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신예작가초대전

25th Young Artists Exhibition   2016_0303 ▶ 2016_0316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6_0303_목요일_06:00pm

참여작가 군산대 / 정수지_이채은 예원예술대 / 김재인_문향선 원광대 / 박지영_박지형 전북대 / 문지영_엄수현

후원 / 전주시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우진문화공간 WOOJIN CULTURE FOUNDATION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주천동로 376 Tel. +82.63.272.7223 www.woojin.or.kr woojin7223.blog.me

미술 신예의 데뷔, 제 25회 신예작가초대전 ● 2016년도 우진문화재단의 첫 사업 신예작가초대전이 열립니다. 신예작가초대전은 미술작가로 살아가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출사표입니다. 올해 신예작가는 8명입니다. 많을 때는 15명이었던 작가의 수가 이처럼 줄어든 것은 좁아진 순수미술의 입지를 반영합니다. 대학의 예술학과가 점차 폐지되고, 예술전공자들이 졸업 후 전업작가의 길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데 따른 결과이지요. 그래서 올해 신예작가들이 더욱 빛을 발하는군요. 어려운 시대, 어려운 결심을 하기까지 얼마나 고민이 많았을까요. 질은 양에서 나온다지만 소수정예라는 말도 있듯, 이번 작가들을 눈여겨봐주시기 바랍니다. 손톱으로 바위를 파듯 펜으로 세밀하고도 치밀하게 작업하는가 하면, 종이를 잘라 하나 하나 엮어서 바탕화면을 구성하는 등 독창적 작업도 있습니다. 외롭고 힘든 예술가의 길을 자처한 이들의 신고식, 신예작가초대전입니다. ● 우진문화재단의 신예작가초대전은 도내 각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2016년 졸업생들 중 전공별 추천에 의한 선발된 작가들이 참여하는 전시입니다. 가장 뜨거운 현대미술의 현장이며 각 대학별 특성을 한 자리에서 살필 수 있는 선의의 경쟁의 장이기도 합니다. 많은 격려 바랍니다.

정수지_중독파괴 Ⅲ_장지에 혼합재료_162.2×130.3cm

타자와의 만남-소통을 위한 파괴 ● 현대 사회는 홀로 말하기에 익숙하다. 기계는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인간 역시 침묵 속에 눈에 띄는 항목만을 바라보는 시선만이 분주하다. 실행 또한 손가락 하나로 많은 것을 해결한다. 스마트폰 보급의 확대로 누구나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지만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폐해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무선전화 이후 핸드폰의 등장으로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가능하게 된다. 또한 기술의 진보에 따른 기능도 단순한 전화뿐만이 아니라 DMB, 인터넷, MP3, 화상전화 등 현대 사회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되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벨소리, 핸드폰에서 나오는 전자파 등은 인체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스마트폰이 손에 없을때는 불안하여 담배를 끊었을 때 느끼는 금단현상까지도 나타나게 되었으며 청소년들은 물론이고 모든 이에게 휴대전화 중독은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스마트폰은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그 중독에 빠지게 된다.같은 공간에서도 대화가 단절되고 스마트폰을 바라보면서 게임을 하고SNS에 빠지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정수지는 단절된 소통과 중독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스마트폰이 깨지면서 나타나는 애플리케이션을 강하게 표현 하고 있다. 예술가의 가장 중요한 자원은 자신 속의 타자 그리고 바깥의 타자와의소통 능력이다. 소통의 병목현상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보다는 기존의 것을 더 체계적으로 가다듬거나 더 영향력 있는 기회를 찾는데 공을 들이게 한다. 작업의 몸통이라 할 창작 활동 보다는 그 외의 것들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현실은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스스로에게도 소외된다는 의미에서 더욱 힘들어진다. 인터넷으로 인해서 서로를 만날 가능성은 열렸지만 애써 만들고 쓴 텍스트가 콘텐츠로 가공되어 몇 초 안에 진의를 파악할 수 있는 수많은 정보의 한 항목으로 축소되고 만다. 한눈에 파악되지 않는 것은 도태되어 간다. 사방팔방으로 열려 있는 정보 환경이 고립된 자아와 예술을 개방시키는데 도움을 주었는지는 회의적이다. 타자와의 만남은 닫혀 있는 경계에 트임을 만들고 상호간에 변화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지만 그러한 기회는 날로 줄어들고 가상적이고 피상적인 만남이 이를 대신한다. 새로움과 이질성을 기대하고 추구해온 예술은 홀로 사고하고 말할때 조차도 타자와 대화한다. 정수지의 작품은 일상의 소소한 인상들을 통해 삶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특유의 섬세한 감성으로 다듬어져 보는 재미가 두드러진다. 우리 삶의 다양한 모습을 진정한 의미에서의 한국화의 역할과 의미로 표현한 이번전시회를 축하하며 앞으로 더욱 멋진 작가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 ■ 김정숙

