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6_0414_목요일_05:00pm
오프닝 초대공연 / 김사월
2016 성북예술창작센터 갤러리 맺음 후원 공모 선정展
기획 / 언니모자 twitter.com/sisterhat
관람시간 / 10:00am~06:00pm
서울시창작공간 성북예술창작센터 SEOUL ART SPACE SEONGBUK 서울 성북구 회기로3길 17(종암동 28-358번지) 2층 갤러리 맺음 Tel. +82.2.3290.9300 www.seoulartspace.or.kr cafe.naver.com/sbartspace
여성주의 시각예술공동체 언니모자는 이번 기획전에서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시각예술 작업들을 선보인다. 성폭력 생존자들의 원고를 모집하여, 작가들은 글 속에서 10명의 평범한 성폭력 가해자를 만났다. 생존자들이 서술한 가해자에 대한 성격과 외양 등에 대한 묘사를 단서로, 5명의 작가들은 폭력의 과정을 되짚어보며 그 일상성을 탐구한다. 눈에 잘 띄지 않는 "평범한 폭력"이 생존자와 작가들의 눈을 통해 드러나는 과정을, 전시에서 살펴볼 수 있다. ● 『평범한 폭력』은 성폭력 사건의 언술 방향, 즉 생존자(피해자)로만 향하던 방향을 바꾸어 가해자들이 어떤 인물들인지 조망하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성폭력 가해자들이 우리 바로 곁에 사는 '평범'한 이들이라는 것과, 방법론으로서의 폭력이 얼마나 사회 보편적으로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지에 대해 보여주고자 한다. 흔히들 가진 선입견처럼, 성폭력이 밤중에 으슥한 길에서 낯선 무뢰한에게 급습당하는 경우보다, 평범한 우리 주위의 남성들이 관계를 빌미로 교묘하게 스며들어 저지르는 경우가 다수라는 점에 주목한다. 성폭력 사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인 성폭력·관계를 악용하는 대표적인 성폭력인 친족 성폭력의 생존자들에게서 자신이 만난 가해자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글을 받고, 그 글을 바탕으로 언니모자를 포함한 여성시각예술가들이 가해자에 관한 작업을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평범한 폭력』의 결과물들은 인쇄물로도 발행되어 전시기간 내 전시장에서, 이후 독립서점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 성폭력 생존자가 아니라 가해자에게 시선을 돌린다는 것은 사건의 책임을 생존자가 아니라 가해자에게 전적으로 부과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성폭력 사건이 있을때 생존자가 흔히 듣게 되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었기 때문에' 혹은 '술에 만취해 있었기 때문에', '(이전에) 남성과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등의 이야기들이 설득력을 얻는 상황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생존자에게 사건의 빌미를 제공한 책임을 묻는 사회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가해자들은 특수한 존재들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인물들이다. ● 끔찍한 성폭력 사건이 있을 때 대중 언론은 가해자가 '괴물'이며 '정신이상자'라고 몰아간다. 그러나 그러한 사건을 일으킨 배경에는 여성(성)을 수없이 타자화하고 소외시키는 가부장적 문화가 존재한다. 남성 대다수는 흔히 성폭력을 일으키는 동기가 '주체할 수 없는 성욕'이라고 말하지만, 그 배후에는 성욕이 아니라 오랜 시간 여성(성)을 대상화해온 일방적 시선과 내재된 폭력성이 자리잡고 있다. 성폭력은 남성을 인간의 기준으로 삼는 집단적 문화 속에 배태되어 있었던 것이다. 언니모자는 『평범한 폭력』 프로젝트를 통해 '악의 평범성', '폭력의 보편성'에 대해 질문하고자 한다. ● 원고로 참여한 생존자들과 아직 만나보지 못한 생존자들이, 가해자들을 구체적인 인간으로 바라보는 과정을 통해, 폭력의 경험들을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파악해 보는 기회를 가져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일반 사회에 성폭력과 남성성을 기준으로 하는 사회 보편의 (성)폭력성에 대한 경각심을 키워줄 뿐만 아니라, 예술계 안에서도 여성주의적 파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임이혜 작가는 성폭력 가해자의 스펙트럼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악마적인 모습만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며 작업에 들어갔다. 모집된 원고를 읽으면서 확신을 갖게 된 작가는 가해자를 표현함에 있어서 그들의 야비함과 비겁함을 중점에 두었다. 큰 힘을 '가진' 것이 아니라 '가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자신을 평범의 범주에 놓고 사람들을 기만하고 있는 비겁자의 모습을 묘사하였다. 더불어 작가는 원고에서 드러나는 생존자들의 감정을 충실히 반영하여 가해자들의 망령이 어떻게 들러붙어 있는지를 암시하고자 했다.
