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T

김남표_윤두진 2인展   2016_0307 ▶ 2016_0401

김남표, 윤두진_TENT#10_혼합재료_120×160cm_2016 김남표, 윤두진_TENT#4_혼합재료_121×80cm_2015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24시간 관람가능

스페이스 이끼 SPACE IKKI 서울 성북구 성북로23길 164 www.spaceikki.com

"자기 집에서 나와 주변을 산책하다 생각 없이 낯선 길을 따라간다. 그래도 일상의 지루한 반복에서 벗어나려는 작은 시도에 기분이 좋아진다." ● 그림을 그리는 김남표와 조각하는 윤두진은 크지는 않지만 서로의 작업적 교감을 통해 일상처럼 반복되던 자신의 작업을 벗어나려는 작은 시도를 하고 있다. 작품이 아닌 작업의 변화를 위한 목적이다. ● 텐트라는 공간은 분명히 일상의 현실과 다른 공간이다. 밤하늘 아래 텐트라는 공간은 잃어버린 시간과 기억, 그리고 나다움을 발견하게 한다. 두 예술가가 텐트를 치고 그 안에서 같이 어떤 작업을 한다……. 어찌됐든 두 사람의 표정이 이전과 다름을 발견할 수 있다. ● 김남표와 윤두진의 작품은 동물과 문명, 인간과 문명 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단순해진 이분법적인 구조는 비판과 대치가 아닌 공존과 조화라는 틀 안에서 풍부한 감정을 유도함으로써 오랜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존재해온 대상으로 변화시킨다. 두 작가가 공통으로 추구하는 지점이다. 이번 작품도 오래된 그리스식 주두 위에 풍경과 뒤섞인 날개 달린 표범이 다른 기둥 위에 앉아있는 변형된 인간을 응시한다. 두개의 사물은 인간과 다른 공간에서 지금까지 존재해 왔으나 단지 우리가 몰랐을 뿐이다. 시간의 기원은 느껴진다. 그러나 이들의 출처는 알 수 없다. 단지 우리 인간과 무관하지 않고 마치 우리 인간의 부조리한 모습이 담겨져 있는 듯하다. ■ 김남표_윤두진

TENT-김남표_윤두진 2인展_스페이스 이끼_2016

빛이 날개를 부러뜨리고 슬픔이, 고통이 샘물 속 추억을 적신다. ● 오늘은 가슴속에 희미한 별들의 전율을 느낀다, 그러나 나의 길은 안개의 영혼 속에 길을 잃는다. 빛이 나의 날개를 부러뜨리고 나의 슬픔이 고통이 생각의 샘물 속 추억을 적신다. _가을노래(로르카)에서

TENT-김남표_윤두진 2인展_스페이스 이끼_2016

표범이 재빠르게 날아올랐다. 그것의 날개를 볼 수 있다니, 이건 정말 행운이다. 그것의 꼬리가 나의 목을 곧 죄어 올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나를 탐색이라도 하듯 시선을 나에게 둔 채 꼬리로 진동을 일으켰다. 그 진동의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일순간 구름이 몰려와 발아래가 까마득해 졌다. 한기가 전해진다. 뾰족한 첨탑들이 구름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찌르는 듯한 통증이 전해진다. 나는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겨우 이것들로 하여금 위통이 도지다니,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 저 녀석은 나를 과연 알아볼까, 나의 가녀린 팔을 눈치 채지는 않았을까, 굳어진 혹은 겨우 위경련으로 찡그린 나의 얼굴을 알아차린 것은 아닐까. 우리가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심한 통증이 배꼽에서부터 식도까지 차올라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 나는 애써 침착하려 했다. 녀석을 보지 않고 녀석을 보려고 노력했다. 우리는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던가. 우리가 말을 타고 달리던 시절부터 우리는 천상의 세계를 꿈꿔 왔다. 말을 달리고 우주로 비상하기 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만들고 파괴해 왔던가. 갑자기 어릴 적 앞마당에 메어 놓았던 나의 '얼'이 생각났다. 녀석은 온순한 당나귀였다. 비상하는 표범을 꿈꿔 왔던 시절, 그것의 꿈을 꾼 날이면 나는 얼의 등에 올라타 숲 속을 달리곤 했다. 아직 채 증발되지 않은 새벽이슬이 나의 살갗에 내려앉았고 소름끼치게 아름다운 광경 속으로 나는 빨려 들어가곤 했다. 정신없이 내 앞으로 쏟아지는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비칠 때면 그야말로 나는 정신을 잃었다. 의식의 마지막 끈 앞에서 나타난 것은 바로 저 녀석이었다. 날개를 감추고 나를 잡아먹을 듯 응시하는 녀석의 모습이 언제나 의식의 작은 구멍 안으로 마감되었다.

TENT-김남표_윤두진 2인展_스페이스 이끼_2016

이 순간이 현실이 아닌 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것이 있는 세계에, 나는 보이지 않는 허상으로 다른 세계에 있는 존재로, 이 세계에서는 아무런 존재도 없다는 듯 표범은 그저 원래 보고 있던 곳을 그대로 응시하고 있다는 듯. 긴장감이 감돈다. 무엇을 어찌해야 할까. 주두에서 내려와 까마득한 아랫세상으로 곤두박질친다면 과연 그때도 녀석은 이렇듯 찬란한 날개를 펴고 내려와 나를 구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저 녀석도 나처럼 숨죽여 주두에서의 탈출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 녀석의 주두에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대로 장관이었다. 표범은 어슬렁어슬렁 비탈길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시선은 여전히 여기를 향한다. 나의 시선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나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 지 알 수 없으리라. 언제부터 라는 말이 무색했다. 단 몇 분이었던 것도 같고 얼을 타고 달리던 시절이 까마득할 정도로 긴 세월을 여기서 보낸 것 같기도 하다. 서로를 바라보며 혹은 바라보지 않으며, 아래로 내려 갈 듯 혹은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할 듯 그렇게 준비운동을 한 참이나 하고 있는 것도 같다. 세상은 변할 것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우리가 아니고 우리가 아님에도 여전히 우리이듯 변함없을 것이다. 구름 위로 숨죽여 바라보는 첨탑들은 우리가 더 높이 날아오르거나 아래로 비행해도 여전히 우리를 따를 것이고, 마치 프레임 밖에서 끼어든 듯한 나를 녀석은 계속해서 응시할 것이다. ● 우리는 끝나는 날까지 함께이고 마침내 끝나는 날이 왔을 때, 우리가 한 것은 무엇인지, 우리는 서로 무엇을 탐하고 바라왔는지 알게 될 것이다. ● 멀리서 얼의 익살스런 콧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 피서라

Vol.20160307f | TENT-김남표_윤두진 2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