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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0310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룩스 GALLERY LUX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7길 12(옥인동 62번지) Tel. +82.2.720.8488 www.gallerylux.net
쉰 살이 지나자 봄이 보이기 시작했다. 겨울 끝에 돋아나는 새싹이 신비로웠고, 메마른 가지에서 피어오르는 봄꽃은 경이로웠다. 죽음의 겨울을 이겨낸 식물의 삶이 대견스럽고 대단해 보였다. 갱생과 신생의 봄을 사진으로 간직하고 싶었다. 봄기운이 감도는 이곳저곳을 찾아다녔고, 봄기운이 가득한 이산 저산을 올랐다. 몇 년 동안 4-5월이면 아름다운 봄을 만난다는 설렘에 먼 길도 지루하지 않았고 힘든 산행도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대형카메라 배낭을 메고 삼각대를 어깨에 걸친 나는 아름다운 봄보다 빨리 오거나 뒤늦게 도착하기가 일쑤였다. 내가 기대하는 봄은 가시지 않은 찬 기운에 몸을 사리거나, 불쑥 다가온 더위에 청순함을 잃고 있었다. 그래도 가끔씩 그 봄이 속살을 드러내면, 나는 마음을 졸이며 노안을 크게 뜨고 그 신록과 꽃에 더디게 초점을 맞췄다.
이렇게 내게 봄이 다가온 것은 그렇게 지나간 버린 세월 탓이었다. 초췌해진 감성은 멀리 가버린 젊은 날을 헛되이 그리워하고 있었다. 무미건조한 일상과 닳아빠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봄날의 화사함을 욕망하고 있었다. 겨울의 움츠린 삶을 떨쳐버리고 새 봄의 새 삶을 살고 싶었다. 봄이 오는 어느 날 우리가 갑자기 푸르러진 양지쪽을 보고 놀라는 것은 동면의 삶이 불현듯 깨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문득 새 생명의 환희를 되찾고 싶다는 충동 때문이리라.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봄꽃이 지고 신록이 짙어지면, 삶을 바꾸려는 첨예한 바람은 무뎌진다. 또다시 때 묻은 이파리와 함께 범용한 일상에 매몰된다. 눈 덮인 땅에 새 삶의 욕망을 묻어버렸듯이 짙어가는 녹음에 갱생의 희망을 덮어버린다.
이것이 불모의 겨울로부터 깨어나는 초봄에서 불임의 초여름으로 이어지는『아름다운 미망인의 봄』의 내러티브다. 따라서『아름다운 미망인의 봄』은 주제 전개에 있어서 일정 부분 T. S. Eliot의 「The Waste Land」(1922)에 빚지고 있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꽃피우며, 기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무뎌진 뿌리를 봄비로 휘젓는 잔인한 4월"이 지나면, 또다시 황무지에서 새로운 삶의 열망을 잃어버리고 환희를 꿈꾸지 못하는 삶으로 전락한다는 것이 전시회의 주제이기 때문이다.『아름다운 미망인의 봄』은 독립된 각각의 사진과 그것들의 시간적 연결을 통해 이 실망스런 삶의 반복을 환기한다.
전시제목은 James Joyce의『Finnegans Wake』(1939)의 book III, chapter 4에 나오는 문구인 "열여덟 아름다운 미망인의 봄 the wonderful widow of eighteen springs"에서 따온 것이다. 이 문구를 알게 된 것은 John Cage 덕분이다. 그는 이 문구를 제목으로 그리고 그 주변 문장들을 가사로 삼아 1942년에 '목소리와 피아노 건반덮개를 위한 노래'를 작곡했다. 내레이터는 물론이고 내러티브를 상정하기 어려운 이 문장들은 몽환적이지만 실제처럼 감각적이다. 색은 풍요롭고 형상은 촉각을 건드리며, 선율은 속삭이고 그윽한 향기는 떠날 줄을 모른다. 내 봄 사진의 이상이다. ■ 최봉림
(...) night by silentsailing night while infantina Isobel (...) (...) 밤사이 소리 없이 항해하는 공주 이조벨 (...) (nurse Saintette Isabelle, with stiffstarched cuffs but on Holiday, (풀 먹인 소맷동 차림의 어린 유모 성녀 이자벨, 그러나 성스러운 날, Christmas, Easter mornings when she wore a wreath, 성탄절, 부활절 봄날 아침 그녀가 화관을 썼을 때, the wonderful widow of eighteen springs, Madame Isa Veuve La Belle, 열여덟 아름다운 미망인의 봄, 너무나 슬프지만 행운을 가져다주는 so sad but lucksome in her boyblue's long black 아름다운 미망인 이자벨, 양치기 소년의 긴 검은 옷을 입고 with orange blossoming weeper's veil) for she was the only girl 오렌지 꽃피는 검은 베일을 쓴) 그녀는 그들이 사랑한 유일한 소녀였기 they loved, as she is the queenly pearl you prize, 때문에, 당신이 상으로 준 여왕의 진주인 까닭에, because of the way the night that first we met she is bound to be, methinks, 처음 우리가 만난 그날 밤 그녀에게 예정된 길 때문에, 나는 생각하노니, and not in vain, the darling of my heart, sleeping in her april cot, 헛되지 않으리라, 내 진정 사랑하는 당신, 4월의 간이침대에서, within her singachamer, with her greengageflavoured candywhistle 그녀의 매혹적인 노래 속에서, 그녀의 자두향내 나는 달콤한 휘파람 소리와 함께 잠들고, duetted to the crazyquilt, Isobel, she is so pretty, truth to tell, 미친 퀼트이불에서 이중창을 하는 이조벨, 진실로 말하노니, 그녀는 너무나 사랑스럽다, wildwood's eyes and primarose hair, quietly, all the woods so wild, 거친 숲의 눈과 황록빛 앵초 머리, 모든 숲들이 그렇게 거칠어도, 조용히, in mauves of moss and daphnedews, how all so still she lay, 연보라빛 이끼와 서향나무 이슬 속에서, 그녀는 너무도 고요히, neath of the whitethorn, child of tree, like some losthappy leaf, 하얀 가시 산사나무 아래 누워, 나무의 아이, 떨어져 행복한 잎처럼, like blowing flower stilled, as fain would she anon, for soon again 바람에도 움직이지 않는 꽃처럼, 기꺼이 그녀는 곧, 이내 또 다시 그러하리라, 'twill be, win me, woo me, wed me, ah weary me! 나를 사로잡고, 나에게 청혼하고, 나와 결혼하리라, 아, 나를 힘들게 하리라! deeply, now evencalm lay sleeping; **my Isobel, sister Isobel, Saintette Isabelle, 깊이, 이제 고요히 잠들어 눕는다. **나의 이조벨, 누이 이조벨, 어린 성녀 이자벨, Madame Isa Veuve La Belle. 아름다운 미망인 이자벨. ■ John Cage
* 볼드체는 John Cage가 작곡한 「The Wonderful Widow of Eighteen Springs」의 가사이며, **이후의 가사는 작곡가가 첨가한 후렴구다.
Vol.20160310b | 최봉림展 / CHOI BOM / 崔鳳林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