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바람의 흔적을 그리다

김현덕展 / KIMHYUNDUK / 金賢德 / painting   2016_0204 ▶ 2016_0301 / 2월7~8일, 백화점 휴점시 휴관

김현덕_불과 바람의 흔적을 그리다_염색 천에 분채_2016

작품시연회 / 2016_0220_토요일_03:00pm

롯데갤러리 신년기획초대展

관람시간 / 10:30am~08:00pm / 금~일요일_10:30am~08:30pm / 2월7~8일, 백화점 휴점시 휴관 * 전시 종료일 관람 시간은 오후 3시까지입니다.

롯데갤러리 광주점 LOTTE GALLERY GWANGJU STORE 광주광역시 동구 독립로 268 롯데백화점 11층 Tel. +82.62.221.1807~8 blog.naver.com/glotteart

시대의 희망 _ 그림과 색(色) ● 물들인다. 세상의 모든 사물은 고유한 자신만의 색을 가진다. 하늘도 땅도, 그 사이에 완충으로 작용하는 바람까지도 자신만의 색깔과 냄새를 가진다. 그리고 때가 되면 스스로 발효되어 주변을 물들인다. 그것이 바로 색(色)이다. 함평군 신광면 보여리. 작가가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찻길에서도 멀리 작가의 작업들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달리 계절에 구애받지도 않는다. 푸른 하늘 아래 바람에 제 몸을 맡긴 쪽빛 천들이 작가의 영혼처럼 자유로움을 탐한다. 일제히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흔들리며 몸을 말린다. 작업의 근간이 바람과 한 몸으로 시작된다.

김현덕_불과 바람의 흔적을 그리다_염색 천에 분채_2016
김현덕_불과 바람의 흔적을 그리다_염색 천에 분채_2016
김현덕_불과 바람의 흔적을 그리다_염색 천에 분채_2016
김현덕_불과 바람의 흔적을 그리다_염색 천에 분채_2016

나는 색(色)이고 그림이다 ● 이번 전시에서는 100호 이상의 작업들이 선을 보인다. 비정형적 '드러냄' 혹은 의도적인 '무의식'이 전반적인 특징으로 자리한다. 염색의 과정으로 인해 의도하지 않으나 이미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구겨짐'과 그 구겨짐을 기조로 발현된 작가의 행위가 색(色)과 빛으로 재 창의를 통해 표현된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일반적으로 캔버스 천을 이용해 평면작업을 해내지만, 작가는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자신이 염색한 천을 캔버스 삼아 작업을 한 것이다. 수 십 번의 염색과 건조 과정을 거친 무명천은 작가의 의도대로 깊은 빛깔로 발색되어 비로소 하나의 작품으로 거듭나지만, 결국 채색 작업으로 인해 염색 천이라는 의미는 이미 사라지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굳이 이 작업을 선택하고 미련스럽게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자연에서 색을 찾아내는 염색장이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양한 색들이 천연염색을 바탕으로 한 무명천 위에서 바람으로 출렁인다. 한 곳으로 시선을 고정시키지도 않는다. 비정형적인 채색의 선들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다보면 예견하지 않은 어떤 형상과 불현 듯 마주친다. 그것이 눈에 보이는 사람의 얼굴일 수도, 사람의 몸짓일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 고정된 생각과 의식의 흐름대로 사물을 보고 판단하며 의식에 있어서도 고유한 자기만의 자유로움을 갖는다. 작가의 작업은 이런 일련의 흐름에 기초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작가는 '보는 사람들, 각자의 생각과 의식대로 해석하면 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무명천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캔버스와는 또 다른 의미도 함축한다. 캔버스의 작업이 무(無)에 자신의 정체성을 입히는 작업이라면 작가의 작업은 이미 형성된 정체성은 물론이고 고착화 되지 않은 자신의 삶 속에서 찰나(刹那)의 순간을 기록한 레이어드(layered)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김현덕_불과 바람의 흔적을 그리다_염색 천에 분채_2016
김현덕_불과 바람의 흔적을 그리다_염색 천에 분채_2016
김현덕_불과 바람의 흔적을 그리다_염색 천에 분채_2016