권순영 작가는 가해자의 '평범함'을 구현하기 위해 한국인 20대 남성 100명의 얼굴을 겹친 이미지를 사용하여 사실적이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얼굴을 그려냈다. 가해자의 얼굴은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전형적인 악인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다. 그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외양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작가는 그러한 평범함 위에서 생존자들이 기억하는 특유의 인상착의를 포착해내려 했다. 작품에서 보이는 가벼운 낙서의 형식과 사실적인 사진의 중첩은 평범한 얼굴 뒤에 숨겨진 이중성과 공격성을 나타낸다.
쥬나 리 작가는 가해자들이 생존자들과의 사회적 관계와 감정에 기생한다는 것에 착안했다. 가해자들은 자신이 가진 권력이나 생존자들이 가진 신뢰를 놓치지 않고 이용하여 성폭력을 저지른다. 이러한 국면을 나타내기 위해 작가는 원고에 묘사된 가해자들의 외모를 토대로 그들의 얼굴을 기생식물의 이미지와 결합시켰다. 가해자들은 몰래 숨어있다 덤벼들고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끈질기게 관계에 기생하며 생존자들의 감정을 착취한다. 작가는 가해자들의 이러한 비겁한 생존 방식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정은 작가는 10명의 가해자들이 묘사된 원고를 읽으면서, 피해자들이 겪은 폭력은 특수한 환경에서 겪는 비일상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가해자의 외모와 성격, 그리고 폭력이 가해질 당시 상황을 묘사한 단어들을 토대로, 작가는 제 3자의 입장에서 사건에 대한 상상력을 더하여 가해자들을 조명하였다. 언뜻 보면, 8점의 드로잉과 2점의 회화는 일상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과 물체의 이미지들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 번 더 들여다보면, 관객은 그 안에서 화려한 색채와 붓터치 너머의 불편함을 발견할 수 있다.
맥주 작가는 원고에 등장하는 가해자들이 매력적이라는 것을 첫 번째 주안점으로 두었다. 두 번째로는 그들이 언제 폭력적으로 돌변할지, 어떤 순간을 약점으로 포착하여 치고 들어올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가해자들은 언제든 약자에게 휘두를 준비가 되어 있는 폭력성을 갖고 있으며, 기회를 맞았을 때 활짝 열릴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상냥했던 가해자가 어느 순간 돌변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무엇인가 부풀어 오르며 촉수를 뻗는, 그러한 순간을 작가는 포착하고자 했다. ● 이러한 작가들의 작업이 성폭력 생존자들이 직접 쓴 원고로부터 출발하였다는, 작업의 진행 과정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에서는 관계 내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휘두르는 폭력적인 말과 행동들이 생생하게 살아 숨쉰다. 텍스트들을 치열하게 연구하면서, 작가들은 가해자들의 면모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파헤친다. 가해자들이 연출하는 폭력적인 상황을 드러내기도 하고, 가해자들이 갖는 지배 욕구에 대해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평범한 폭력』 전시회의 관객과 인쇄물의 독자는 성폭력가해자들의 평범함, 일상적으로 휘두르는 폭력성을 깊이 음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여성주의 시각예술공동체 언니모자는 2013년 작가 신학철과 김홍석이 미술에서 여성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비판하는 글 『Hello,Mr.Kim』를 발표했다. 2015년 '청년관을위한예술행동' 주최 "미술관의 탄생", 성매매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알로호모라, 아파레시움! 미아리 더 텍사스", 경기문화재단 주최 "실신프로젝트 남.양.광.하"등 다수 전시에 참가하였고, 서울과 대구의 퀴어문화축제에서 보지색칠놀이책 『안녕 보지』, 보지쿠키와 엽서 등을 판매하는 등 활발한 시각예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6년에는 성폭력가해자에 초점을 맞추는 프로젝트 『평범한 폭력』을 진행중이며, 이후 페미니즘 동화책 시리즈를 구상중에 있다. ■ 언니모자
Vol.20160414c | 평범한 폭력 Common Violences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