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광주시립미술관 어린이갤러리 GWANGJU MUSEUM OF ART 광주광역시 북구 하서로 52 Tel. +82.62.613.7100 artmuse.gwangju.go.kr
두꺼운 얼음장 밑으로 맑은 물이 흐르고, 두드리면 땅땅 소리가 날 정도로 딱딱하게 얼어붙은 땅이 슬며시 부드러워지면 무언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풀썩 풀썩 소리가 나기도 하고 쫑긋거리는 귀가 나타났다 사라지는가 하면, 빼꼼이 내민 코가 반짝거리기도 한다. ● 이번에 마련한 『두근두근, 고물고물』展은 봄이 움터오면서 펼쳐지는 부산스런 어린 동물과 식물들의 놀이터로 아이들을 초대하는 전시이다. 새싹처럼, 달팽이처럼 고물거리는 아이들은 해마다 찾아오는 봄이지만 항상 신기하고 설레 인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숲속 동물들처럼 아이들 역시 호기심으로 꽉 차있다.
김엽(Kim Yeop)은 우리 일상 속에서 쓸모가 없어져 쉽게 버려지는 폐기물을 대상으로 작업 한다. 플라스틱 용기, 커피찌꺼기, 일회용 종이컵, 비닐 등 우리 일상생활에서 폐기되는 그 어떤 물건도 가벼운 소비의 산물로 느껴져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후 김엽은 이러한 사물들에게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음으로써 자연과의 공존이나 환원까지도 가능함을 암시하는 작업에 열중해 있다. 이번 작품 역시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으로, 어린이들을 위해 숲 속의 동물들을 불러냈다. 그리고 거대한 사이즈의 천막이나 광고판 등으로 사용된 후 엄청나게 버려지는 타포린을 숲 속의 동물들을 모두 감싸 안는 예쁜 퀼트이불로 바꾸어 놓았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봄을 기다리는 동물 친구들은 아직은 밖으로 나갈 용기는 없지만 봄볕만 무르익으면 신나게 숲 속으로 뛰어나갈 듯하다. 김엽은 폐자재의 흔적을 말끔히 지우고 숲 속 생명들을 돌보기 위한 이불로 재탄생시킴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공존 가능성을 제안한다. 이렇게 맞은 봄은 더 따뜻하고 더 밝은 희망으로 빛날 것이다.
려은(Ryu Eun)은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의 키보다 훌쩍 큰 투명한 큐브를 만들었다. 비닐막은 공간을 구별해 놓지만 투명함 때문에 바깥의 공간과 연결되어 보이기도 한다. 큐브 안, 정면에는 자신들의 버리고 싶은 생각들을 써 내려갈 수 있고, 자신들의 바람을 늘어놓을 수도 있으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워버릴 수도 있는 만능 칠판을 장치한다. 그리고. 아이들과 어른들은 무거운 짐을 버리듯 즐겁지 않은 생각들을 내려놓게 된다. 관람객이 다녀갈 때마다 칠판 위에는 지우고 덧쓴 흔적들이 중첩되어 간다. 빼곡히 채워진 칠판 위의 흔적들은 정말로 우리의 맘을 씻고 난 잔류물 같다. 보통은 혼자 있다고 느낄 때, 자기 안의 것을 끄집어내게 되지만, 밝은 빛이 쏟아지는 큐브 안이어도 마음을 내놓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아마도 우리들 마음이 새로워지고 싶은 상큼한 봄이어서 가능할 것이다.
염순영(Yum Soon-young)은 다양한 풀꽃들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색감들을 사랑한다. 눈을 맞출수록 더 생생해지는 풀꽃은 신기할 정도로 섬세한 색상과 제각각의 표정을 담고 있어서 그 어떤 화사한 꽃보다도 마음이 간다고 말한다. 형형색색의 풀꽃들이 간직한 자연의 빛은 염순영의 마음을 밝게 물들이고, 화면에 빛으로 흩뿌려지게 된다. 그때 꽃밭 사이로 느리게 움직이는 달팽이도 보인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잘 볼 수 없는 투명한 달팽이는 어쩜 풀꽃을 똑 닮아 있다. 슬며시 다가온 여린 봄의 전령으로 달팽이를 초대한 염순영은 생명의 봄을 모두가 기쁘게 맞이하길 바란다.
이재문(Lee Jae-mun)은 인체나 동물 형상을 자주 작업의 소재로 삼는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원형의 형상 위에 어릴 적 입었던, 그래서 자신의 역사가 묻어 난 헌옷들을 잘라 붙여 나간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헌옷은 어머니의 아낌으로 간직되어 왔다. 그 헌옷에는 어머니의 추억과 자신의 기억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셈이다. 이처럼 이재문은 시간이 덧입혀지는 작업에 의미를 두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어린 친구들을 위해 커다란 아기수달을 만들었다. 얼굴은 자신이 만들고, 나머지 몸통은 전시장을 방문한 어린이들이 완성시켜가는 작품인데, 이 작업 역시 전시기간동안 시간이 흐르면서 어린 친구들의 즐겁고 기대에 찬 마음이 함께 쌓여갈 것이다.
정하양은 자연의 숨을 품고 있는 흙을 좋아한다. 연푸른 새싹을 돋게 하고 생명체를 부화시키는 흙은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이라는 순환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흙으로 빚은 도자기는 오랜 시간을 지나 더디게 흙으로 돌아가므로, 자신의 손으로 빚은 작은 도자기 한 점에서도 자연의 호흡을 느낀다. 돌멩이나 낡은 의자에도 새싹을 돋게 하는 작업들을 했다. 특히 도자기 새싹은 흙으로부터 생명이 움트는 듯 느껴져 더욱 이 작업에 애착이 간다. 벽면을 타고 번져가는 새싹도자기가 굳어 있는 풍경이나 무심한 사물의 깊은 잠을 흔들어 깨우는 생명을 불어 넣어 주리라 믿는다.
정현성(Jung Hyun-sung)의 그림에는 도심의 버려진 놀이터에 불쑥 모여 드는 동물 친구들이 등장한다. 한때는 개구쟁이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 놀았을 것 같지만 지금은 아이들의 분주함이 사라져 버린 듯하다. 봄볕은 분명 사람들에게 환영받는 공간만큼이나 관심에서 사라진 후미진 공간에도 넉넉히 들겠지만 사람들은 발길을 돌려 버린다. 정현성은 사람들 각자 마음의 공간을 놀이터로 표현한다. 무관심 때문에 버려진 놀이터에 따뜻한 온기가 올라오면 여린 꽃이 비죽 자랄 수 있고 짙푸른 이끼가 융단처럼 깔리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외로울 수 있는 자신 만의 놀이터를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이웃들과 마음을 열고 나눌 때, 쓸쓸한 놀이터는 즐거운 쉼터가 될 것이다. 이제 놀이터는 꽃밭처럼 바뀌고 놀이터에 나온 동물들의 표정이 따뜻하고 생기 있게 바뀌어 간다. 마음에 봄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 봄의 새순은 여리지만 가장 먼저 추위를 뚫고 나오는 강인함도 있다. 아이들이 바로 이런 새순과 같은 존재이다.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귀 기울여줌으로써 아이들은 주변을 인식하고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키워갈 것이다. 부모와 함께하는 미술체험 공간 역시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훌륭한 자극이 될 것이다. 이번 전시가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 황유정
Vol.20160305d | 두근두근, 고물고물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