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토크 / 2016_0330_수요일_04:00pm_성북도원 클로징 파티 / 2016_0415_금요일_05:00pm_성북예술창작터
참여작가 / 박종호_지연리_김도희_신이피
주관 / 성북문화재단 성북예술창작터
관람시간 / 10:00am~06:00pm/ 월요일 휴관
성북예술창작터 SEONGBUK YOUNG ART SPACE 서울 성북구 성북로 23(성북동 1가 74-1번지) Tel. +82.2.2038.9989 cafe.naver.com/sbyspace www.facebook.com/sbartcenter www.sbculture.or.kr
관람시간 / 11:00pm~06:00pm / 월요일 휴관
성북도원 SEONGBUKDOWON 서울 성북구 성북로31길 126-9 Tel. +82.2.2038.9989 www.sbculture.or.kr
공모전(Contest Exhibit)에는 은밀한 설렘이 있다. 물론, 공모 과정에는 경쟁과 선발의 구조, 자격요건과 정보접근성의 제한 등 나름의 한계가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공모전은 기획의 주체가 한치 틈 없이 작가리스트를 완성하는 구조에 비해서 분명 느슨한 측면이 있으며, 이는 새로운 만남의 가능성과 기회제공의 폭을 넓힌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준다. 성북예술창작터의 경우, 성북지역을 기반으로 하거나 관련 주제를 다루는 작가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공모전을 포함 다양한 방식의 지원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올해 『성북예술동N 전시지원 작가공모』에서는 연령제한 조건과 '신진'이라는 공모타이틀의 수식을 없애며, 그간의 고민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제안해 보았다. 현재 미술계의 지원육성 대상은 대부분 '만35세 이하로 규정되는' 신진들에게 집중되어 있다. 예술적 잠재력을 수량적 커트라인으로 가름하는 방식에는 분명히 재고의 여지가 있을 것이며, 이러한 풍토는 지원이 보다 절실하거나 유효 적절하게 작용될 작가들을 사각지대로 몰아 넣을 수 있다. 특정연령대에 대한 지원방식이 오히려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지원사업의 본질에 충실한 공모가 되도록 집중했으며, 그 결과로 총 4명의 작가들과 전시를 연다. ● 전시제목 『실눈뜨기(Opening half-closed eyes)』는 골똘하게 사유하거나 의문을 던지는 모습, 경계선상에 서서 양쪽을 아우르는 모습, 이분법에 반(反)하여 경계선상에서 양쪽을 아우르는 모습 등을 의미한다. '실눈'은 보는 이의 해석에 따라, 눈을 반쯤 뜬 것이기도 하고 반대로 반쯤 감은 것이기도 하다.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단 하나의 질서는 과연 존재하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극히 가변적인 대상이다. 우리가 실눈을 떠야 하는 상황은 끝없이 주입되는 이해 편중된 이데올로기와 각종 부조리함, 모순 등에 직면하는 때 등 다양할 것이다. 실눈뜨기라는 주제를 통해, 김도희, 박종호, 신이피, 지연리 작가의 작업들을 바라보는 어떤 하나의 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각각의 조형언어를 통해 삶의 보편적인 모순과 한계, 이분법적 이데올로기와 삶의 괴리, 위선과 거짓에 내재된 권력관계 등의 문제를 주시하는 작가들의 소리를 여러 감각으로 경험해 보자.
우선, 김도희 작가의 작업은 각기 다른 장소와 다른 소재들이라 할지라도, 강렬하고 일관된 정서를 환기 시킨다. 그것은 불편함과 날카로움이며, 작가 자신의 작업 동기와 방향성에 정확히 기인한다. 김도희 작가는 일상 속에서 낯설어지는 상황을 포착하여 그것에 집중하고, 그 결과를 정제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관람자들에게 제시한다. 또, 한계, 고통, 아픔 등으로 대변되는 작업의 소재들을 주로 지인이나 자신의 삶 속에서 찾아내고, 최대한 직접적인 경험을 포함시킨다. 지인의 분열장애를 재연한 「멧돼지 조심」이라든지, 2주간 맨몸으로 콘크리트 전시장에서 머물며 관람객을 관찰한 「콘크리트 시계」 등이 그 예이다. 뜨거운 바위에 나체로 누워 스스로 낼 수 있는 최대치의 고함소리를 실험한 「하울링」은 아이디어의 측면을 넘어서 직접성이 주는 강력한 소름을 경험하게 만든다. 현실을 정의하거나 보여주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코 상냥하지 않은 이런 작업들을 통해 작가가 바라는 바는, "대상을 얕은 관념이나 연민으로 정리하는 대신 해독이 어렵고 불투명한 심연으로 우리를 끌어 당기며 인간 보편이 품은 모순과 한계에 대해 생각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작가의 '날 세우기'는 삶의 곳곳에 존재하는 부조리한 상황들을 향해 계속되고 있다.
