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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공평갤러리 GONGPYEONG GALLERY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211 대우월드마크 102동 101호 Tel. +82.(0)2.749.7071
인간은 태어나면서 부터 본인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인식을 하나씩 갖게 된다. 그리고 뚜렷한 자아가 형성되기 이전에 교육되어진 것들은 인간의 깊은 곳에 각인되어 그것들이 나중에 참인지 거짓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될 때에도 처음 인식된 자체로 남아 있으려 하는 경향을 띈다. 마치 아기 오리가 알에서 깨어나 처음 본 그 무엇을 자신의 보호자로 끝까지 인식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의 어렸을 적 주입된, 현실에서 허구적이라고 판단되어지는 실체들은 지금도 나에게 실제적 진행형인 모든 것들로 존재함으로써 구체적 이미지가 되고, 정말 현실에서 경험된 것(실제로 내가 여행간 곳들이나 경험한 일들)들은 오히려 비현실적 추상으로 다가오게 되어 캔버스위에 이미지화 된다. 예를 들어 작품 「경주」는 추상적인 이미지로, 그리고 작품 「Mt. Sinai」'는 디테일 형태가 갖춰진 이미지로 그려진 것처럼 말이다. 작품들의 주제들은 구체적 '장소성'을 갖고 있으며 이것은 작가가 직접 경험한 환경이라는 의미로 반영되기도 하며 반대로 실제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뇌리에 새겨진 허구적 환경에 대한 믿음을 내 비친다.
이번 전시에 관하여... ● 돌이켜보면 나의 작업은 나의 과거의 시간, 경험 그리고 가치관들에 의해 형성된 현재가 만들어낸 상징적 이미지들이다. 특히 한명의 인간으로써 존재하여 이때까지 만들어져 온 가치관은 내가 맞이하는 모든 결정에서 주요 잣대가 되곤 한다. 모든 작가들이 그러했듯 아주 초기의 작업은 '나'라는 주체부터 시작하게 된다. 많은 자화상들이나 혹은 주위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 그리고 사건들에 대해 나열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 이미지의 형식은 바뀌었을지도 모르지만 '나'라는 주체에 대해 떠들고 있는 것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 인간은 이성이 있어서 동물처럼 모든 것을 생각 그대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성역시 분출하고 있는 나를 잠재우고 있지만 어릴 때부터 접해왔던 기독교 사상은 나를 더 옭아매기도 하는 반면, 심리적 위안이 되기도 한다. ● 나의 작품의 전체적인 특징은 장소성이라는 것인데 몇 년 전부터 나는 내가 겪은 혹은 내가 머물러 있고 머물렀던 과거의 공간을 기록하게 된다. 이것은 그림에 나타낼 소재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부터 시작하게 되었는데 매일 사물을 흐릿한 눈으로 익숙하게 바라보다가, 예상치 못한 어느 날부터 공기가 달리 느껴지고 새롭게 보였으며 익숙하지 않은 이면에 공포감까지도 느껴졌다. 흔히 말하는 언캐니(uncanny)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순간의 사물과 풍경을 바라보면서 느꼈던 감성을 정지시켜 포착하여 그림으로 이미지화 시킨다. 이런 제작 방법들이 그림을 서정적으로 보이도록 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였다. 작품에 존재하는 장소들은 눈으로 보이는 있는 그대로가 아니다. 한번 왜곡하고 수정한 이후에 그 형상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저 우리가 그리고 내가 속해있는 세계가 실재로 인간의 삶의 배경이 되어주는 장소일 뿐인가 라는 의문과 함께 시작된다. 작품 안에서 이미지로는 그 속에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fractal 구조들도 엿보인다. 이것은 풍경을 왜곡시킬 때 같이 묻어 나온 자연에서 온 구조들이기도 하다.
세계는 점점 나쁜 소식으로 가득차고 있다. 뉴스에서도 주위에서도 들려오는 소리들은 나쁜 소리 소문들이다. 시간이 흘러 세상을 알게 될 나이가 될수록 주위 사람들도 순수한 의도로서의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닌 서로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서 라는 느낌도 더욱 자주 받게 된다. 원래의 좋았던 옛 관계에서도 현재의 환경 때문에 관계가 뒤틀리는 경우도 더러 들려온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책임질 것이 많아지고 피곤한 사실을 더 많이 알아간다는 것이다. 삶의 피곤함이다. 가끔 세상이 나에게 피곤함을 던질 때 나는 종종 몸을 움직여 산에 올라가곤 한다. 거대한 자연 앞에 인간은 굴복 할 수밖에 없는 작은 먼지 같은 존재들일 뿐이다. 그 거대함은 좁은 세계 안에 치열하게 사는 이들에게 허무감을 주기도 하며 반면에 우리로 하여금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산, 그 거대함을 정복하게 된다는 교만함도 느껴지게 만드는 장소가 된다. 성경 출애굽에서의 산은 성스러운 장소,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계시를 주는 장소로 나와 있다. 시내산은 시나이반도에 위치하고 있지만 현재 학자들도 정확히 어느 장소인지 알아내지는 못하고 있는 곳이 시내산(호렙산)이다. 시내산은 모세가 십계명을 받기도 하였고 불타는 떨기나무를 목격하기도 하였고 그리고 하나님의 명령으로 반석을 때려 물을 내기도 한 산이다. 제일 성스럽고 고결한 신의 존재를 산에서 만난다는 것은 그 장소성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거룩한 곳, 지저분한 아래 세상과 경계 지어 있는 곳, 이곳이 인간세상에서 남아있는 순수한 장소라 신은 생각하였나? 무엇이 옳던 산이 역사에서 대부분의 중요한 장소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 인간이 어떤 인위적 건물을 짓던지 산의 높이에 대적할 수는 없다. 그 앞에서 우리는 숭고함과 겸손함을 느끼게 된다. 이번 전시에는 그 모든 것의 숭고함과 그리고 세계 속 일상풍경의 존재들을 작가 자신의 내부의 정신적 비춰지는 경관을 통해 새로 이미지화 시켰다. ■ 조혜정
Vol.20160119b | 조혜정展 / CHOHAEJEONG / 趙惠情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