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드로잉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은 2015년 마지막 기획 전시로 『청주청년 창작활동 종사자전 - 교호작용』展을 미술관 전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기획전은 지역 미술문화의 미래를 이끌어갈 작가 양성과 전시공간지원을 위해, 2012년 『픽업』展, 2013년 『반직선』展에 이은 세 번째 청년작가전이다. ● 『교호작용』展은 충북문화재단의 ‘2015 청년예술가 창작환경 지원사업’에 선정된 작가들 중, 청주에 기반을 두고 창작활동을 펼쳐온 30대 청년작가 이선구, 음영경, 최재영 3인의 개인전 형식의 공간지원으로 그들의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또한 준비과정과 작가의 방법론에 대한 설명이 담긴 인터뷰 영상을 개인 작업물과 함께 전시하며, 전시기간동안 충북문화재단 워크숍 일부프로그램도 미술관 내에서 진행한다. ● 지역 문화재단은 해를 거듭할수록 지역의 청년예술가들에게 단순 기금 지원의 형식에서 벗어나, 지역작가의 발굴과 성장을 위한 워크숍, 멘토제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본 전시의 목적은 선정작가들의 창작활동 결과물 보고전시로, 지원기간동안 어떠한 교호작용이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 음영경작가는 그동안 인간과 감정에 대한 관심을 상징화된 인체드로잉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도자 기법 중 하나인 ‘슬립기법’을 이용한 도자 드로잉은 그동안 드로잉이 가지고 있던 가벼움에 무게와 완성도를 더하고자 한 작가의 고민의 흔적이 돋보인다. 백색의 사각 프레임의 도자에 음각과 양각의 선이 미묘하게 교차하며 날렵하게 제작된 부조기법의 드로잉은 종이 드로잉과 또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음영경_음양드로잉_세라믹_17×17cm_2015

음영경_음양드로잉_세라믹_17×17cm_2015

음영경 드로잉전은 작품을 구성하는 재료와 제작기법만으로는 도자기 즉 "공예"이다. 평면작가(화가)분들이 도자공예기법으로 제작하는 작업방식은 기존의 도자기(레디 메이드)에 덧대는 형식이 다반사이다. 반면 음영경 작가는 단색의 펜 끝을 통한 드로잉을 지속해온 과거작품과 비교하면 공예기법의 하나인 슬립기법을 온전하게 구사한다. ● 슬립기법은 부드러운 흙(세라믹파우더)을 물과 섞은 후 해교제(규산소다나 탄산소다)를 넣어 흙물을 만든다. 이 흙물을 석고 틀에 넣어 일정시간이 지난 후 빼내게 되면 틀 모양대로 남게 되면 작품성형이 된다. 이런 과정 및 기법이 이장주입성형기법(석고슬립캐스팅: 슬립기법으로 통칭함)이다. 성형된 작품은 가마에서 1300 ℃에서 소성시켜 도자기로 완성된다. ● 슬립기법은 조각의 브론즈나 평면의 판화작품처럼 반복 재생산이 가능한 제작기법이다. 이런 제작방식으로 작가는 10여년 누드 크로키 과정에서 생산된 드로잉 이미지 중에 60점을 엄선하여 전격적으로 선보이는 것이다. 분명한 지점은 작가 음영경의 평면작업 이미지가 고스란히 담겨진(복제된) 작가의 작품임을 너무나 쉽게 확인된다. ● 서두의 어깃장 물음"무엇을 찾아 볼 수 있는가? 미술작품이 무엇인가?"의 답으로 필자는 작가 음영경의 전시전의 드로잉(크로키) 원작과 본 전시 작품(슬립기법)과는 무엇이 "같은가? 다른가?"의 작품읽기를 한다. ● 드로잉(크로키) 원작과 전시작품은 무엇이 같은가? 의 답으로 형태(모양)를 제시한다. "형태(形態)는 존재하는 것의 외면적인 형식이지만, 그 형식은 존재하는 것의 내면적인 고유성에 의해서 규정되어 나타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형태 [形態, Gestalt] (헤겔사전, 2009. 1. 8. 도서출판 b)에 소개되고 있다. 작가의 작품에서 누드모델 외형은 시각적으로 버려둘 실존인 동시에 시각(작품)화의 필요대상이다. 누드모델을 앞에 두고 수없이 반복되는 관찰과 크로키로 작가는 내면의 창조적 고유성을 찾는 작가만의 완전체로 모형(母形)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의 모형(母形)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읽을 수 있다. ● 첫째는 큰 두상을 가진 인물이다. 외계인을 연상케 하기도 하는 인물표현은 아동화의 보편적 형태이기도하다. 둘째는 성(性:sex, gender)의 내면적 형식화이다. 셋째는 일정한 패턴(original model)화이다. 작가에게 누드모델은 철저한 내면적 인지를 위한 외형적 대상일 뿐이다. 그는 수없는 반복 작업으로 궁극(내면)의 이미지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작품에서 읽혀지는 내면형태의 완성(모형(母形))은 작가의 미학적 조형화를 위한 끝없는 그만의 미학오디세이로 보여 진다. 그 여정에 성(性:sex, gender)적 에로스를 위한 무의식의 내면 인식표가 꾸준히 드러난다. 인체의 엉덩이, 입술과 눈, 그리고 성기(性器)의 감춤과 드러냄이 그러하다.

