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민찬_김태완_남예지_유규영_이한솔_하민지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킴스아트필드 미술관 KIMS ART FIELD MUSEUM 부산시 금정구 죽전1길 29(금성동 285번지) 제1전시관 Tel. +82.51.517.6800 www.kafmuseum.org
킴스아트필드미술관의 '실기실을 주목한다'전은 창작의지를 가진 신진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지난 몇 해간 지속해온 기획전시이다. 이 전시는 대학이라는 제도권 미술교육의 장과 비영리 미술현장인 미술관을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미술대학의 실기실을 주목하겠다는 이 지극히 평범한 전시명이 최근 들어서 마냥 평범하게 만은 들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부산지역에 소재한 미술대학들 중 몇몇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흉흉한 분위기 때문이다. ● 사실, 수년 전 부산지역 최대 사립대학의 무용학과가 사라진 이후부터 지역 대학 예체능학과의 정책에 대한 우려는 있어왔다. 이는 교과부와 대학들이 예술학과만이 아니라 철학, 문학 등 인문학을 포함한 기초학문분야의 정원을 감축하거나 통폐합 할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교육부의 프라임사업은 이러한 방향이 정책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프라임사업은 산업수요와 취업에 유리한 학과 위주로 재편되는 것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인문사회, 자연, 전국의 예체능계정원을 4천500여명을 줄이고 공대계열 정원을 늘이는 일종의 대학 구조조정사업으로 볼 수 있는데, 이를 잘 계획한 대학들에게 향후 3년간 총 6천억 원 규모의 기금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이다. ● 이와 같은 정책과 학교들의 대처를 보면 대학이라는 교육기관의 목적, 목표를 너무 편협하게 설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기초학문을 대하는 인식이 너무 근시안적이지는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아무튼 이러한 기본적인 방향이 변하지 않는 한 지역에서 미술관련 학과의 폐과 혹은 축소는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인구감소나 기존의 직종이 사라지는 현상처럼 앞으로 맞이하게 될 사회전반의 변화 속에서, 인문학적 소양과 예술적 상상력이 얼마나 중요한 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환기가 필요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기초예술교육에 대한 해당 기관의 무관심은 신진 예술가를 포함한 미술계 전반의 분위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높이고 있다. 이런 맥락 속에서 이번 전시와 같이 신진 예술가들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유효하며,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2016년도 '실기실을 주목한다' 전시는 6명의 지역 신진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먼저 김민찬은 구름과 하늘을 소재로 작업을 해왔다. 하늘의 변화무쌍한 색과 구름의 다양한 형상에 이끌린 작가의 관심은 뷰파인더 속 이미지 혹은 사진이 가지는 2차원의 풍경을 입체적으로, 특히 육면체 형태로 변형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추상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의 인식에 고착된 '하늘'의 개념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육면체의 형태로 분리시키고 또 새로운 조형성을 부여해 구체화하며 재구성하고 있다. ● 김태완은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가로서의 기본적인 사고와 태도를 퍼포먼스와 이를 기록한 영상작업으로 제시하고 있다. 도심의 도로에서 자신이 크레인에 거꾸로 매달려 책을 읽는 퍼포먼스는 이 사회에서 예술가가 가져야할 태도인 전복적 시선과 반전의 시도를 스스로의 몸으로 행하고 있다. 이 작업은 마치 작가란 이런 존재여야 한다는 것을 시위하듯 보여주고 있으며 동시에, 현재 예술가들이 처한 힘겨운 현실과 위급한 상황을 전하는 것과도 같은데, 이 현장은 출동한 경찰차들에 의해 마치 실황중계처럼 긴박함을 가지며 확장된다. 방독면을 쓴 채 어두운 산을 오르는 비디오작업 또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오늘날의 예술가 혹은 청년세대인 자신의 상황을 반영하는 듯하다.
남예지는 화려한 샹들리에를 인간과 시대의 욕망에 빗대어 이야기 한다. 작가는 이전 작업에서 모니터와 프로젝션을 이용한 영상설치로 주목받았다. 이번 전시에는 붉은 선으로 연결된 샹들리에가 바닥으로 추락해 있는 설치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붉은 끈으로 가늘게 연결된 샹들리에는 바닥으로 추락한 상태에서도 여전히 점멸을 반복하며 그 욕망의 불씨를 살리려 한다. 이는 추락되고 좌절된 상태에서도 끊임없이 갈구하는 인간의 욕구와 욕망과 닮아있으며 이 시대의 모습을 반영한다. ● 유규영은 책과 같이 종이에 인쇄된 인물, 인체해부도, 해골 등의 이미지 위에 자신의 드로잉을 더해 현대인의 불안한 징후를 나타낸다. 작가는 문명의 기록들인 기존의 인쇄 매체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기성의 정보들을 교묘히 왜곡시킨다. 이러한 방식은 우리에게 전해지는 어떤 고착된 정보나 확고한 믿음에 대한 문제 제기인 동시에 작가의 드로잉들도 거짓이 아닐 수 있다는 모호함을 보여주는 이중적 효과를 가지게 된다. 이들 이미지가 기존의 그림 도판과는 다른 불편한 상황들로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기성의 정보와 인식들에 대한 비판적 관점으로까지 나아간다면 이 낯선 듯 익숙한 이미지들을 관찰하는 흥미로운 지점이 발생할 수 있다.
이한솔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제어되고 있는 다양성과, 사고의 결핍을 화두로 상정하고 있다. 이러한 생각은 현대사회 시스템이 개인의 자율성과 사고의 범위까지도 통제하며 단일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고 자연마저도 인공적인 힘으로 재구성되고 있다는 작가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특히 문제는 우리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수많은 주변 환경과 의식구조까지도 획일적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마치 문서 파쇄기에서 파괴되는 문서들처럼, 수없이 많은 개념과 시간, 그리고 개인적 흔적으로서의 텍스트들이 쉽게 재단되고 무시되며 사라지는 상황을, 자신의 행위와 그 흔적들의 증거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 하민지는 동물성, 생명의 문제를 다룬다. 가축의 질병발생과 집단적 확산위험 가능성을 대하는 인간사회의 극단적인 대처법은 인간과 동물을 온전히 분리, 구분해서 인식하는 근원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것이다. 작가는 이와 같은 동물성에 대한 비인도적 접근과 생명의 가치를 재고하지 않는 것이, 우월적 존재로서 가해지는 우리 사회의 폭력성과도 같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생각들로부터 인간과 동물이 가진 동질의 성질인 동물성을 '주름'이라는 경계를 확정할 수 없는 불특정 형상들의 뒤섞임으로 표현한다. 마치 생명체가 탄생하기 이전, 결합과 증식과정을 나타내는 것 같은 주름들의 조합은 무수한 증식 가능성 그리고 기존의 구분과 구획들을 무력화시키며 재구성되고 있다.
이들 신진작가들은 대학교육과정을 마치고 여러 전시들에 초대되며 역량을 인정받고 있으며 활발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은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생각과 표현을 입체적으로 고민하고 실험하는 과정에 있다. 지금 현재의 작업들로만 평가하기에는 어려움이 분명히 있으며, 이들이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이 어떠할 것인지, 현실적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는 여느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주어진 과제이다. 관심과 기대의 시선으로 준비된 이번 전시가 막 출발하려는 예술가의 여정에 이 작은 힘이라도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킴스미술관
Vol.20160409j | 실기실을 주목한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