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제스처

개요 ● 사진 이미지가 갖고 있는 파편적 특성은 사물로부터 나오는 어떤 제스처의 포착을 가능하게 해준다. 현실에서 떨어져 나와 파편적으로 드러난 부동의 사물로부터 느껴지는 제스처, 이것은 복합적 지각작용을 유도한다. 복합적 지각작용이란 사물의 기능적 개념 및 명칭이라는 언어적 요소에 의한 특정의 지각과 더불어 사진 이미지로부터 촉발된 또 다른 개념적 사고 혹은 상징적 인식이 이루어지는 확장된 지각을 의미한다. 이러한 지각작용의 전개를 보여주는 작업으로서 동종으로 분류되는 사물들의 다수의 이미지를 열거하고 결합한 사진 이미지를 전시한다.

김은정_A Chain of Beginnings_피그먼트 프린트_70×70cm_2015

김은정_Doorsteps_피그먼트 프린트_42.9×60cm_2015

현실의 사물을 대상으로 삼은 사진 이미지는 그것이 일반적으로 무언인지 명백히 드러난다. 그러나 그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무엇인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그 이미지 앞에 머물러 응시하게 된다. 왜 멈춰 서게 되며 응시하게 되는 것일까? 사진 이미지의 어떤 특성이 이런 것을 유도하는 것일까? ● 사진 이미지의 중요한 특성 중 한 가지는 바로 파편성이다. 사진적 시각은 현실을 파편적으로 보는 시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은 카메라 프레임을 통한 과정일 뿐만 아니라 카메라로 촬영되기 이전에 이미 사진적 시각에 의해 다분히 재단된 현실을 보는 과정을 포함한다. 물론 눈으로 파편화시킨 이미지와 사진으로 찍혀 파편화된 이미지는 일치하지는 않는다. 사진으로 찍힌 이미지가 보다 더 큰 흥미로움과 암시를 드러내고 있을 경우 사진 이미지의 파편성을 통해 대상에 잠재되어 있는 무언가가 포착되었음을 확신하게 된다.

김은정_Cracks_피그먼트 프린트_35×70cm_2015

김은정_A Pile of Scars_피그먼트 프린트_90×90cm_2015

카메라의 프레임에 의해 만들어진 파편적 이미지는 가시적 대상을 다른 방식으로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며, 그렇게 함에 의해 비가시적인 것에 대한 사고로의 방향 전환을 이끌어 낸다. 현실의 사물로서 명백히 인지되는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이 파편화된 부동의 대상으로부터 보는 이를 응시하게 만드는 어떠한 제스처가 스며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 제스처는 사물의 이미지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 사이에서 연결고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그 제스처는 복합적 지각작용을 유도하는 것이다. ● 복합적 지각작용은 양가적이며 확장된 지각작용이다. 이러한 지각작용에서는 대상에 대해 기존에 인식하고 있는 기능적 개념과 그 사물을 지칭하는 명칭으로서 언어적 요소가 근저에 존재하고 있으면서도, 그 대상의 제스처로부터 촉발된 또 다른 지각의 전개가 이루어진다. 또 다른 개념적 사고 혹은 상징적 인식을 포함하는 복합적 지각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사진 이미지를 통해 대상에 대한 이러한 확장된 지각작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김은정_Pipes_피그먼트 프린트_79.2×58.8cm_2015

이러한 지각작용의 전개를 보여주는 작업으로서 동종으로 분류될 수 있는 사물들의 다수의 이미지를 열거하고 결합한 사진 이미지를 전시한다. 동종으로 분류될 수 있는 대상을 여러 장소에서 촬영하고, 열거해 보고 그 다수의 이미지들을 결합하여 하나의 이미지를 만든다. 여러 곳에서 추출된 대상들은 열거의 과정 및 구성과 결합의 과정을 거친다. 각각의 사물의 이미지에는 제스처가 있고, 그 제스처는 마치 퍼즐의 한 조각과 같은 것이다. 동종의 것들을 여럿 모으는 것은 퍼즐의 조각들을 모으는 것이다. 대상의 이미지들의 열거와 결합의 과정은 모아진 그 퍼즐의 조각들을 가지고 복합적 지각작용을 제시하는 것이다. ■ 김은정

Vol.20151204a | 김은정展 / KIMEUNJUNG / ???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