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6_0401_금요일_05:00pm
참여작가 이문호_박형진_이민호_김도균_윤민섭 손몽주_채우승_최은혜_이미연_애나한 루벤 카스트로_안트야 권터
주최 / 고양문화재단 후원 / 고양시
관람료 일반 5,000원 / 학생 4,000원 / 문화예술인패스 3,000원 문화가 있는 날 2,000원/ 20인 이상 단체,고양시민 1,000원 할인 * 2세 이하, 65세 이상, 국가보훈대상자 및 장애인 무료(본인만 해당)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Goyang Aram Nuri Aram Art gallery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중앙로 1286(마두동 816번지) Tel. +82.031.960.0180 / 1577.7766 www.artgy.or.kr
공간이란 사람이나 사물이 점하고 있는 장소 또는 인간의 활동이 행해지는 장이나 물체의 운동이 그 속에서 전개되는 넓이를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공간의 개념은 각 학문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 기하학에서는 2차원, 3차원의 유클리드 공간과 기하학 원본에서 제시된 평행선의 공리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하여 그 공리를 바꾼 로바체프스키 공간, 리만 공간 등 비 유클리드 공간이 탄생하였다. 데카르트 이후 공간은 해석학과 관계를 맺어, 해석학의 대상이 공간적으로 표현되기에 이르렀으며, 이에 따라 공간 개념이 확대되어 n차원 공간을 생각하게 되었다. 조형예술학에서 '공간'은 생활에서 말하는 실제적 공간뿐만 아니라 공간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공간감을 말하는데, 평면 작품에 공간이 잘 표현되면 거리와 깊이가 생겨 표현 대상들이 원근감 있게 보이고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때로는 공간이 없어 평평하게 보이는 작품 속에서 심리적 공간이 존재하기도 한다. 화가들은 실제 세계의 공간을 미술 작품 속에 표현하려고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현대미술에서는 예술가가 지닌 다양한 의도를 표현하기 위해 원근법을 거꾸로 사용하거나 일부러 쓰지 않으며, 나아가 실재하는 공간 전체를 자신의 캔버스로 사용하거나 관람자와 작품 사이의 공간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면서 작가 자신만의 의도를 숨겨 놓기도 한다. ● 이번 전시는 예술가에 의해 새롭게 인식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관람객들이 단지 바라보면서 작품을 이해하던 감상 방식에서 벗어나, 작품 속의 일부가 되고 작품으로 인해 탄생하는 새로운 공간을 인지하는 즐거운 경험을 하도록 구성되었다. ● 개인들이 부여하는 가치들의 안식처로서 공간을 바라보는 애나한, 빛과 공간 그리고 그림자들을 연결하는 시공간 여정을 표현한 최은혜, 통로와 같이 공유화된 사적인 공간을 선보이는 채우승, 가볍고 유연한 검은색 고무밴드로 새로운 공간을 그려내는 손몽주, 플라스틱 막대로 공간 속 입체 드로잉을 선보이는 윤민섭, 일상적 공간의 한 부분을 포착하여 그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김도균, 일상과 우연의 장소들의 이미지를 뒤섞어 가상적 풍경을 만드는 이민호, 2차원의 평면 안에서 3차원의 공간을 창조하는 박형진,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 대한 명상과 탐구를 하는 이문호 그리고, 네덜란드3대 레지던시 중 하나인 반 아이크(Van eyck)의 작가 이미연, 안트야 귄터(Antje Guenther), 루벤 카스트로(Ruben Castro)가 공간에 대한 철학을 선보인다.
건축과 조형을 전공한 이문호는 삭막하고 갇혀 있는 건물 안의 공간 구조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 대한 명상과 탐구로 이어집니다. 이 작품의 부제는 Somewhere beyond Nowhere (그 어디도 아닌 어느 곳)인데 이것은 미키마우스 만화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미키마우스가 장자적 여행을 가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자가 우주를 보더니 작은 것더러 너무 작지 아니하고 큰 것 또한 너무 크지 않다 한다. 왜냐면 그는 차원의 한계가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 장자, 추수 제 17장- 미로형식의 공간을 탐색하는3D 애니메이션 작품은 실제 공간을 제작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작업으로 카메라의 시각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미로는 사람들의 삶의 목적에 대한 여정을 상징하고 있으며,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물리적 환경과 존재의 의미를 환기시키고자 했습니다.
