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MY HOME

김서율_민경숙_이주은_정재호展   2016_0331 ▶ 2016_0424 / 월요일 휴관

정재호_응시_한지에 아크릴채색_74×94cm_2016

초대일시 / 2016_0331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룩스 GALLERY LUX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7길 12(옥인동 62번지) Tel. +82.2.720.8488 www.gallerylux.net

'어떤 것'이 '모든 것'이 되는 순간 ● 『SWEET MY HOME』은 이제니의 시로부터 출발됐다. 「거실의 모든 것」은 거실에 있는 몇몇의 사물의 존재를 발견하고 이를 호명하면서 시작된다. 이어서 과거의 기억을 쫓아 어떤 순간들, 어떤 감정들을 상기시킨다. 보잘 것 없던 '어떤 것'의 구석구석을 살펴 보는 과정 속에서 그것은 이내 '모든 것'이 되어간다. 또한 '있다.'라는 단호한 표현의 어구를 반복하면서 '모든 것'의 존재를 더욱 뚜렷하게 만들어 간다. 『SWEET MY HOME』은 너무나 익숙한 공간이라고 여겨지는 집에 주목하고, 그곳에 놓인 사물과 그곳에서의 생활을 돌아보고자 한다. 집에 놓인 사물은 대부분 필요에 의한 경우가 많지만 때로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특수하게 선택된다. 이러한 사물은 보편적으로 존재해왔지만, 누군가의 특수하고 내밀한 감성을 대변하며, 누군가의 삶의 방향성을 추측해볼 수 있게 한다.

정재호_트랜지스터_한지에 아크릴채색_88×104cm_2014

정재호는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사라져가는 사물들을 화면에 담아낸다. 특히 흑백 톤으로 담담하게 그려나가는 사물의 초상에서 우리는 과거의 기억, 무의식에 잠겨버린 무엇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주은은 바깥에 있는 식물을 집 안 실내에서 키워내는 모습을 전시장에서 연출한다. 집 안에서 가장 미세하게 가장 많이 변하는 것은 식물이 아닐까. 이렇게 식물을 키워내는 방식, 대하는 태도에서 거주자의 삶의 방향이 가늠되어진다. 한편 집에서의 생활은 모두가 짐작할 수 있을 만큼 보편적이고, 그 자체에 목적이 있다. 버릇이 들여버리곤 한다. 손을 씻고, 식사를 하고, 잠을 자고, 또는 생각에 잠긴 채로 가만히 앉아 있기도 한다. 특별한 변수가 작용하지 않기에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행동을 면밀히 살펴 보면, 미세한 차이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차이들 속에서 우리는 특별한 어떤 기억과 감정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민경숙_Sunset in Sunnyside_보드에 유채_41×51cm_2011
민경숙_New York Story (plants)_보드에 유채_45×61cm_2013

민경숙은 바깥에서 집 내부로 들어오는 빛의 그림자가 걸린 벽면을 작은 화면에 그려오고 있다. 일상이라는 범속한 시공간에서 마주하게 되는 자연광의 이미지는 아름답고도 다소 슬픈 광경이다. 자연광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천천히 나타나 사라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일정한 속도에 따라서 나타나고 사라지는 것을 발견하기까진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며, 이러한 경이의 순간은 물리적으로 짧지만 지워지지 않는 잔상으로 남겨진다. 한편 젊은 작가 김서율은 일상 속에서 '신경증'이라는 질환 중 생물학적인 변화의 지점을 포착하여 그려나가고 있다. 신경증은 예민하게 반응하는, 갑작스러운 환기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김서율은 화장실에서 손을 씻는 상황에서 겪게 되는 생물학적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쉽사리 이해되지 않기에 더욱 객관적인 방식으로 화면을 구성해간다.

이주은_길에서 섬을 만나다_종이에 프린트, 우드컷팅, 레진, 아크릴채색, 목탄_가변설치_2015
이주은_길에서 섬을 만나다_종이에 프린트, 우드컷팅, 레진, 아크릴채색, 목탄_116.8×70cm_2015

이번 전시를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집이라는 공간, 그곳에 존재하는 사물, 기억, 감정을 살뜰히 살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집의 '모든 것'을 살펴볼 때, 우리는 행복을 지속하는 방법, 그리고 어려운 시간을 견뎌내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긴장된 몸과 마음이 편히 휴식할 수 있기를, 한편으로 자극적이겠지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박은혜

김서율_손씻기_캔버스에 유채_45×53cm_2015
김서율_씻기지 않은 손_캔버스에 유채_130.3×193.9cm_2016

거실의 모든 것 거실에는 책상이 있다. 거실에는 의자가 있다. 거실에는 책이 있고. 꽃이 있고. 거울이 있고. 종이가 있고. 유리가 있고. 서랍이 있고. 약속이 있고. 한숨이 있다. 한편에는 식탁이. 한편에는 냉장고가. 냉장고 안에는 사과가. 사과 안에는 과육이. 과육 안에는 씨앗이. 씨앗 안에는 어둠이. 어둠 안에는 기억이. 기억 안에는 숨결이. 숨결 안에는 눈물이. 눈물 안에는 너의 말이. 너의 말 안에는 나의 말이. 나의 말 안에는 지나간 흔적이 있다. 우리의 감정이라 부르던 어떤 것. 우리의 취향이라 부르던 모든 것.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되었던 모든 것.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되었던 어떤 것. 거실에는 어떤 모든 것이 있다. 어떤 모든 것 안의 어떤 모든 것. 모든 어떤 것 안의 모든 어떤 것. 기울어진 모서리. 희미한 벽지. 벽지에 닿는 손가락이. 손가락을 따라가는 눈길이. 이제는 없는 너의 눈길이. 되돌릴 수 없는 어떤 얼룩이.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 번지는 모든 얼룩이. 거실에는 모든 어떤 것이 있다. 있다. 있다. 있다. 모든 어떤 것 안의 어떤 모든 것. 어떤 모든 것 안의 모든 어떤 것. 우리를 다른 우리로부터 구별되게 하던 모든 어떤 것. 우리를 다른 우리로 번지게 하던 어떤 모든 것. 거실에는 문이 있다. 거실에는 창이 있다. 거실에는 모자가 있고. 연필이 있고. 온기가 있고. 선반이 있고. 후회가 있고. 흔들림이 있고. 망설임이 있고. 독백이 있고. 양초가 있고. 구름이 있고. 한낮이 있고. 한탄이 있고. 나무가 있고. 풀이 있고. 물이 있고. 불이 있고. 웃음이 있고. 울음이 있고. 음악이 있고. 침묵이 있고. 그림자가 있고. 고양이가 있고. 개가 있고. 새가 있고. 내가 있고. 네가 있고. 이제는 없는 네가 있고. 이제는 없는 오늘의 네가 있고. 거실에는 어떤 모든 것이 있다. 있다. 있다. 있다. 모든 것 안의 어떤 것. 모든 것 안의 모든 것. 어떤 것 안의 어떤 것. 어떤 것 안의 모든 것. 거실에는 어떤 것이 있다. 있다. 있다. 있다. 거실에는 모든 것이 있다. 있다. 있다.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문학과 지성사, 2014) ■ 이제니

Vol.20160331b | SWEET MY HOME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