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41211f | 박불똥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6_0315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전시기획 / 권혁빈_홍태림
갤러리 175 Gallery 175 서울 종로구 안국동 175-87번지 안국빌딩 B1 Tel. +82.2.720.9282 blog.naver.com/175gallery
1980년이 다시 돌아온 것일까? 민중미술이 '리얼리즘'이라는 옷을 입고 다시 찾아온 2016년 초의 전시장들을 돌아보면 다시 1980년이 돌아왔다고 말하기에 충분했다. 이 갑작스러운 바람이 어디서 불어왔는가를 생각해보니 열광적으로 추상에 탐닉했던 최근 몇 년간의 흐름들 때문이지 않았을까. 서서히 구체화되고 있는 이 현상은 단색화로 대표되는 추상미술에 대한 감정적, 미학적 반작용일 수도 있고,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발 빠른 움직임, 아니면 둘다일지도 모르겠다. ● 하지만 '리얼리즘의 복권'이라는 거창한 제목이 붙은 이 기획은 과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 진행되어온 상황들만 보아서는 부정적일 수 밖에 없겠다. 추상미술이 다시금 주목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과거에 대한 재평가, 그리고 그 형식들을 지금 이 순간의 언어로 계승한 젊은 작가들과 이론가들의 유입. 그리고 시장의 호응, 이 세 박자가 모두 맞물렸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리얼리즘, 아니 정확하게는 민중미술에 대한 재조명은 대형 상업화랑들의 특별기획상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어쩌면 그 단계로 추락해버린 것처럼 보인다.
이 전시, 『박불똥, 1985-2016』도 1월부터 3월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만나온 기획의 일환처럼 느껴질 것이다. 비슷비슷한 전시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 전시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는 기획자 두 사람에게 주어진 어려운 과제였다. ●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획자들은 두 가지 목표를 설정했다. 첫 번째로 전시의 범위를 한정하는 것이다. 이 전시는 첫 개인전으로부터 30년의 시간이 지난 박불똥이라는 한 작가, 개인에 국한된 전시이다. 전시에서 주로 선보이는 작업들은 박불똥의 신작이 아닌, 1985년에서 1990년대 초반 사이에 제작된 것이다. 박불똥의 초기 10여년 정도로 전시된 작품의 범위가 좁혀졌는데, 한정된 공간 안에서 박불똥의 궤적을 펼쳐보이기에 충분한 범위라고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 175가 주로 청년 작가들이 새롭게 선보이는 장소이기 때문에 '청년 박불똥'의 작업들을 만나기에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 두 번째 목표는 작가 박불똥을 '민중미술'이라는 맥락에서 떼어놓고 바라보는 것이다. 민중미술은 단색화보다도 더 빠르게 고유명사화 되었지만, 이 범주에 국한해서 박불똥을 비롯한 민중미술 진영의 작가들을 바라보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70년대부터 90년대 중반에 이르는 짧은 기간 동안 강렬하게 불타오른 민중미술은 하나의 장르라기보다 민주화운동기라는 특수한 상황이 낳은 느슨한 공동체였다. 독재정권에 저항했다는 사실을 제외한다면 각 작가집단들, 그리고 작가집단을 구성하는 작가 개인의 발언과 작업에 대한 태도는 너무나 다른 것이었다. 민중미술에 대한 비평은 개별 작가들 사이의 차이에서 새롭게 시작되어야하며, 용어에 얽매이지 않고 계속해서 새롭게 재맥락화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민중미술이라고 부르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 생명을 불어넣어 끊임없이 계속되는 현재로 만드는 길이라고 믿는다.
전시를 통해 공개되는 작업들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박불똥이 작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작한 '원고'들이다. 그리고 오늘날의 기술로 새롭게 제작된 작품들이 함께 전시된다. 박불똥의 포토몽타주는 이미지를 자르고 오려붙이는 과정을 통해 제작되고, 사진으로 촬영하여 인화하는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그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낸 작품 이미지들을 원본이라고 부를 법도 하지만 작가는 원본은 없다고 단언한다. 손으로 만든 이미지들은 어디까지나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시에서는 90년대 중반에 옵셋 인쇄 방식으로 복제된 이미지들도 함께 전시되는데, 박불똥에게 이들 모두 원본이자 복제였다. 전시는 이 점에 주목하여 의도적으로 동일한 작품들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여줄 것이다. 작품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복제 되었을 때 발생할 미묘한 차이는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 ● 전시는 여기에 박불똥이 포토몽타주 작품을 회화로 새롭게 제작한 작품도 함께 제시할 것이다. 그가 포토몽타주 작업을 회화로 재제작한 것은 작품 활동을 업으로 삼은 생활인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작가 박불똥에게 회화는 끊임없이 시도했으나 '마음이 가지 않아' 주저할 수밖에 없었던 매체였기도 했다. 전시를 통해 만나게 될 그의 회화는 전업 작가가 겪는 현실의 문제, 그리고 작가에게 그리기라는 활동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되짚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앞에서 언급했던 문제의식과 맞물려 포토몽타주를 다시 그림으로 재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차이도 주목할 만하다.
이 전시는 공동 기획자 홍태림이 운영하는 웹진 「크리틱-칼」(www.critic-al.org)의 기획, '정치적 미술'에서 파생된 것이기도 하다. 전시와 함께 두 기획자는 「크리틱-칼」을 통해 박불똥을 다시금 짚어보는 과정을 펼쳐 보인다. 두 기획자가 박불똥을 바라보는 방식은 다소 상이하다. 권혁빈은 박불똥이 빚어낸 이미지들을 통해서 박불똥의 작업이 가지고 있는 정치성을 되짚어본다. 이 과정에서 80년대에 살았던 민중의 한 사람, 즉 박불똥 개인이 가지고 있던 시대의 눈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반대로 홍태림은 작품의 형식적인 측면에 주목한다. 이미지들을 새롭게 재조합하는 박불똥의 작업 방식들과 인터넷상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합성 이미지들을 비교해나간다. 본래 계획은 전시와 함께 준비된 글들을 관객들에게 함께 제공하려 했으나, 몇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전시장에서는 일부만 접할 수 있는 점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전시와 연결된 비평작업은 크리틱-칼을 통해 전시 이후에도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 권혁빈
Vol.20160315b | 박불똥展 / PARKBULDONG / 朴불똥 / photography.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