이채은_오늘 밤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의 싸움_혼합재료_162×130.3cm

이 시대 젊음이 느끼는 삶의 무게... ● 21세기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어깨에 짊어진 의무와 책임의 무게감,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에서 오는 불안감들은 그들의 삶을 힘들게 만들고 '삼포세대', '이·세·망', 'N포세대' 등과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오늘날 젊은이들의 힘겨운 생활 속에 이채은 작가 또한 그들과 같은 시각에서 바라보고, 같이 호흡하고 있다. 현대를 살면서 접하는 물질문명의 편리성과 삶의 속도와 변화들은 이전의 인류가 느꼈던 속도와 큰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자연에서 평온함을 느끼는 인간의 본능에 역행 되는 인위적인 구조물들과 각종 기계에서 발생하는 기계음은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큰 스트레스를 준다. 작가는 이러한 자신을 포함한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느낄 수 있는 주변환경에서 오는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지닌 스트레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화면의 중앙부분에 위치한 베개와 주변에 배치된 스피커, 그리고 화면에 불분명하게 구성된 색면적 요소들을 통해 그리고 그 위에 무언가 적어가는 그의 반복적인 행위들은 바스키야와 쿠사마 야요이 작품들에서 느낄 수 있는 강박과 불면증 등을 볼 수 있다. 베개 위와 배경의 글들 그리고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불협음 들은 현실 세계를 반영한 요소들이다. 그리고 이 요소들은 무의식의 상태에 가까운 꿈이란 방법을 통해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고자하는 심리적 상태와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방법으로 사용한다. 이채은의 작품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공감대 형성과 기성세대들의 반성을 이끌 수 있는 긍정적 시너지효과를 이끌 수 있는 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 ■ 고석인

김재인_고뇌(苦惱)_철사, 글루건_162.2×70cm

글루건으로 표현된 고뇌의 세계-청춘 ● 김재인은 겉 인상과는 달리 날카로운 정교한 손맛과 예술적 재능을 가진학생이다. 그의 예술적 재능은 장르에 구별 없이 회화, 공예, 입체, 타투 등 다양한 분야로 표출되어지고 있는데 한마디로 그의 손에 닿는 것을 예술작품으로 바꿔버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즉 마이다스 손 맵시를 갖고 있는 학생이다. 특히 글루건을 사용하여 만든 해골형상의 졸업작품은 이를 잘 뒷받침 해주고 있으며, 작년 독일 EUNIQUE(공예&디자인페어)전에서 많은 관심을 받으며 판매와 주문이 이루어 졌던 한지와 점토로 만든 물고기 형상의 풍경은 그의 만들기 재능을 잘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김재인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주제는 해골이다. 이번 우진신예작가전에도 출품하는 작품도 몰론 해골이다. 해골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그의 말대로 고뇌의 산물이다. 고뇌는 젊음, 즉 청춘(靑春)이니까 가능한 것이다. 바꿔 말하면 아프니까 청춘인 것이다. 청춘은 고뇌와 함께 그 이면에는 항상 이상이 존재한다. 결국 미술학도는 고뇌를 이상과 함께 표현해 내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좌절을 하더라도 이를 극복 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졸업을 하고 자기의 앞길에 대해 고뇌를 해보지 않은 미술학도가 있을까? 미술대학을 갓 졸업한 미술학도들에게는 당연히 이런 마음의 상태가 작품에 고스란히 표현되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진실한 그림이 되고 이를 바탕으로 이상을 실현 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그의 해골은 글루건으로 만들었다. 글루건을 사용하여 어떤 형상을 만든다는 것은 상당한 손재주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의 만들기 재능을 해골작품을 통해 여실 없이 보여주었다. 마치 데미안 허스트처럼 그의 고뇌를 해골에 담아내 버렸다. 그의 해골은 고뇌의 산물이지만 무섭거나 징그럽지 않다. 마음이 번거롭고 답답하여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상태를 해골로 치환하여 표현하였지만 이미 해골 속에 다 묻어버렸기에 약간의 어정쩡한 한, 그러니까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짜고 있지만 얼굴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해골로 표현해 버렸다. 극한의 상황으로 가지 않고 무언가 희망의 불씨를 남겨놓은 것이다. 아픔 뒤에는 희망을 볼 수 있다는 젊음 즉 청춘이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한마디로 '좋을 때'이다. 비록 본인자신은 불안하고 뭐 하나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고뇌가 많다 하지만 결정되지 않았기에 좋은 것이고, 선택할 수 있으니 좋은 것이다. 나는 그의 해골에서 '좋을 때'를 보고 있다. ■ 이철규

