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16 제5회 갤러리 이즈 신진작가 창작지원 프로그램 선정작가展
관람시간 / 10:00am~07:00pm / 2월2일_10:00am~12:00pm
갤러리 이즈 GALLERY IS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2-1(관훈동 100-5번지) Tel. +82.2.736.6669 www.galleryis.com
넘어의 삶 ● 이미지는 허구이다. 이미지가 허구인 것은 이미지는 무언가의 징후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미지는 은유의 형식을 띄며 그것은 언제나 무언가를 대리대표 한다. 이런 이유로 이미지는 허구의 형식을 가지고 있으며 무언가의 표상으로 등장한다.
배윤경의 첫 번째 개인전이자 미술계 데뷔에서 그녀가 선보이는 작품들은 줄곧 '죽음'과 관련이 있다. 프로이트의 '죽음충동'에서 프로이트는 죽음을 긴장이 없는 상태이며 우리는 그 긴장이 없는 상태로 돌아가려 삶에서 쾌를 받아들이고 불쾌를 버린다고 했다. 적어도 프로이트에겐 죽음만이 온전한 것이었다. 그러나 진정 죽음이 우리의 진리라면 누가 삶을 영휘하려 하겠는가? 하지만 애처롭게도 우리는 그 어느 누구도 사후의 세계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이 미궁의 세계는 늘 의미체계로 고정시키지 못하고 우리에게 호기심과 상상의 방법으로만 접근을 허가한다. 프로이트의 이야기를 꺼낸 건 그녀가 프로이트의 생각과 비슷한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윤회나 다음생과 관련된 부분에서 종교와도 연관성이 있지만 그녀에게 죽음은 프로이트를 연상케 할 만큼 온전하다.
그녀의 죽음이 암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미지 뒤에 감춰진 그녀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그것은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믿음에서 기인한 것 같다. 그것은 아마도 그녀의 죽음이 다음 생을 이어주게 하는 교차적 지점이라 해야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녀에게 죽음은 온전하다. 그것은 죽음이 또 다른 삶을 대면하게 해주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죽음의 이야기 뒤엔 현실 도피적 냄새를 피할 순 없다. 결핍의 삶에서 대면하는 여러 가지 상처나 고통들이 그녀를 삶의 다른 피난처로 향하게 한 것 같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또 하나 그녀의 죽음은 관계성에서 발생하는 주체의 죽음이다. 예컨대 여러 타자와 우리는 끊임없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데 그 중 주체는 개개인과 모두 다른 모습으로 대응한다. 이때 어떤 타자와 관계가 끝난다면, 이를테면 남자친구라 가정 하자. 그 남자 친구와 끝남과 동시에 그 남자친구와 대응했던 고유한 주체는 사라지는 것이다. 여러 타자와의 관계 중 발생하는 고유한 주체성이 다중적으로 발생했다 사라진다 하여 그녀는 타자와의 끝을 고유한 주체의 사라짐으로 규정한다. 주체는 발생했다 사라진다. 고유한 주체가 없는 것처럼 순수한 순도의 주체 또한 없다.
온전한 죽음은 성스럽고 세밀하게 묘사된다. 작품 「白夜」에서처럼 그녀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백합이다. 그녀의 언급처럼 '백합 자살'과 관련하여 백합은 사라짐의 상징이자 안락의 상징인 죽음을 암시한다. 백합의 꽃말인 순수가 죽음과 겹쳐있는 이 작품은 그녀가 천착하고 있는 이야기가 상징적으로 많이 묘사된 작품이다. 힘든 일이 있을 때 x를 표시한 달력은 한 달을 채우기 직전이다. 삶의 고통을 다음 생으로 바라는 그녀의 태도는 죽음을 강하게 의미하지만 사실은 삶을 강하게 원한다. 그 삶의 한 가운데에서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감추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살면서 다시 살기위해 죽음을 그리는 그녀의 속내는 사실 삶에서 비어있는 그 어떤 것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타자의 자리. 그 어떤 것도 대체 할 수 없는 타자의 자리. 우리는 이 타자의 자리를 무엇으로 채우고 있는가?
이미지를 제작하는 지점에서 그녀는 그녀의 화면을 설명적으로 이끈다. 아마도 주제의식의 반영이 설명적으로 드러났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설명적 구조는 쉽게 익숙해지는 멍에를 가진다. 그러므로 그녀의 작품이 예측 가능한 상태를 벗어나길 희망한다. 사실 회화는 모방된 실재로 부터 다른 장소에 의미를 만들기에 회화는 시와 닮아 있다. 언어 너머에 의미가 있는 것, 묘사 너머에 실체가 있는 것처럼 신비로운 마법의 힘과 같이 그녀의 회화에 예측 불가능한 힘이 도사리고 있기를 바란다.
첫 개인전에서 보여 지는 그녀의 작품은 세련된 어법은 아니지만 자신의 시각에 들어온 세계를 이제 막 수면 위로 드러내었다. 이제 수면 아래의 알 수 없는 잠재의식은 도래할 미래에 그녀가 강인한 예술가로써 성장하는 역량을 발휘하길 바란다. ■ 이정배
Vol.20160127c | 배윤경展 / BAEYOUNKYOUNG / 裵允卿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