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에Ⅱ

정경화展 / JUNGKYUNGHWA / 鄭景化 / painting   2016_0310 ▶ 2016_0330 / 월요일 휴관

정경화_별이 빛나는 밤에_종이에 먹, 금분_66×35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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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대안공간42 울산시 중구 중앙길 158 2층 Tel. +82.10.5030.0372

정경화의 수묵, 그 시대적 의미 ● 흔히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현대사회를 디지털 시대라 통칭한다. 이는 과거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문명의 양태이다. 이러한 새로운 문명의 발전은 과거 물질에 의한 문명의 발전과는 달리 이른바 개념에 의해 추동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새로운 문명 상황은 물리적인 시공의 간극을 일거에 해체해 버렸다. 지구촌은 이미 하나의 질서로 수렴되고 있으며 실시간, 동시대라는 말은 일상화 된지 오래이다. 오늘날 우리가 목도 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문명의 격변이다. 이러한 문명의 변화 속도는 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속도와 상상하지 못하였던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다. 과거의 문명 발전이 물질을 통해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새로운 문명의 발전 방식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에너지를 동반한 혁명적 상황에 이르고 있다. 새로운 문명 질서 속에서 과거 우수한 물질을 확보한 이른바 선진국에 의해 독점되었던 보편성의 수직적 구조는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이를 대신하는 것이 바로 수평적으로 전개되는 지역적 차별성에 기인한 특수성의 가치일 것이다.

정경화_별이 빛나는 밤에_종이에 먹, 금분_50×50cm_2016
정경화_별이 빛나는 밤에_종이에 먹, 금분_136×35cm_2016
정경화_별이 빛나는 밤에_종이에 먹, 금분_138×140cm_2016

주지하듯이 수묵은 대단히 오랜 역사적 발전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것은 동양이라는 특정한 지역을 바탕으로 배태되고 성숙되어진 독특한 조형체계이다. 이러한 역사적 전통성에도 불구하고 수묵의 위상이 전에 비할 수 없이 쇄락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는 물질을 통해 추동되었던 근대 이후 야기된 상황이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문명의 시대적 발전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오늘날의 문명 발전 양태와 본질이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것이라면, 더욱이 지역적 차별성에 바탕을 둔 특수성의 가치가 존중되는 시대라 한다면 우리는 수묵을 비롯한 전통적인 가치에 대해 재삼 숙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경화_별이 빛나는 밤에_종이에 먹, 금분_136×70cm_2016
정경화_별이 빛나는 밤에_종이에 먹, 금분_136×70cm_2016

작가 정경화의 작업은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전제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작가는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 수묵에 천착해 왔다. 그의 수묵 작업은 실경을 통한 보편적인 이해로 시작되었다. 전통적인 산수의 경직된 양식주의에서 벗어나 대자연을 직접 경험하고 그 기운을 포착하여 표출하고자 하는 실경 작업을 통해 그는 산수라는 장르를 취한 것이 아니라 수묵을 택하였으며, 법칙과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정신을 취한 것이 두드러진다. 초기 그의 작업은 분방한 필치와 역동적인 동세를 통해 강렬한 기운을 표출하는 것이었다. 농담과 건습 등 수묵의 기본적인 조형 요소들을 간과한 채 오로지 수묵 자체에 육박하고자 하는 그의 작업 의지는 매우 인상적인 것이었다. 그의 수묵은 양호필에서 비롯되는 그윽하고 유현한 심미가 아니라 거칠고 강인하며 투박한 것이었다. 전통적인 운필에 있어 중봉의 가치는 절대적인 것이지만, 그는 오히려 이를 깨트리고 해체하여 마치 빗자루질 같은 독특한 붓의 움직임을 확보하였다. 그것은 중봉으로 대변되는 전통적 가치에서 벗어나 자신이 속한 현대라는 시공의 새로운 가치를 수용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로 읽혀지는 것이었다. ● 이제 작가의 신작들은 또 다른 변화 양태를 보이고 있다. 격정의 붓놀림은 점차 잦아들고 수묵의 기운이 배가 된 것이 특징이다. 이는 단순히 작가가 취한 소재의 변화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의 근본적인 지향이 변화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수묵을 현(玄)이라 표현하는 바, 그의 작업은 지면에서 일어나는 물리적인 현상과 그것에서 파생되는 시각적인 자극에서 벗어나 점차 수묵의 본질적인 현의 세계를 지향하는 것이라 읽혀진다. 그리고 이와 같은 작가의 지향을 구체화함에 있어 밤이라는 시간과 그것이 제공해주는 시각적 체험이 이에 적절히 부합된 것이라 이해된다.

정경화_별이 빛나는 밤에_종이에 먹, 금분_136×70cm_2016
정경화_별이 빛나는 밤에_종이에 먹, 금분_136×280cm_2016
정경화_별이 빛나는 밤에Ⅱ展_대안공간42_2016

육안에 의한 현상의 변화를 배제하고 심안(心眼)을 통해 그 변화를 관조하고 이를 흑과 백이라는 단순한 색으로 개괄해 표현하는 수묵은 분명 사변적인 조형체계이다. 흔히 수묵의 정신이라 말함은 수묵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사유를 통해 발현되는 것이라 할 때, 작가의 새로운 변화가 수묵이라는 요체의 본질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수묵의 발전 과정을 필법(筆法)에서 묵법(墨法)으로 진행되며, 마침내 수법(水法)으로 완성되는 것이라는 옛 사람들의 말을 빌어 작가의 작업을 가늠해 본다면 우리는 현재 작가가 처한 위상과 경계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사실 근자에도 적잖은 이들이 수묵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전통의 관성에 따른 타성적인 경향이 여전한 바, 이는 수묵이 현대라는 시공에서 여전히 지지분진한 원인중 하나라 여겨진다. 작가가 그간 치열한 작업 과정을 통해 보여주었던 변화의 과정은 특정한 소재나 가치에 안주하고나 정체됨이 없이 일관되게 자신의 주관적 해석을 통한 수묵의 새로운 표정의 모색이었다. 그 역시 수많은 수묵 작가들 중 하나로 치부될지 모르겠으나, 그가 보여준 수묵에 대한 분투와 실천은 그를 단순히 수묵을 매재로 사용하는 작가라는 일반적인 분류에 함몰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건강한 수묵작가의 출현을 기꺼이 반기는 바이다. ■ 김상철

Vol.20160313a | 정경화展 / JUNGKYUNGHWA / 鄭景化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