하고 이상한 세계와 상황, 등장인물들은 우리가 세상을 보고 인식하는 다양한 방식을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는 지혜를 준다. 또한, 아이의 시각은 어른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관습이나 어떤 상투적인 이해 방식에서 벗어나, 놀라운 상상력과 무한한 힘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본다. 이러한 특징은 '예술'이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술 내적인 비현실성, 비합리성, 불가능성은 우리 삶 속에 그 무언가를 가능하게 하는 창조적 생명력을 발현할 수 있다. 이러한 예술적 가능성과 상상력은 우리가 세상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인식함으로써 긍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나아가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할 것이다.
『동화나라 Wonderland』 전시는 회화, 사진, 영상, 설치, 문학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작업하는 9명의 작가 강효명, 김두진, 김일광, 나광호, 노동식, 배찬효, 이이남, 이재호, Dizi Riu가 참여하여 현실과 비현실, 실제와 환영, 규범과 일탈 등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의 상상력을 흥미롭게 펼쳐 보일 것이다. 전시의 구성은 현대미술 외에도 동화 특별전과 체험전이 함께 구성되는데, 1층 1전시실에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화를 재해석한 회화, 사진, 영상 작품이 전시되며, 3전시실에는 포항을 대표하는 동화작가의 특별전이 전시되고, 4전시실은 동심을 주제로 구성된 회화와 설치 작품이 전시된다. 2층 2전시실에서는 『빛과 동화의 세계』라는 제목의 체험공간이 마련되었다. 체험은 스크린 위에 영상을 확대 투영할 수 있는 광학계 투영기기인 OHP(Overhead Projector)를 이용하여,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화 속 배경과 캐릭터 그리고 다양한 사물들을 배치해 동화를 재구성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이이남은 동·서양의 명화와 대중매체 이미지 등을 차용하여 미디어 작품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통해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만남을 흥미롭게 제시해 왔다. 동화작가 앤서니 브라운(Anthony Browne)역시 명화와 고전동화의 삽화, 대중매체 등을 차용하고 재해석하는 일러스트를 그려왔다. 이 두 예술가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이번 작품은 앤서니 브라운의 동화 『꿈꾸는 윌리』의 삽화들이 이이남에 의해 미디어 작품으로 재탄생 되었다. 꿈속에서 영화배우가 된 침팬지 윌리가 명화 속 초상화들과 함께 배치되거나,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기법이 디지털 기술로 더욱 생동감 있게 표현된 환상의 이미지들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Dizi Riu(유대영)의 작업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그 속편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재구성하여 만든 애니메이션 영상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된 영상 「Who am I」에서 화면 가득 채워진 앨리스의 얼굴은 밝고 어두움, 순수와 악동의 대립된 내면을 극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날 봐요」에서 앨리스는 토끼굴이 아닌 무한대로 확장된 거울의 방으로 또 다시 떨어져 전혀 다른 세계에서 모험을 시작한다. 작가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래동화나, 전설 등의 이야기 구조와 인물들이 동서양을 떠나 비슷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 착안하여, 서양동화를 소재로 동양화의 민화적 표현 기법과 요소들을 섞어 독특한 세계와 다소 낯선 앨리스를 표현하고 있다.
배찬효의 작업은 유학시절부터 겪은 이방인으로서의 소외감과 편견의 경험이 작업의 모티브가 된다. 그는 서양사회에 존재하는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일반적 편견의 원인을 역사나 교육에 내재한 지배이데올로기로 보고, 그것이 극명하게 표현된 동화를 작업의 소재로 선택한다. 그의 사진 속에서 현실처럼 재현된 동화 속의 한 장면은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동양 남자들로 이루어짐으로써 이미지의 이질감, 어긋남을 남긴다. 이는 서양과 동양, 남성과 여성,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강자와 약자 등 정형화된 이분법적 권력구조에 의문을 제기하며, 현실에 내재한 지배이데올로기를 해체하고자 함이다.