음영경_음양드로잉展_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_2015

음영경_음양드로잉展_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_2015

"무엇이 다른가?" 는 형태(모양)적 요소 외에는 모두 다르다. 즉 표현양식의 새로운 전개이다. 재료, 표현기법, 작업과정은 기본적으로 다름을 쉽게 직감한다. 종이위에 펜을 이용한 드로잉으로 생성된 이미지를 도자공예기법으로 재생한다. 그러나 필자가 주목하는 다름은 회화의 근원적 물음을 작가는 전작에 되묻는다는 점이다. "부조는 대상의 덩어리를 최소화 한다는 의미에서 회화와 환조의 중간에 위치하며, 회화와 환조는 각각 그 본질을 희생하고 부조와 결합한다."[민병동(2010):이미지의 공간표현에 관한 비교연구 논문] 필자논문 "평면과 입체의 표현연구"의 일부이다. 작가의 회화적 물음을 조각이나 부조에서 찾는다는 단정은 물론 아니며, 형식적으로는 회화작품에서 부조형식을 꾀한다는 의미는 부정 할 수는 없다. ● "부조의 표현방법으로는 1, 두께의 원리 2, 경사면의 원리, 3,연결과 단절의 원리, 4, 선의 원리 5, 질감"[민병동(2010), 앞 논문]에서 필자는 작가작품 읽기에 "두께의 원리"에 주목한다. "두께의 원리는 근경에서 중경, 원경으로 갈수록 낮은 단계의 두께로 나타냄을 말한다. 또한 두께간의 각각의 옆면을 비교하여 양의 늘림(+), 양의 유지(0), 양의 줄임(-)으로 표현하며, 각각의 두께의 반전은 화면의 시각적 공간에서는 언제나 자유롭다."[민병동(2010), 앞의 논문]에서 언급하고 있는 "화면의 시각적 공간에서는 자유롭다"는 것이 "두께의 원리"를 주목의 이유이다. ● 음영경 작가의 작품은 그 자유로움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단적으로 표현요소가 음(-)과 양(+) 뿐이다. 회화는 표현대상의 시지각적 완성(reality)과 질료적 낮음(planéité)을 전제한다. 표현으로 색상, 명도, 채도의 3요소를 운영하는 표현기술(technique)의 결과물이 전통적 회화작품이다. 작가는 작품에서 회화의 3요소를 완전 배제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즉 전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종이(white)와 펜(black)표현의 인지관계를 배제(거부)한다. ● 인상주의(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근대 예술운동)는 빛과 함께 색채나 색조 자체에 천착(穿鑿) 한다. 색상 (色相 color)의 근원적 탐색과 표현은 전통적 회화를 거부한 회화를 위한 회화미술운동이다. 이후 현대미술의 태동을 예견하기에 충분했다. 음영경 작품에서 하나의 질료에 의한 두께의 음(-)과 양(+)의 표현을 주목하는 이유이다. 그의 작품이 색상, 명도, 채도의 배제(거부)와 질감마저 단질화(單質化)로 그는 음영경 회화의 근원적 물음을 한다는 것이다. 이 물음은 작가에게 또 다른 시각적 공간의 자유를 예견하고 있기에 그 가치의 유용함이 있다. 음영경 회화의 근원적 물음과 모형(母形) 드러냄은 작가만의 새로운 시각여행(미학오디세이)이다. 그의 여행은 시작만으로도 새로운 창작의 유용함을 갖기에 충분하며, 또한 다음 작품을 기대하는 즐거움이 있다. ■ 일이사

Vol.20151128j | 음영경展 / EUMYOUNGKYUOUNG / 陰永暻 / sculpture