문향선_내면의 깊이_한지, 닥죽_162.2×130.3cm

한지, 도형으로 풀어내다. ● 한지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우리 고유의 전통의 숨결을 그대로 전해주고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대표적인 재료이다. 또한 최근 전통과 현대를 아우를 수 있는 고부가가치 재료로 급부상하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한국의 전통성을 상징하는 재료로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더 나아가한지는 순수미술분야인 조형미술 및 설치, 입체작업 분야로 영역이 확대되면서 세계적인 아트페어와 미술전시에서 한지는 매우 가치 있고 인간의 숨결을가감 없이 담아 낼 수 있는 순수를 상징하는 재료로 평가되면서 최근 국내외영향력 있는 미술관 및 갤러리에서 다양한 전시가 기획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의 한지 조형작업은 새로운 매체와의 혼합 및 확장, 주제의 다양성등으로 인하여 다원화(多元化)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로 말미암아 최근다양한 장르의 한지조형작품들이 숨 가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변화의 물결 속에서 문향선의 한지작업도 한 흐름을 제기하고 있는기대주이다. 한지의 재료인 닥죽을 사용하여 도형형상의 한지조형 작업을 하고 있다. 닥죽으로 만든 삼각, 사각, 오각 등 각진 도형과 원형을 반복적으로 화면에 배치하여 일종의 무채색 패턴을 조직 한 후 하나의 큰 화면을 구성해 나가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시각적으로는 도형의 조형원리가 가미 된 현대적인 조형감각이 돋보인다. 일반적으로 조형적으로 는 자연, 는 인간, 는 대지를 의미하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문향선의 도형은 이런 정석의의미가 아닌 자신의 내면을 도형으로 표현해서 마음읽기를 하고 있으며, 도형의 형상을 빌어 투사심리기법으로 말로 할 수 없는 무의식 중에 자리 잡은 자기를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 오른쪽의 화면은'나' 자신의 모습을 무채색의 각진 도형으로 형상화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세상의 수많은 일들을 '원형'으로 표현함으로서 훗날 내면의 깊이가형성된 제 모습을 담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 경험하지 않은 일들은 왼쪽 가장자리에 위치시켰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렇듯 그의 한지작업은도형의 집합과 확산을 통해 '결국 중심에 내가있고, 그것을 다스리는 것은 바로 자신이다'라고 외치고 있다. 그리고 도형에서 나타나는 내면의 표현도 기질은 변하지 않지만 그 때마다의 자신의 심리는 달리 해석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즉 문향선은 도형에서 나타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가 내면의 힘을 키우고 있다. 이 내면의 힘을 한지라는 재료를 지엽적이고 전통공예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현대적 변용가능성을 탐구한다면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온 기존의 한지작가들처럼 언젠가 그 능력을 한껏 발휘할 날이 오리라 생각한다. 한국에서 나아가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지작업의 중심에 우뚝 서기를 바라며.... ■ 이철규

