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6_0217_수요일_06:00pm
PT & Critic 프로그램 / 2016_0306_일요일_04:00pm 패널 / 권오상_이정형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SPACE WILLING N DEALING 서울 서초구 방배동 777-20번지 2층 Tel. +82.2.797.7893 www.willingndealing.com
단단하고 청결한 용기 ● 어마어마한 숙취다. 순간 '좀 더 자두지 않으면 오늘 종일 고생이다' 라 생각하지만 정신은 이미 말똥말똥한 상태. 어제 동료 작가 오프닝에 놀러 갔다가 과음하고 집 열쇠를 잃어버렸더랬지. 그리하여 이 싸구려 여관방에 몸을 누이고 맞이하는 아침, 아니 정오. '온수 샤워라도 해야지' 라며 욕실 문을 열어보니 이 방만큼이나 남루하다. 수도꼭지 아래 대야가 있고 그 대야 위에 바가지가 떠있다. 바가지에 무어라 적혀있는데 다행히 온수는 잘 나온다. '단단하고 청결한 용기!' 망막에 슬쩍 맺히고 이내 지워지려는 찰나, 눈을 다시 돌려 그 바가지 볼 안에 프린트된 문구를 읽어본다. "단단하고 청결한 용기!" 순간 해머로 머리를 맞은 듯 술기운까지 싹 달아난다. 이 무슨 무릎 꿇고 손들고 서있는 황당한 말인가...... 한참을 그렇게 넋이 나가 있다가 저 바가지의 '용기'는 courage가 아니라 bowl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직 술이 덜 깼나 보다. 그래도 '단단하고 청결한 용기(courage)가 훨씬 근사하지'라 생각하며.
애초 이 초록색 조각들은 시리즈로 할 만큼 거창한 구상에서 시작한 건 아니었다. 일종에 조크(joke) 같은 소소한 작업. 어느 외국인이 한국의 주택 옥상에 올라 다른 집 옥상들을 내려다보면서 한말이 있지 않은가? "한국 사람들 참 낭만적"이라고, "다들 옥상에 잔디를 심어놓았다."라는 이야기.
한국을 두고 도시 전체가 너무 무채색이다 말하지만 그 '무-채'에는 분명 갈색과 초록색이 있다. 너무 지배적인 색이어서 '무-채'로 인식할 뿐. 적벽돌로 지은 주택, 적벽돌로 쌓은 담 길을 걸으면서 갈색을 인지하며 걷진 않는다. 마찬가지로 낙산공원에 올라 서울을 조망하더라도 점점이 보이는 옥상 방수 우레탄의 초록이 망막에 맺히고 인지단계까지 가기란 쉽지 않다. 그것이 외부의 시선을 통해 '일화'로 들었을 때 이 기이한 현상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실없는 이야기 하나 하자. 어느 날 갑자기 큰 홍수가 난다. 지금 살고 있는 해발 70m의 창신동 집이 잠기고 옥상의 낭만도 볼 수 없을 만큼 세상이 온통 물이다. 내가 만든 돌 작업도, 빨갛고 초록인 집들도 다 물 아래 잠겼다. 그렇다면 지금 깎고 칠하고 있는 이 조각들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표류를 위한 최소한의 파편. 거기다간 하얀색 깃발을 올려야겠다...라지만 부질없는 상상이다. 하여 노아가 아라랏산에 올라 120년 동안 방주를 만들었듯 나 또한 이 긴 겨울을 깎고, 방수하는 작업을 해야겠다. 화려하고 섹쉬하게, 그리고 고독하게. 나에게 어느 날 죽비처럼 날아와 꽂힌 "단단하고 청결한 용기!"는 그러한 것이다.
추신. 아라랏산은 노아의 방주가 홍수가 나고 150일 만에 정박한 산이다. 노아가 방주를 제작한 산은 아니다. ■ 변상환
Vol.20160217g | 변상환展 / BYUNSANGHWAN / 卞相煥 / installation.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