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숍 / 2016_0430_토요일_02:00pm
후원 / 서울시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월,공휴일 휴관
(재)한원미술관 HANWON MUSEUM OF ART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423 (서초동 1449-12번지) 한원빌딩 B1 Tel. +82.2.588.5642 www.hanwon.org
수묵, 그 찬란한 생명력 ● 21세기 현대미술은 매체와 주제의식 등 표현의 경계가 사라진지 오래다. 한국화 장르 역시 글로벌리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도래 이후 기존 미술 장르 간의 해체 속에서 다양한 동서양 미술방법론의 혼종성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의 한국화 작가들은 너도나도 화려한 색채와 다양한 재료를 가미한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이기에 여념이 없다. ● 본 전시는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 속에 "한국화라는 장르를 현대미술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필묵언어의 상실은 불가피한 것일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한다. 물론 먹을 쓰거나, 서양의 재료를 쓰거나 하는 점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한국화에 서양의 재료와 기법을 도입하는 것이 '동시대적(contemporary)'이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 예로 한국화 장르 중 필묵언어를 중심으로 하는 수묵화를 선조가 남긴 고루한 유산쯤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수묵은 독특하고 신비한 한국적 미감을 지닌 화재(畫材)이며 방대한 재료와 기법이 난무하는 세계 미술무대에서 우리 한국화 작가만이 지닐 수 있는 중요한 경쟁력의 원천이다. ● 수묵화의 핵인 '묵(墨)'은 직관과 함축미를 무엇보다 잘 보여줄 수 있는 매체이다. 개념적으로는 '검은색'으로 분류되지만 오묘함과 심오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삼라만상의 에너지를 지녔다고 해서 현색(玄色)으로 불린다. 또한 예로부터 모든 현상을 겸비한 복합적인 색이자 만 가지 색이 잠재되어 있다는 의미로 오채(五彩)를 담고 있다고도 하였다. 현상적인 색의 체계를 초월한 색 위의 색이 바로 묵색인 것이다. (이주원,「묵(墨)과 오채(五彩)론을 통한 수묵표현 연구」,『조형교육』, 제49집, 2014 참조.) ● 묵은 '필(筆)'과 만나 비로소 그 기운을 발현한다. 동양의 모필은 서양의 붓과 달리 길이가 길어 물의 양이나 속도를 조절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작가의 생각(정신)과 붓의 운용이 완벽히 일체 되어야 한다. 한번 그어지면 수정할 수 없고 필이 지난 자국은 중첩하여 쌓아도 온전히 덮여 없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현장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매체라고 하겠다. (김현화,「송수남의 "붓의 놀림" 연작 -한국적 정체성과 모더니즘의 동시적 구현과 그 간극」,『미술사와 시각문화』, 제16집, 2015 참조.) ● 이와 같이 만상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표출하는 묵의 정신성과 필이 지니는 현장성은 서양의 작가들이 단순히 재료를 차용하여 표현하기에 한계가 있다. 역으로 묵과 필의 특질을 작가들의 상상력을 분출하는 수단으로 삼는다면 글로벌 시대에 한국 작가들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제7회 畵歌『수묵미학』展은 필묵언어가 지니는 미감과 내적 가치를 통해 현대미술의 영역에서 수묵화를 확장시키고자 하는 의지의 표상이다. 이번 전시의 참여 작가 기민정, 박한샘, 설박은 모두 먹을 주재료로 하는 작가들이다. 그러나 먹을 쓰는 것으로 전통의 외관을 모방하는 자들이 아니다. 먹을 단순히 안료로 보고 검은색을 발현하기 위한 도구로 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들이 먹을 쓰는 의미는 각자가 지닌 내러티브와 뚜렷한 맥을 잇고 있으며 나름의 필연성을 지닌다.
기민정은 '사랑'이라는 숭고한 감정 이면의 여러 사회적인 기제들을 동양의 산수 형식을 빌려 표현한다. 그 무엇보다 사랑이 제일 어려웠다고 말하는 그는 이전의 「몽유」 연작을 통해 가공되지 않은 감정의 분출을 표현주의적 색채로 발현하였다. 작업은 곧 자신을 파헤치는 과정이었고 스스로의 이야기를 구체화해나가며 자연스럽게 색의 뿌림에서 선의 묘사로 작업 방식이 바뀌게 되었다. ● 작가는 농담이 거의 없는 철선묘(鐵線描, Tiexianmiao)로 실루엣을 만들고 그 안을 단면의 먹색으로 꽉 채우거나 혹은 텅 비워 이미지들을 기호화해나간다. 카툰화법과 같이 단순화를 통한 전달효과의 확장은 그 어떤 강렬한 색채보다도 우리의 주의를 이끈다.