박지영_MARK_변형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펜_120×120cm

너 자신의 진실된 무늬는 무엇인가? ● 한 사물이 거기 그대로 있는데, 보는 사람마다 제각기 달리 보고 달리 묘사한다. 한 사람이 아침에 다르고 저녁에 다른데, 보는 사람마다 두루 엇비슷하게 보고 유형화하여 묘사한다. 이것이 박지영이 고민하고 풀어나가고자 하는 문제의 시점이다. 박지영이 표현하는 인물들은 각자의 공간인 원형(circle) 안에 담겨져 패턴화 되어있다. 흔히 사람마다 존재하는 구역을 각자의 서클이라 하는데,각 서클 안에서 다른 서클 내의사람들과 가깝거나 먼 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은 각기 다른 패턴과 무늬로 형상화 되며 각 서클에 따라, 혹은 다른 서클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 정체성이 정해지고 인식된다. 우리가 어느인물을 중심으로 이 서클의 관계를 보느냐에 따라 중심과 주변 인물들이 달라진다. 여기에서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순환하는 인간상과 인간관계가 제시된다. 이번 작업은 작가 자신을 포함하여, 버락 오바마, 박근혜, 시진핑, 스티브잡스, 김연아, 싸이, 등, 정치, 경제, 스포츠, 문화예술계의 표상들이 주를 이루지만, 신예작가 박지영은 이처럼 다양한 인물들이 각각 균일한 크기로, 혹은 크고 작은 크기의 원형들로 구성되는 작업방식을 통해사람들이 삶에서 각기 지니게 되는 정체성의 외면과 내면의 무늬, 패턴, 마크, 표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곧 사람에게 있어 잘 보이기 위한것, 겉으로 보여지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를 드러내고, 사회 속인간의 진실과 가식, 속성과 외양을 이미지화하고 있다. 작품은 그 작가의 성격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박지영은 이 작업을 위해 오랜 시간 공들여 매우 치밀하게 정성 들여서 펜 작업으로 하나하나 선을 그려 무늬를 만든다. 대학생활과 공부에서 솔선수범하고, 교직수업과 교생실습, 해외 어학연수까지 열심히 마친 열정과 성실성이 작업에 여실히 드러나 있다. 요즈음 만연하는 "한 방"에 성취하려는 풍조에 흔들리지 않으며, 우리예전 장인이나 르네상스 프레스코 화가 마냥 매일같이 캔버스 앞에 붙어앉아 그날 하루 작업량을 최선을 다해 달성하는 정신이 유난히 돋보인다. 이 점이 지도교수로서 박지영을 주목해 왔고, 계속하여 앞으로도 주목하는 이유이다. 지속적인 자기성찰과 인내와 성실은 요즈음 보기 드문 미덕이며, 결국에는 무엇인가를 이루어내기 때문이다. 박지영이 작품 속 각 인물의 존재를 증거해주는 독자적인 무늬를 그려내는 과정을 통해, 종국에는 작가로서 자신만의 독보적인 무늬를 구현해내기를 기대한다. 작품 속 인물들이 형상을 지니게 되면서 자신들의 존재를 구현한 젊은 작가에게 물음직한 질문, "너 자신의 진실된 무늬는 무엇인가?"를 듣고 대답을 고민할 수 있는 마음자세를 박지영이 지녔다고 믿는다. ■ 조은영

박지형_prejudice_fabric_130×130×120cm

바느질을 하는 이유? ● 그래프용지와 몇 날 며칠을 씨름하고서 만들어 낸 속이 텅 빈 거대한 종이메뚜기는 또 다른 메뚜기를 완성하기 위한 모형이었지만, 입체를 해석하는 조형성과 그 섬세함에 있어서 이미 손색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수없이 작은 면들의 접합으로만 이루어진 이 인상적인 작업이 미술대학에 갓 입학한 박지형의 첫 번째 조형작업으로 기억됩니다. 박지형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다소 의외의 주인공들이 만들어 내는 관계를 곰곰이 따지게 되면서 그것들이 시사하는 얘깃거리에 빠져들곤 합니다. 때로는 언급하기 참 어려운 사회문제가 튀어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도 지쳐 영혼조차 없어 보이는 가냘픈 그녀 자신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대부분 상징들을 결합한 은유의 결과물로 쉽게 발길을 뗄 수 없는 묘한여운을 항상 품고 있습니다. 대학 4년동안 탄탄히 다듬어진 주제의식 위에서 바느질이 갖는 고밀도의 유려한 기법을 지치지 않고 구사하여 어느덧 그녀만의 새로운 시도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섬유와 바느질, 자수, 어쩌면 지루하고 힘든 작업을타고난 심성과 노력으로 쉴 새없이 시도하고 소화해내고 있는 그녀는 분명히 작은행복과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듯 보입니다. 기대를 가지고 늘 지켜보겠습니다. ■ 이강원