바람 · 물 그리고 의식의 흐름 ● 시간의 흔적을 덧입힌다. 살아오면서 작가를 관통했던 기억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작업에 스며있다. 천연의 염료들과 그것들을 얻기 위해 기울인 노력, 직접 쪽을 재배하고 감을 갈아 숙성하는 일련의 행위들은 작업의 근간, 그 이전의 상황들이며 이런 것들이 바탕이 되어 다른 염료들과 함께 작가를 작가답게 한다. 작가는 작업노트에서 "작업을 하면서 느끼는 순간들을 기록했다. 환희, 희망, 절망, 공포, 우울, 슬픔, 애닮 등을 생생한 감각 속에 오려 넣어 붙이고, 또 녹이고 해체하며 다시 나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분야를 창조하려 했다"고 고백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작업을 하는 동안 작가는 생(生)과 사(死)의 문턱까지 경험을 했으며 한동안은 극심한 우울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시간들도 경험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를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큰 기둥이 되어준 것은 작업이었다. 물이 만들어낸 색(色)은 생명이었고, 바람이 건조한 것은 염색장이라는 유전자였으며, 햇볕은 작가가 그토록 갈망하고 염원하는 빛, 삶과 작업에 대한 희망이었다. 이러한 요소들이 서로 맞물리며 버무려져 비빔밥처럼 다양한 색들이 발현되었으며 작가는 섬세한 떨림의 변화과정을 모자이크를 완성하듯 시간들 사이사이로 켜켜이 변주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작가의 비정형적인 작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희망'이라 할 수 있다. 각각의 사람들이 각자의 경험과 그것에서 파생된 감정을 느꼈지만 결국은 어디선가 만나는 접점이 있을 것이란 이야기이다. 그 접점은 환유라는 감정의 필터링(filtering)을 통해 걸러지고 또한 숙성되어 삶의 변주, 곧 '켜'로 희망을 노래한다. '희망'이라는 자원에는 한계가 있다. 자주 꺾이면 희망도 소진된다는 이야기이다. 실망과 좌절의 횟수가 늘어 희망의 우물이 완전히 말라버리면 그대로 힘없이 무너지는 것이다. 희망도 자주 꺾이면 독(毒)이 되며, 희망이 소진되는 것에 비례해 무감각은 증가한다. 무감각은 무관심을, 무관심은 무개선으로 이어진다. 희망은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천을 통해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희망이 달성되면 점차로 믿음도 생기고 자신감도 생기며 자연스럽게 삶의 전반에 생기가 돌 것이다. 작가가 변주하는 '희망'에는 이러한 바람이 강렬하게 녹아있다. 들여다볼수록 비정형적 작업은 주제를 넘어 부제들로 이어진다. 소소한 자극들이 모여 한 덩어리를 이루며 다시 반죽되고 발효되어 주제를 더 크고 융성하게 일으켜주는 역할을 해낸다. 게다가 소소한 부제는 바람으로, 물로, 햇볕으로 숙성되어 커다란 반향으로 다가오는 것을 잊지 않는다.

김현덕_불과 바람의 흔적을 그리다_염색 천에 분채_2016
김현덕_불과 바람의 흔적을 그리다_염색 천에 분채_2016

다시 시작이다 ● 살아오는 동안 굴곡도 많았다. 하지만 잊지 않았던 건 '작업'으로 이어지는 DNA이다. 염색을 할 수 있는 물성은 지천이었다. 흙 속에서 추출된 광물염색에서부터 우리의 자연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갖가지 식물의 뿌리며, 잎사귀, 줄기 그리고 함평에서 가장 발색이 자연스러운 햇볕과 떫은 감물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들이 현재의 작가를 이 자리에 다시 서게 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자연염색이, 자연염색 그 자체로서만이 아닌, 전통을 뛰어 넘어 현대적인 감각과 빛깔, 작가의 작업으로 거듭난 이유일 것이다. 시대정신 역시 피하지 않았다. 작업을 하는 과정 중 나라 안에서 일어난 굵직한 사건들에 대한 참담함을 기록처럼 화폭 안에 파생된 감정으로 담았다. 누군가는 비켜가고 싶었고, 누군가는 감추고 싶었던 과정마저 망설이지 않고 작업 안으로 끌어들였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누군가는 꼭 입을 열어 말을 하고 기록해야 할 작업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어떤 것은 진지하게, 또는 매우 가볍게 무거움과 경쾌함, 정(靜)과 동(動), 모호함과 명확함 등으로 화면을 구성해 마치 음악처럼 주제와 변주를 통해 내용과 형식 모두를 드러내도록 했다."고 친절한 설명을 곁들인다. 천천히 느리게 갈 것이다. 무엇이, 어떻게 이후의 작업으로 연결될지는 작가 역시 예견하고 있지 않다. 느껴야 할 감정은 점점 더 많은 분량으로 다가올 것이고 바람은 작가의 작업을 더 단단한 알갱이로 건조시켜줄 것이며, 더 푸르고 깊은 물살로 물은 가슴을 적셔줄 것이다. 우리 색 염색장이 김현덕 작가의 전시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 범현이

Vol.20160204a | 김현덕展 / KIMHYUNDUK / 金賢德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