박형진의 작품은 원근법을 통해 공간감을 표현해 오던 기존 회화와 달리 현대 과학기술과 결합하여 이뤄지는 공간적 효과를 경험하게 합니다. 3차원 그래픽 기법이 만들어 낸 가상의 공간 위에 그려진 초현실적 이미지는 렌티큘러라는 재료와 만나 무한한 상상의 공간으로 확장됩니다. 시선의 이동으로 나타나는 두 가지 이미지가 서로 공존하면서 동시에 독립하는 이중구조는 30장이 넘는 렌티큘러 덕분에 더욱 심화되어 실제적인 공간감을 가진 가상공간으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인공적인 이미지와 자연적인 이미지를 함께 사용하는데, 어항이나 우산, 콘크리트 벽면, 문 등의 공업적인 생산품들과 함께 물고기, 나비 등 자연적인 이미지가 도입됨으로써 느껴지는 이질감을 통해 우리는 익숙했던 이미지들이 낯선 조합을 이루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서로 다른 이미지를 대비시키는 것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법한 상황을 제시하여 초현실에 대한 이해와 몰입을 더 심화시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물 없이 날아다니는 물고기와 공중에 떠있는 우산 등의 이미지들은 이러한 초현실적 상황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박형진은 시선의 이동으로 나타나는 두 가지 이미지의 공존과 각각이 가지는 독립적인 이미지의 구조를 통해 상상의 공간을 평면 안에 입체로 표현합니다.
이민호의 사진은 작가 자신이 배회하는 주변에서 생성됩니다. 자신의 삶의 배경이자 모든 창작을 위한 요소인 사진은 자신이 머물던 그리고 바라 본 그 곳의 풍경의 기록으로 '기억의 표상'이 되고 있습니다. 풍경의 파편들의 콜라주는 '휴대풍경(portable landscape) '이라는 개념으로 재 탄생하여 장소의 정체성을 바꿉니다. 일상의 장면부터 여행 중 우연히 발견한 장소들의 이미지를 뒤섞어 일상과 일탈이 교차하도록 재배치한 가상적 풍경 사진은 낯설게 다가오는 세계 속에 작가 자신의 새로운 영토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김도균은 일상적 공간의 한 부분을 포착함으로써 그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합니다. 사진의 대상은 흰 벽의 천장 모서리, 맞물려지는 틈 등 건축 내부의 부분들입니다. 주체의 시선으로부터 잊혀지고 버려졌다고 할 수 있는 이러한 공간은 작가의 관점으로 재해석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으로 보이는 이미지들은 작가의 해석뿐만 아니라 관람자의 시선이 합쳐지면서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합니다. 작가는 결코 균질적이거나 중성적일 수 없는 공간을 단순하게 담아냈고, 이것을 바라보는 관람자는 자신의 개인적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그 이미지들을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마치 작가는 관람자의 시선을 카메라의 줌-인(zoom in)기능을 보는 순간에 두고 주변부로 떠 밀려진 공간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 결과로 관람자는 공간의 숨겨져 있던 미학적 요소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윤민섭은 드로잉 작업으로 대상을 그린 후 검정색 플라스틱 와이어를 사용하여 3차원의 입체 공간 속에 다시 그려낸다. 개인적인 공간에서 인물에 대한 표현으로 주제가 옮겨지면 작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점에 대한 관심이 깊어집니다. 여행지에서 마주친 낯선 인물들을 촬영한 사진이 드로잉을 거쳐 인체 크기로 재현된 작품입니다. 대상의 실제 이목구비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는 뒷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 혹은 내가 아는 친밀한 누군가와 비슷한 구석을 떠올리기도 하고, 관람자를 등지고 일정한 지점으로 나아가는 인형들을 대하다 보면 닮은꼴을 발견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치 그 발걸음을 따르는 듯 한 스스로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작가가 여러 형상의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세밀하게 조정하는 설치 과정을 통해서 사람의 몸이 경험할 수 있는 실제적인 공간을 조성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작품을 대면하여 무언가를 연상할 뿐만 아니라, 그 공간 안으로 들어서면서 자신의 몸으로 직접 체득하는 경험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손몽주는 거대한 공간 속 드로잉 작품 안으로 들어가 다양한 각도로 분할된 건축 공간을 탐색하게 합니다. 아주 가볍고 유연한 검은색 고무밴드가 공간을 무수히 가로지르며 사각형이었던 전시장에 새로운 공간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냅니다. 고무밴드들은 각각 선이 되어 촘촘하게 면을 이루고, 벽의 역할로서 공간을 건축적으로 분할하고 있습니다. 고무밴드로 이루어진 벽들은 탄성이 있어 손으로 누르거나 당기면 아주 유연하게 움직이며 미로처럼 얽혀있는 독특한 공간은 관람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창조하고 있습니다.
채우승은 다락방, 장롱 속과 같이 외부로부터 감추어진 은밀한 공간을 대변하는 '상자 속' 공간을 어중간한 높이의 사면의 벽을 가지고 엿보이게 구성합니다. 강요된 것은 아니지만 구조적으로 권유된 동선은 거쳐 흘러가는 통로와 같이 공유화된 사적인 공간입니다. 상자 밖 공간의 끝을 향해 걸어가려는 자에게는 통로일 뿐이며 머무르고자 하니 미완성된 '상자 속'이라 기대한 바가 충족되지 않습니다. 이 애매한 높이의 상자는 사실 상 한 걸음에 넘어 다닐 수 있는 '간섭'된 구조물인 셈입니다. 정체된 중간지대인 이 공간은 관람객에 어느 방향으로든 갈 수 있는 애매한 선택의 여지를 남기며 기억 속의 은밀한 사유의 공간을 상상하게 할 것입니다.