문지영_또 다른 시선_장지에 채색_130.3×162.2cm

새로움을 향한 도전과 실험정신이 돋보인 문지영 ● 문지영은 대전에서 태어나 청주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후 전북대학교를 진학하여 이제 막 졸업을 앞두고 있다. 한국화를 대학에 와서 처음 접하였고 이전까지는 줄 곧 수채화를 익혀왔으며 입시에도 수채화로 응시하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학 초창기 낯선 주변 환경과 처음 접하는 전공 관련수업에 어찌할 바를 몰라 하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이처럼 남다른 이력으로 한국화를 전공하기 시작한 문지영은 대학시절 미술학도로서 새로움을 향한 도전과 실험정신이 돋보였던 성실한 학생이기도 하였다. 또한 문지영은 대학과정 속에 한국화의 기초과정을 누구보다도 성실하게습득하고 연마하였으며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새로운 기법을 적용해보려는 시도를 하기에 이른다. 즉, 섬유를 엮을 때 사용하는 지그재그직조기법을 회화에 도입시키려는 시도를 대학 3학년때 조심스레 시작하더니, 4학년 졸업개인전 준비과정을 거치면서 확신에 찬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한국화가 갖는 전통적 요소들로 인하여 실험의 한계성이 두드러진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문지영이 직조기법을 전통회화에 적용하고자하는 시도는 매우 신선하게 와 닿는다. 다시 말해 지극히 평이하고 단조로울 수 있는 전통채색기법의 작품에 새로이 응용한 직조기법을 적용시킴으로서 전혀 새로운 독자적인 표현기법을 성공적으로 창출해 낸 것이다. 문지영의 작품은 언뜻 바둑판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는 작가가 2점의 작품을 제작하여 이를 각각 같은 폭의 가닥으로 길게 잘라 지그재그로 엮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자연스런 현상이라 하겠다. 즉, 기다란 가닥으로 자른 2점의 작품을 순서대로 각각 한 가닥씩을 취하고(이 때 잘려진2점의 작품을 각각 순서대로 한 가닥은 취하고 한 가닥은 제외시킴) 반복하여 지그재그로 엮게 되면, 끊길 듯 이어지는 보일 듯 말듯 한 신비감을 연출하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묘한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독창적인표현기법이 되는 것이다. 비록 아직은 내용적으로나 테크닉적인 면에서 다소 미진함이 보이긴 하지만 새로움을 향한 실험정신과 도전정신, 그리고 진지한 작가적 자세가 돋보이는 졸업자로서 미래의 작가 문지영에게 더 많은 기대를 갖게 된다. ■ 박인현

엄수현_화려한 외출-밤의 축제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97×162.2cm

엄수현에 대하여... ● 엄수현의 작품은 분명 사실성에 근거한 구상처럼 보이나 실상은 현실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그간의 학습과 제작과정을 통해 형성되고 다듬어진 작가 고유의 조형언어로 창조한 창작이미지들이다. 그의 작품은 특유의 통찰력을 기반으로 사회의 특별한 이슈거리들을 재조명하고있다. 이번 작품 '화려한 외출-밤의 축제'에서는 멸종위기종인 마다가스카르의 알락꼬리여우원숭이를 등장시켜 인간의 이기심과 자연훼손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야생동물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숲속에서한밤의 축제를 즐기는 듯한 개체들을 등장시키는데 이것은-디즈니 류의-환상의 세계의 표현이 아니라 삶의 터전을 잃고 생존을 위협받는 원숭이들의 처절한 몸부림-살벌한 현실-인 것이다. 작품 속 화면에 유혈이 낭자한 공포가 등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생태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관객은 그 이상의 공포를 느끼게 될 것이다. 인터넷상에서 큰 인기 끌었던 목욕을 즐기는 토끼의 모습이 사실은 생명을 위협당하는 경직행동이고, 큰 눈에 느릿한 행동으로 귀여움을 받아온 슬로로리스의 만세행동이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독을 뿜는 행동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졌다. 작가는 이처럼 인간의 시선으로 자연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시선으로 인간과 교감하는 단초를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작가의 역할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그는 '세상을 관조하지 않고 그 안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그림을 통해 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이는 작가의 사명이며, 자본과 불확실성에의해 오염되어가는 스스로를 지탱하고 정화하며 바로세우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최근 젊은 작가지망생들 가운데 '첫술에 배부르고자 '하는 성급함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창작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시간과 노력들이 쌓여 존경과 신뢰를 얻고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게 됨을 명심해야 한다. 생존을 걸고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만이 살아남는다. ■ 이광철

Vol.20160304b | 제25회 신예작가초대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