박종호 작가의 경우, 작가로서 그의 존재를 각인시켜준 작업들은 캔버스의 이미지를 수 차례 겹쳐서 점층적으로 묘사한 2009~2010년도의 시리즈들로 보인다. 끝없이 겹쳐지고 또 겹쳐지는 캔버스의 이미지를 실제의 캔버스 위에 그리고, 그 캔버스 주위에는 그림에 삽입된 실제의 오브제를 함께 배치하는 방식들을 선보였다. 이때 관람자는 그의 작품 앞에서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혼란을 겪게 된다. 혼란은, '그리기'가 극대화되어 있지만 정작 그 '그리기'의 대상은 없고 빈 캔버스 틀만 반복되고 있는 점, 그리고 동일한 용어로 지시할 수 있지만 두 종류의 캔버스가 서로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점 등에서 야기된다. 박종호 작가는 이처럼 리얼리티의 재현을 폐기하는 '메타픽션(Metafiction)' 작업을 통해, 보는 주체와 보여지는 대상, 실재와 재현, 안과 밖, 비움과 채움 등의 견고한 틀을 교란시키는 작업들을 이어오고 있다.
영상을 기반으로 설치, 퍼포먼스 등으로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는 신이피 작가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작업의 앵글을 맞추고 있다. 감정적인 증폭보다 객관적 거리두기를 선택한 측면은 롱테이크 기법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최근에는 「관찰실험실」 프로젝트와 더불어 「이미지너리 라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가상선으로 해석되는 이미지너리 라인(imaginary line)은, 영화촬영 시 카메라나 피사체의 움직임에 일정한 방향성을 유지하도록 해서 시청자들이 혼란을 빚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프로젝트의 제목이자 주제인 가상선은 모든 인간관계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긴장과 권력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관계의 긴장과 권력에 대한 신이피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은 '관계의 숨', '접전', '토크', '커넥션' 등 기타 다른 작품들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으며, 작가는 여러 상황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긴장과 갈등관계들을 다채로운 상징과 수사적 기법들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신이피 작가가 서있는 지점은 어느 한편에 결코 편입되지 않는 관찰자의 자리, 중간지대다.
지연리 작가 역시 나름의 방식으로 이분법적 논리에 대한 저항한다. 불어로 '~하는 사이', '~하는 동안'이라는 'Entre-Temps'은 작가가 선택한 용어로, 작가 자신의 전체 작업들을 아우르는 키워드다. 이는 양극의 이분법적 대립항들 사이를 오가며 그것들을 하나로 통합하거나 순환구조를 만드는 개념이기도 하다. 매우 밀도 높은 화면으로 보는 이를 압도하는 지연리 작가의 거대한 흑백 드로잉에는, 실제로 하나 이상의 사건과 경험들이 함께 섞여 있거나 흰색 실이 그림의 일부와 결합되어 있다. 특히 자주 등장하는 삼면화(Triptych) 형식의 그림들 역시, 과거, 현재, 미래를 분리된 개념이 아닌 연속된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지연리 작가 작업의 근간은 분명히 평면이지만, 실물 오브제가 그림의 일부로 결합되거나 그림과 함께 설치되어 하나의 작품을 이루는 방식들을 보여준다. 평면과 입체, 그림과 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이런 지점들은 삼면화와 마찬가지로 통합과 순환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주제의식을 나타낸다. ● 성북예술창작터와 성북도원에서 동시에 열리는 이번 『실눈뜨기』 전시를 통해 개성있는네 명의 선정 작가들이 각기 어떤 다른 방식으로 서로 비슷한 지점의 개인적, 시대적 통증을 건드리는지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결국, 눈을 완전히 감지도 크게 뜨지도 못하게 하는 모두의 통증. 작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통증의 자각을 도울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아픔이 존재하는 것 조차 모른 채 무감각하게 살아가니까 말이다. ■ 김소원
Vol.20160323f | 실눈뜨기 Opening half-closed eyes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