최은혜는 빛, 공간, 그림자와 그것들을 연결하는 시,공간의 여정이 만드는 교감을 통해 서로의 관계를 발견하고 표현합니다. 작가는 빛이 이동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빛의 여정이라 생각하며, 그 여정을 보여주는 공간의 기록들을 시간과 공간을 함께 드로잉하며 재해석란 이미지로 표현합니다. '빛'이라는 유연한 소재를 마음껏 이용하여 섬세하게 풀어낸 작가만의 조형적 드로잉을 통해 작품과 교감하면서 우리는 시각을 통한 공감각적 경험을 하게 됩니다. 단편적 공간의 잔상이 아닌 빛과의 관계를 통한 공간의 여정은 잔상들을 투명하게 중첩시키며 하나의 재해석된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이렇게 머릿속으로 기억되어 다가오는 드로잉은 각각의 머릿속에 다른 이미지로 남아 또 다른 의미로 확장되고 변화됩니다. 작품과 교감하는 경험은 우리의 내면을 풍요롭게 만들고 상상력을 자극시켜 또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냅니다. 최은혜가 보여주는 빛의 자유로운 여정을 교감하면서 새롭게 재해석된 자신만의 이미지를 찾아보는 시간을 갖길 바랍니다.
이미연은 물질과 건축적 요소 사이의 공간의 조형미를 그리며 개인과 사회적 정서를 표현해 왔습니다. 이번 작품에는 지금까지 항상 이용해왔지만 그 자체에는 주목하지 않았던 시각적 요소인 물감의 흐름, 선, 색 여백을 주 요소로 하여 내면의 공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추상적인 요소들은 작가가 꾸준히 다루고 있는 '이동, 이주, 거주, 정체성' 등의 주제를 더 심도 있고 섬세하게 드러나게 합니다. 타국에서의 삶과 바깥에서 안(모국)을 바라보는 시선에 뿌리를 두고 있는 작가의 개인적인 정서가 결국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시대가 생산해 낸 한국의 특정 정서와 맞닿아 있다는 것을 오랜 생각과 분석 끝에 알게 됩니다. 작가는 이 상황의 복잡함 - 억제와 자유, 불안정과 안정 - 속 에서 스스로 내면의 균형을 잡기 위한 노력합니다. 그림은 이와 같은 내면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애나한에게 공간은 추상이 아니라 늘 구체적 현실이며 경험의 장소들입니다. 이러한 작업은 그가 어려서부터 고민했던 삶의 방향성, 불확정적 위치, 우울증, 유학의 여정들과 귀국 후 지금 여기의 한국적 현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장소에 따라 변화하며 스스로 관람자에게 질문을 던지는데 이는 명상적이며 관계적이며 그 자체로 작품을 해석하는 미학적 개념일 수 있습니다. 공간의 육면체에서 다섯 면은 작가에게 작업의 도화지이고, 여섯 번째 면은 관람자 자체로 그들이 존재하며 관람하는 위치에 따라 공간은 다시 정의됩니다. 음표로 음악을 기록하는 것 처럼 작가는 선, 면, 빛을 이용해 공간 속에 자신 만의 음악을 기록하며 이 곡은 관람자에 의해 재 해석 되어 연주되는 것입니다.
루벤 카스트로는 스코틀랜드와 아이슬란드 사이에 있는 18개 군도의 하나인 페로 아일랜드에서 보낸 2주 동안의 시간을 사진, 글, 건축모델, 영상 등으로 해석했다. 작가는 특정 공간을 경험하고 기록하는데 있어 '걷기'를 하나의 리서치 형태로 이용한다. 여기에서 나온 자료를 토대로 건축가인 작가는 그 결과물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루벤이 만들어낸 건축물은 중첩된 시간에 침식이라는 요소가 더해지는 쉼터로서의 공간이다. 이 건축물은 1만6,000년 동안에 걸쳐 물과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지게 되어 있으며, 건축가로서 루벤의 역할은 이 시작점이 되는 부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전시는 이 모든 과정을 시작으로, 여러 중첩된 레이어 (글, 사진, 비디오) 들로 풀어나가고 걸음과 땅, 경험과 시간이 만나 만들어지는 추상적 공간과 이것의 결과물이 되는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 안트야 귄터의 8개의 실크 스크린 포스터는 사회 정치적으로 얽혀있는 도시 공간과 이에 대한 시각적인 견해, 불행하게도 사회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세대의 건축가들의 근원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도시라는 맥락 안에서 조각과 같은 빌딩은 겉으로는 매우 상징적인 기능을 지닌 매력적인 조형물입니다. 그러나 바로 이 빌딩은 도시를 살기에는 너무 공허한 공간으로 만드는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작가의 포스터는 특정 도시 공간과 사회에 얽힌 문제에서 출발했지만 세계 어느 장소에서 발견될 수 있는 일반적인 것들에 대한 의문이기도 합니다. 안트야는 자신의 포스터를 도시 어느 공간에 부착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낡아져 가는 모습을 전시장 안에서 관찰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Vol.20160403e | 상상 공간 Fancy Spac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