김두진의 작업은 동화, 애니메이션, 영화와 같은 대중매체 영역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유머러스하게 비틀어 버림으로써 원작이 가지고 있는 정형화된 의미를 해체한다. 그는 『오즈의 마법사』의 주인공 도로시가 집으로 돌아갈 모티브가 되어줄 에메랄드 성을 폭파시켜 버리거나, 도로시가 신고 있던 마법의 구두를 아무리 쳐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만든다. 또 동화 속의 공주들을 모두 외눈박이로 만들어 버린다든지, 마법을 다룬 TV 드라마 주인공의 해피엔딩에 훼방을 놓기도 한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동화나 대중매체를 통해 은연중에 우리의 머릿속에 주입된 지나친 이분법적 사고, 이상주의, 낙관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나광호는 작업을 대하는 태도에서 일체의 인위성을 배제하고, 가장 투명하고 순수한 태도로 작업에 임해야 한다는 신념을 지닌 작가다. 또한, 예술은 즐거워야 하고 유쾌해야 한다는 놀이의 개념은 그의 작업에서 가장 큰 축이 된다. 작가는 방과 후 학교의 미술 교사 생활을 통해 아이들의 그림에서 자신의 신념을 확인하고, 아이들의 그림을 수집하여 자신의 작업으로 재탄생시킨다. 'Infandult(Infant+Adult) 프로젝트'라고 부르는 이러한 작업방식은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미래를 상상하며 작업의 영역과 형식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자 함이다.
'솜 '이라는 특정 소재를 주로 다루며, 따뜻하고 아련한 마법과 같은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노동식 작가는 동화 같은 세계나 유년시절의 추억을 되뇌게 하는 작품들 덕분에 우리 마음속에 숨겨 두었던 동심을 불러일으킨다. 전시된 작업은 작가가 어린 시절 민들레를 꺾어 불면 갓털(홀씨)이 날아가는 모습에 즐거워하며 "나도 민들레를 타고 훨훨 날아갔으면" 하고 상상했던 그대로를 시각화한 것이다. 특히 세밀함과 공간감이 돋보이는 설치는 작업의 동화적 맥락의 환상을 강조하면서도 관람객으로부터 공통의 기억, 실제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강효명은 그동안 '새'를 상징적으로 이용한 관객 참여형 설치작업을 주로 다루어 왔는데, 이번 프로젝트 역시 그 연장선의 작업이다. 「핑크하우스 프로젝트 2016-Happy birds' day to you」는 동심으로 돌아가 행복의 공간을 상징하는 핑크색 새장에 행복의 메시지를 적은 종이 새를 관객이 직접 설치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전시가 끝난 후, 작가는 작업에 참여한 관객에게 메시지가 담긴 종이 새를 우편으로 하나하나 보내는 것으로 작업을 완성한다. 작가의 이러한 행위는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실천'이다. 작업에 참여하는 우연한 실천을 통해 낯선 이와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고, 서로 행복의 메시지를 주고받음으로써 화합과 공생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
이재호의 작품은 몬스터(Monster) 형상을 통해 어린 시절 만화책과 영화를 보며, 혼자 놀기를 즐겼던 작가의 성장기 놀이 소재 즉, 이른바 키덜트(kidult)적 취향이 작업으로 확장된 사례이다. 그는 아이의 감성과 순수함으로 돌아가, 끊임없이 자기 존재를 들여다보는 과정을 시각화하고 있다. 몬스터에 자신을 투사하여 외톨이었던 어린 시절의 자신, 그리고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 외로운 예술가로서, 현재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또 이해받고자 한다. 그래서인지 언 듯 보았을 때 낯설고, 기괴하게만 보였던 몬스터들에게서 자세히 볼수록 귀엽고, 사랑스러운 면을 발견하게 된다.
포항의 동화작가 김일광은 아이들에게 '진실한 삶을 통한 행복'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실제로 그가 경험하고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사실동화를 쓴다. 그의 동화는 아이와 노인, 다문화 가정, 동물과 같이 소외된 이들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사랑에서 시작된다.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귀신고래』는 포항의 역사와 지역성이 잘 녹아든 장편동화로서 주인공 영일과 귀신고래의 운명적 만남과 헤어짐,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아이의 눈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 작품 역시 포항 구룡포에서 고래잡이를 하던 실존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인간의 지나친 욕심으로 이제는 볼 수 없게 되어버린 거대한 바다생명체에 대한 애정과 진정한 어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시는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 그리고 가족 모두를 위한 전시로서, 어린이들에게는 더 쉽고 친근하게 현대미술을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어른들에게는 작품을 통해 동화가 주는 메시지를 되새겨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동화에 나타난 신비하면서도 따스한 동심의 세계를 경험하면서 우리의 일상을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 채우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고, 더불어 오늘날 우리가 삶에서 진정 추구해야 할 가치들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최옥경
Vol.20160414e | 동화나라-Wonderland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