박한샘은 현장 사생 후 풍경을 걷어내는 방식으로 대상과 주변 공간에 주목한다. 작업은 대부분 대부도에서 대상을 관찰하여 사생하고 작업실로 돌아와 재(再) 작업하는 식이다. 작가는 현장에서 자신이 가지는 감정에 따라 필이 주관적으로 해석될 수 있음에 주목한다. 즉 그의 작업에서는 모필의 운용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는 작가의 의도에 따른 것이 아닌 몸이 기억하는 감각에 의지하는 주관적 해석이다. ● 모필의 섬세하고 독특한 운용과는 상반되게 그의 작업은 배경의 과감한 생략, 그로 인해 과장된 여백이 특징이다. 분명히 현실에 존재하는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묵직한 덩어리와 같이 물질화된 섬과 여백의 충돌은 비현실적인 낯섦을 불러일으키는 데페이즈망(dépaysement) 효과를 일으킨다. 여기서 우리는 그의 사생이 피상적인 관찰 표현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몸의 모든 감각을 열어 대상을 받아들이는 과정이자 작가만의 새로운 시공간을 창조하는 방식이다.
기민정과 반대로 설박은 먹의 농담과 번짐이 주된 표현기법으로 작용한다. 그는 화선지를 먹으로 염색한 후 조각조각 찢어 중첩시켜 붙이는 방식, 즉 콜라주 기법을 차용한 산수화를 선보인다. 산수화라고는 하지만 작가가 의도적으로 구현한 산세라기보다 염색 과정에서 먹이 주체적으로 스민 자국에 따른 예측 불가능한 추상적 형태이다. 그렇기에 더욱 웅장하고 생동감이 있다. ● 작가는 산수화의 전통 구도에서 시작하여 실험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새로운 형태의 현대 수묵 산수화를 창조한다. 실경산수와 관념산수 중간쯤에 있던 과거 작품에 비해 최근작은 자연을 바라보는 작가 자신의 시선을 이상화하여 담아낸 몽환적인 풍경에 가깝다. 화선지를 찢고 재조합하여 산세를 형성하는 과정은 곧 작업을 대하는 자신의 정체성을 재확립하는 여정이다. ● 이상 3인 작가는 지필묵에 대한 통속적 관념에서 탈피하고 묵필의 조형적 특성과 현대적 미감을 거침없이, 동시에 조화롭게 보여준다. 농담이 없는 철선과 먹으로 채운 단면들을 통해 사랑을 둘러싼 감정의 장치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기민정, 필묵의 현장성과 여백의 조형성을 극대화하여 새로운 화면의 포치방법을 보여주는 박한샘, 여러 겹 붙여 구겨진 화선지와 먹의 농담으로 서정적인 현대 수묵화를 창조하는 설박, 이들은 필묵 본연의 내적 가치에 신선한 표현방법을 더하여 현대미술의 영역에서 수묵화가 가지는 경쟁력을 재확인하는 토대를 마련해준다. 본 전시를 통해 수묵이 오늘을 호흡할 수 있는 매체임을 확인하는 것은 한국화 고유의 정신성과 질료의 특성이 한국화 작가들에게 있어서 한계점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나아가 3인 작가가 제시하는 수묵의 미학적 의의는 동시대 상황에 맞게 새롭게 해석되고 재편성 되어가는 한국화의 새로운 비전과 맞닿아 있다. ■ 이지나
□ 전시연계 워크샵 Young Artist Project 꿈 드림 워크샵 "포트폴리오 크리틱 +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 1:1 포트폴리오 크리틱 및 「한국 작가들의 글로벌 무대 진출을 위한 전략」 공개 강의 일시: 4월 30일(토) 14:00 – 18:30
□ 문화가 있는 날 특별프로그램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가 직접 제공하는 프리미엄 전시해설 일시: 전시기간 중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3.30, 4.27, 5.25), 5인 이상 사전예약 시 진행
* 행사의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참조
Vol.20160324b | 제7회 畵歌 수묵미학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