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연전-희원 希願

제35회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 동문展   2016_0316 ▶ 2016_0322 / 첫째주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6_0316_수요일_05:00pm

참여작가 원문자_이신호_박동희_양선홍_김귀주_김보희 정선진_오숙환_이미연_이은영_김명희_박상남 한승연_김혜린_박순미_이숙진_이정숙_장현재 김복만_김현주_박정란_신숙희_서은미_이난희 이현숙_김란_김혜진_이경희_이은경_기유경 류은경_오희숙_윤선홍_권희정_김수지_안효숙 우진희_이보경_이승은_이인경_송희정_서윤희 김경희_이보름_박미영_박하경_이상형_김지연 서은애_구미경_이종숙_고영희_김민정_이상의 정현진_정효진_홍정희_김현경_정혜윤_이경희 이예승_정혜정_강서경_성인제_윤정원_이오성 진민욱_박지민_김정향_이아영_김영주_백지은 이화정_김인지_이은지_이고은_이찬주_한지희

기획 / 이문정(조형예술학박사,이화여대겸임교수)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첫째주 월요일 휴관

아라아트센터 AR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인사동9길 26(견지동 85-24번지) 3층 Tel. +82.2.733.1981 www.araart.co.kr

희원(希願), 함께 바라고 꿈꾸다. ● 예술의 의미와 역할을 감히 몇 줄의 문장으로 정의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진정한 예술이라면 미(美)의 본질을 탐구하고 세계와 세계 속 존재들의 의미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희망이라는 단어가 진부하게 느껴지고 행복이라는 단어가 사치로 다가오는 오늘날, 진정한 예술이라면 비관론에 빠진 사람들의 감정을 정화시키고, 상처를 치유하여 희망과 행복을 꿈꿀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서은애_위로의 정원_종이에 채색, 식물, 혼합재료_35×44×20cm_2015

인간이라면 누구나 정의와 평화를 바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인간이 만들어가는 세상은 불의와 불화가 가득하다. TV와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 접하게 되는 사건사고들, 매일의 삶에서 목격하는 비윤리적이고 비인간적인 행위들은 인간이 스스로를 불신하고 절망에 빠지게 만들었다. 모두들 입으로는 선(善)과 도리에 대해 말하지만, 현실에서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 서로를 공격하고 경쟁한다. 물신주의적 현대 사회는 인간이 눈앞의 탐욕과 욕망을 채우는 데에 급급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물질적이고 심리적인 결핍은 채워지지 않는다. 손에 쥘수록 결핍은 심해진다. 과도하게 넘쳐나는 물질적 풍요, 말초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향락,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불합리함 속에서 결핍된 개인은 무기력함에 빠지고 있다.

육심원_프린세스_장지에 채색_70×60cm_2014

이러한 모순적인 악순환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제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진지하게 우리를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고, 최선을 다해 삶을 일구어 가는 서로를 격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고민을 위한 첫 걸음에 예술이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제 35회를 맞는 2016년 채연전은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 희원(希願)은 긍정과 낙관의 의미를 담아내는 단어이다. 그것은 단순한 생각이나 막연한 느낌으로 끝나지 않는다. 희원은 최선을 지향하는 적극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가능성을 상상케 하여 행동을 변화시킨다. 희망의 마음은 삶을 지탱하고, 위기를 극복하며, 기적을 가져오는 최선의 힘이다.

구미경_CRACK_장지에 먹, 아크릴채색_32×27.3cm_2015

그 형식과 매체, 주제는 조금씩 다르지만, 올해 채연전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희망의 감정을 전달하고, 상처를 치유하며, 행복을 상상하게 만든다. 한지 위에 퍼지는 먹(墨)과 색채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고조되는 희망의 감정과 생각, 그로 인해 확산되는 삶의 동기, 진실한 행동들이 분출하는 에너지를 전달하는 듯하다. 꽃과 나비, 그리고 푸른 잎들은 희망의 계절인 봄을 연상시킨다. 꽃과 나비의 계절인 봄은 탄생과 시작, 재생과 부활을 상징하는 동시에 사랑과 기쁨, 환희를 담아낸다. 자연의 질서를 묵묵히 따르는 평온한 자연은 냉혹한 인간사에서 얻은 상처들을 감싸 안는다. 인간의 능력을 벗어나는 절망과 고통을 잠시나마 잊고 평화로운 성정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자연의 섭리는 그런 것이다. 한편 미소를 띤 사람들의 밝은 표정은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 희망의 내적 힘을 추체험시킨다.

정효진_친밀한 투영_장지에 분채_89×73cm_2015

최근 들어 단점보다는 장점에 주목하고 그것을 강화하여 행복한 발전을 도모하는 긍정의 심리학이 부상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긍정의 심리학은 삶의 고난에서 기인한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을 고취시켜 절망을 극복하는 것이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은 상실과 파괴, 변화, 거부, 실패, 그리고 그 무엇보다 죽음을 두려워한다. 사실 우리의 삶 속에는 두려움의 감정을 일으키는 것들이 넘쳐난다. 한 번 두려움에 함몰되면 희망이 없어지고 삶의 의미가 퇴색된다. 인간은 용기를 가짐으로써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한계를 극복하며, 사회에 적응한다. 롤로 메이(Rollo May)의 표현대로 용기는 절망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능력이다.

이예승_정중동 no.01_모터, 나무, 카메라, 모니터, 컴퓨터_가변설치_2016

궁극적으로 모든 인간은 행복을 지향한다. 예술 역시 그러하다. 설령 삶의 어두운 이면을 다룰지라도 궁극적으로 불행을 얻기 위한 예술은 없을 것이다. 결국 예술을 통해 우리는 일상에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희망과 행복의 기운을 전달받고, 상호작용을 나누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현실을 뛰어넘는 이상을 추구하며 보다 가치 있는 본질을 찾으려 노력하게 된다. ● 가브리엘 마르셀(Gabriel Marcel)이 말했듯, 인생의 고난을 알게 될수록 희망이 고조되며 삶의 중심을 비추는 빛을 볼 수 있게 된다. 희망은 단순히 특정한 대상 하나하나, 사건 하나하나에 집착하고 욕심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물질적인 것을 뛰어넘는 초월성을 갖는다. 그것은 인간의 영혼을 연결시켜 온전히 만드는 실과 같다. 예술 역시 물질을 매체로 하지만 결국 물질을 뛰어넘는 정신을 표현하기에 희망과 같다.

강서경_Mora 55×40_장지에 과슈, 천_55×40×2.5cm_2015

물론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한계와 삶의 고민들을 예술이 완전히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우리의 내면에 무조건적으로 희망의 마음을 가득 채워주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나 예술이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고 삶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에 힘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예술은 희망의 눈으로 세계를 둘러볼 수 있도록 우리를 인도할 것이다. ● 제35회 채연전을 통해 안팎으로 힘든 시간을 함께 견뎌낸 이화여자대학교의 동문들이 서로의 미래를 응원하고 행복을 염원하며,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 이문정

Vol.20160316c | 채연전-희원 希願-제35회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 동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